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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상실의 시대
[452호] 2018년 09월 18일 (화) 이상현 전산학부 15학번 kaisttimes@gmail.com

 구한말의 뜨거운 항일 투쟁기를 그려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는 나도 본 방송 시간이 되면 TV를 찾을 정도로 매우 흡입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미스터 션샤인은 종편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일까? 영화 같은 연출, 듣기 좋은 OST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상실의 시대, 변화의 시대라는 큰 주제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션샤인은 상실과 변화의 시대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일단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큰 축은 조선의 주권 상실 과정이다. 드라마는 강화도 조약 이후로 외세를 들이게 된 조선이 제국주의의 광풍을 정면으로 맞게 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묘사한다. 극의 초반부는 상실보다는 변화라는 키워드에 주력한다. 한성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외국 영사관,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서양인들, 상투를 자른 남자들과 서양식 의복 등 이국적인 풍경이 조선 시대 백성들의 삶과 함께 한 스크린에 담기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이런 과도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키워나가고, 복수를 갈망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조선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3대 독자는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양반집 영애는 정혼자를 버리고 노비 출신과 사랑을 나누려 하는 등 당시 사회상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런 장치들을 통해 조선이 변화의 과도기에 있으며, 전통사회의 가치들이 점점 깨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전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선을 삼켜가던 열강들의 야욕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궁에는 열강들이 심거나 매수해둔 첩자들이 가득했고, 신하들조차 친러파, 친일파 등 열강의 처지를 대변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한다. 극 중 이완익은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친일파로, 매국을 거리낌 없이 일삼으며 조선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고종은 당시 강국이었던 미국의 힘을 빌려 상황을 타개해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당시 일본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나빠지는 조선의 상황처럼 등장인물들도 위기를 맞게 된다. 친일파 이완익에 의해 가문 대대로 살아온 집이 부서져 가족들이 흩어지고, 의병들이 정체를 들켜 살해당하는 등 악재가 겹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불행은 조선이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다가올 상실의 시대를 암시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제국주의의 광풍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화면 속에 재현해냈다. 그리고 주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약소국의 아픔, 그리고 전통 사회의 가치에 도전하는 등장인물들을 호소력 있게 녹여냈다. 글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과거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또한 드라마의 백미다.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을 가장 뼈아픈 근대사의 고해성사라고 말한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역사를 화면속에서 마주하는 것. 나는 미스터 션샤인이 웰메이드 드라마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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