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최초로 본교에 설립된 명상과학연구소 , 그 모습과 전망은

 작년 8월, 우리 학교는 명상의 과학화를 위한 융합연구를 수행할 명상과학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를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와 체결하며 우리 학교에 명상과학연구소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관련 기사 본지 439호, <명상과학연구소 설립 MOU 체결... 초대 소장은 미산 스님 내정>)  그리고 지난 3월 21일, 본교 고성능집적시스템연구센터(N26) 3층에서 개소식이 열리며 명상과학연구소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관련 기사 본지 446호, <명상의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명상과학연구소 문 열어>) 하지만, 당시 학내 사회는 명상과학연구소의 과학적 기반에 대해 몇몇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개소식 이후 약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어떤 모습을 한 채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명상과학연구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금, 명상과학연구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명상과학연구소의 현재 경과

 우리 학교에 명상과학연구소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학교 측과 플라톤 아카데미, 김완두 소장(미산 스님, 이하 김 소장)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을 짓고자 했던 김 소장의 취지에 학교가 공감했고, 이미 김 소장과 인연이 있던 인문학 연구지원 재단 플라톤 아카데미 역시 함께하면서 국내 대학 최초로 명상과학연구소가 문을 열게 됐다.

 김 소장은 10대에 출가하여 여러 국가에서 유학 생활을 보내고 명상 관련 논문으로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최초 명상 연구자라는 타이틀로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있으며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연구소 설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소장은 어떤 계기로 명상과 과학을 결합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냐는 질문에 “유학생 시절, ‘21세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종교인가 과학인가’에 대한 토론을 보게 된 것이 큰 계기였던 것 같다”며, “이후 종교적인 것 역시 과학적 차원에서 검증할 수 있다면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종교와 과학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둘 다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을 명상과학연구소가 하고 싶다”라는 포부 역시 드러냈다.

 개소식 이후, 명상과학연구소는 아직 특별한 연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았으며 <Start up 명상과학 리포트>라는 책을 출간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책은 명상과학연구소의 설립 의미, 연구 현황, 추진 방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소장은 “연구소 설립 후, 연구소의 비전, 운영 전략, 핵심 가치 등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학기는 명상과학연구소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준비 단계였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21일, 22일, 30일, 31일에는 우리 학교 대강당(E15)에서 명상 아고라가 진행되기도 했다. 플라톤 아카데미와 본교의 공동 주최로 열린 해당 행사는 여러 교수의 강연과 오케스트라의 공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김 소장 역시 마지막 날 연사로 나섰다.


명상과학연구소가 진행하는 일은

 명상과학연구소는 현재 고성능집적시스템연구센터(N26) 3층에 위치해있으며 이곳에 명상홀, 감성지능실, 행정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김 소장을 비롯해 연구교수 한 명과 행정직원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수석연구원을 한 명 충원할 계획이다.

 명상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일은 크게 연구, 프로그램, 행사 지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주요한 역할인 연구는 명상에 관심이 있는 본교 교수와 협력해 진행하게 된다. 이것은 여타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교수와 석·박사 학생들이 참여하여 논문을 작성하고 심사를 받는 정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명상과학연구소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명상의 과학적 연구 ▲뇌와 인지에 미치는 명상의 효과 연구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이용한 공감 능력 향상 연구 ▲명상의 인문사회적 인식 및 적용 방안에 대한 연구 ▲빅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 개발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이미 명상의 효과에 대한 내용은 많이 검증되어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사례는 별로 없었다”며, “본교 명상과학연구소에선 아직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상과학연구소는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진행하게 된다. 이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들이 직접 명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소장은 프로그램 진행에 관련해서도 “연구가 잘 진행되어 명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알 수 있게 된다면 맞춤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이번 명상 아고라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거나 지원하는 일 역시 맡게 되며, 명상과학 교과서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의 일 또한 진행한다.

 김 소장은 “연구소가 수행하는 일이 많긴 하지만 결국 명상과학연구소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며, “비록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연구소라도 학우들이 편안하게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명상과학 연구의 과학적 검증은

 양해각서 체결 당시부터 지금까지 명상과학연구소를 바라보는 학내 사회의 시선은 우려에 가까웠다. 명상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일이 과연 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과학기술원에 명상과학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김 소장은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최대한 종교적 색채를 빼고 과학적 검증을 거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다루는 연구나 프로그램은 이미 다방면에서 과학적 검증을 마쳤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관련 연구가 이미 진행되었고 권위 있는 학술지에도 실린 바 있다”라며 프로그램들이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되었음을 강조했다.

 더불어, 명상과학연구소가 새롭게 진행할 연구의 결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 뇌파, 호르몬 변화, fMRI, 심리 측정 도구 등의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본교의 여러 교수와 협력하게 된다면 과학적 검증을 충분히 거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의견 역시 전했다. 또한, 본인 역시 과학 지식을 쌓기 위해 “여러 도서를 읽고 강연을 다니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의 차후 계획

 명상과학연구소는 하트스마일명상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7월 17일부터 7월 23일까지 명상과학연구소 측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으며 총 13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1주 1회 1시간씩, 총 4주의 프로그램으로 결정되었다. 국내 학생 30명, 외국 학생 30명이 따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김 소장은 하트스마일명상 프로그램에 대해 “이번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학생들의 반응을 잘 살펴보고 피드백도 반영해 다음 프로그램은 더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국문과 영문 모두 지원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며 이번 겨울 POSTECH에서도 강연 일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안에 내부 연구과제를 정해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며 “연구 과제를 잘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많은 활동을 진행하기보단 연구를 구체화하고 초석을 잘 다지는 데에 집중하려 한다”며, “좋은 연구를 하고 이 연구소가 잘 정착돼서 다른 곳에서도 명상과학 연구가 활성화되는 것이 꿈이다”라는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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