우리 학교는 학습 부담이 그 어떤 학교보다 더 크다. 세계 초일류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수업은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내용은 어렵고, 진도는 빠르게 마련이다. 꾸준한 예습ㆍ복습으로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학우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성적을 잘 받지 못한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성적과 수업료ㆍ이공계 장학금이 연계된 우리 학교의 현실에서, 낮은 성적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성적 위주가 아닌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새로운 입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신입생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우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저학년 때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도 꾸준히 학습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학우는 저학년 때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대학 생활 자체를 그르치기도 한다. 성적만 가지고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입시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적 외 다른 능력으로 입학한 학우들이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우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수학ㆍ과학 등 기초과목의 기초 지식과 영어다. 우리 학교는 오랫동안 입학생의 80% 이상이 과학고등학교 출신이었기 때문에 기초과목의 수준도 과학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나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 학우들은 고등학교 때 배우지 않은 내용을 건너뛰고 대학 수업을 들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또한, 수학ㆍ과학 능력은 갖추었다 하더라도 영어 능력이 부족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우도 적지 않다.

이렇듯 학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우들을 돕기 위해 우리 학교는 튜터링 프로그램 등 학습을 도울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 취재한 결과 튜터링 프로그램은 탁월한 제도임에도, 홍보 부족, 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학우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본지의 기사로 더 많은 학우가 튜터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튜터링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수의 학우가 지적한 비용 문제와 학습 공간 등의 문제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초과목과 전공과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튜터링 프로그램이 영어권 유학생을 튜터로 활용해 영어에도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실력이 탁월한 이유가 좋은 학생을 뽑았기 때문이 아니라 잘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