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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들의 나라는 행복하고 성숙할까
문유석 - <개인주의자 선언>
[453호] 2018년 10월 02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대한민국은 다방면에서 뛰어나다. 몇십 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고,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또한 인간 개발 지수, 대학 순위 등 온갖 지표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반면, 살기 힘든 이들이 ‘헬조선’을 외치고 높은 자살율을 보이는 곳도 우리나라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 문유석은 우리 일상에 뿌리내린 집단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행의 씨앗이다. 원치 않는 회식과 술 강요, 학창 시절 연대 책임 등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군대식 문화와 집단을 위한 희생이 당연하다. 세월이 지나도 개선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다. 꿈없는 교육 경쟁과 높은 지위를 바라는 강박은 구성원의 가치를 획일화하는 수직적 가치관에서 기원한다.

 저자는 한국의 제도와 문화가 가진 전체주의적 성향을 불행의 근원으로 파악한다. 우리나라는 남성에게 병역을 요구하고, 많은 이들은 이를 자유의 침해로 느껴 불행해 한다. 반면, 징병제를 채택한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에서는 비슷한 불만이 적게 제기된다. 한국의 군인 처우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불행을 집단성의 필연적 산물로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견해임을 보여준다. 

 책은 북유럽 국가의 개인주의를 좋은 모델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이 개인주의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현재 북유럽 국가들은 낮은 인구밀도 대비 풍부한 천연 자원, 그리고 이에 특화된 산업 구조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항상 풍요롭지는 않았다. 제1 수출국인 소련 붕괴 후 핀란드는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었고, 수많은 청년이 자살하거나 값싼 노동자 신분으로 이주했다. 핀란드인들은 이때 겪은 우울함의 원인으로 개인주의를 꼽으며, 서로를 살피는 사회였다면 힘든 시기를 보다 수월하게 극복했을 것으로 진단한다. 나라를 위해 금을 모으고 서로를 위해 일했던 집단주의 한국은 개인주의 핀란드보다 행복했을지 모른다.

 인간은 때때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관계가 개인의 유일한 행복은 아니다. 사회는 개인의 집합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합해진 것 이상으로 관계, 의미, 가치로 연결되며 복잡해졌다. 개인주의도, 집단주의도 사회와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개인과 집단이 서로를 존중하고 타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한 개인이자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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