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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갈 시점 기존보다 앞당겨져 ... 대안과 관련한 의견 충돌해
[451호] 2018년 09월 04일 (화) 이희찬 기자 hclee99@kaist.ac.kr

  다가오는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어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7일 국민연금 제도 개선 공청회(이하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이루어진 4차 재정계산의 결과,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예측되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하 제도발전위)에 의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책에 관한 국민과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대치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 모두의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만 60세 미만 국민이 가입 대상이며, 최소 가입기간인 10년동안 보험료를 납부하면 수급 연령이 되었을 때 노령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1988년에 일부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되었고 점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1999년에는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만 60세가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1998년에 수급 연령을 출생 연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였다. 그에 따라 1952년생까지는 만 60세부터 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모든 국민이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의무적으로 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통합적 기능을 수행하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2003년부터 5년마다 재정계산을 실시하여 변화하는 경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4차 재정계산과 제도발전위의 대안

 올해 국민연금공단은 4차 재정계산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알렸다.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2041년까지 꾸준히 연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이 증가하다 204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빠르게 소진돼 2057년에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3차 재정계산에서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3년 앞당겨진 것이다.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출산율 저하이다. 납부한 돈보다 많이 받도록 설계된 연금 제도의 특성상 출산율이 저하되면 미래 세대의 한 사람 당 부담 금액이 커질 것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명확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는 이번 달 중으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하고 10월까지 국민들과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제도발전위는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두 가지 자문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연금 납부 기간 동안의 월평균 소득에 대한 연금 수령액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유지하고, 현 9%의 보험료율을 즉시 11%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현행법상 소득대체율은 매년 0.5%P 하락해 2028년에는 40%로 하락하지만,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면서 보험료를 즉각 인상해 재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자문안은 현행법대로 소득대체율이 계속 하락해 2028년에 40%가 되도록 하지만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13.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위한 첫 번째 방안과 달리 점진적으로 납부액을 늘려가는 방식이므로 수급 연령을 만 67세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발전위는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두 방안 모두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 자문안들을 기초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다가오는 10월까지 국회에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것이다. 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은 10월에 발표되는 저출산 대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면 국회 입법 절차에 따라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것을 강조했다.


제시된 대안들에 대한 반발 일어

 하지만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소식과 보험료율의 인상에 시민 단체를 비롯한 많은 국민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시민 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국민연금 공청회장에서 시위를 진행하거나 국민연금 공청회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국민연금 개편 반대, 국민연금 폐지에 대한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도 관측된다. 한 청원자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세금으로 연금을 받으면 왜 안된다는 것이냐”라며, “돈은 냈으나 받지 못할까 봐 두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시민 단체는 국민연금 지급 보증을 명시해줄 것을 꾸준히 제안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현행법만으로도 이미 지급은 약속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거절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면 지급 보증의 명문화를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비축하고 있는 많은 돈으로 투자 운용을 통해 이윤을 내고 있는 만큼 경제가 악화되면 하루아침에 수조에 달하는 돈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이 적립한 자산이 줄어들면 투자했던 자산을 매각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에 대해 ‘실제로 2000년,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 운용에서 손실을 보았지만, 곧바로 만회하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국가 경제가 악화될 경우 제도의 변경이 있더라도 정부에서 책임지고 연금 지급을 보장하고 있다’며,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치밀한 기금운영전략을 세울 것이다’라고 덧붙여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공감대 형성으로 위기 극복한 사례들

 영국 또한 2002년 연금 재정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위원회를 설립하고, 이후 몇 년간 국민들이 연금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였다. 2006년 전 국민 연금의 날 행사에 시민 1,075명이 참여한 대토론회를 진행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할 만큼 연금 제도 개편에 큰 노력을 쏟았다. 시민들이 거리에서도 모여 연금에 관해 얘기를 나눌 정도로 연금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를 지속한 끝에 2007년 연금 제도 개혁안을 완성하여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보건복지부 차관, 학계, 시민단체가 속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10개월간 논의를 진행하여 급여 수준과 지급 시기를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는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알 수 없어 불안한 제도이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들의 설득과 건설적인 토론을 거치면서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과정을 거치는 나라라면 연금 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한데, 국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충돌을 줄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KBS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1%의 국민이 국민연금만이 유일한 노후 대책이라고 응답했을 만큼 연금 제도는 많은 국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금 재정의 위기가 점점 다가오는 만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역시 기금이 고갈된다는 예측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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