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구조를 가진 학과 제도

 이중 구조를 가진 학과 제도란 학사(Undergraduate)와 대학원(Graduate)이 분리된 구조를 가진 학과를 뜻한다. 이는, 학사 학과는 분화되지 않은 대형 학과를 유지하고, 대학원 학과는 세분화하여 소규모 학과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즉,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 서로 다른 학과로 진학하는 개념이며, 교수들은 학사 학과와 대학원 학과에 이중으로 소속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원의 평가도 이중적인 형태를 가지지만, 인사위원회는 대학원 학과가 주도하는 이중 구조 학과 제도 방식을 제안한다.


기존 학과 제도의 문제점은

 오늘날 학문이 점점 세분화 및 전문화되고, 이와 함께 학문 간의 융합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학과 간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협력이나 융합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착화되는 학문 분야를 좀 더 유연하게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나 알파고(AlphaGo)와 같은 인공지능에 의한 특이점(Singularity Point)이 예상되는 것처럼 빠른 기술 변화가 진행되는 변화의 시기에 처해 있는데도, 학교에서 전문적인 학문 분야를 담당하는 학과들은 빠른 변화에 적응이 느리다.

 

이중 구조를 가진 학과 제도와 유사한 사례는

 현재 카이스트의 학사 입시 요강과 대학원 입시 요강을 분석해 보면, 학사 입시 선택의 범위(17)에 비해, 대학원의 입시 범위(31)가 훨씬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 공과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DTU) 역시 학사 개설 숫자(18)보다 대학원 개설 숫자(28)가 많이 제공된다. 2008년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에서도 새로운 특화 대학원의 설립을 지원하면서, 이원화된 학사 시스템을 권장하였다.

 한편, 대형 병원의 진료 과목은 점점 세분화되어 진료 과목 숫자는 늘어나지만, 동시에 암 센터, 심혈관 센터, 당뇨병 센터, 소아병원 등으로 협진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이 역시 세분화와 동시에 융합이 이루어지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교육 수요자가 얻는 도움

 학문의 전문화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이과, 문과), 대학교(학과), 대학원 석사와 박사(지도교수별 분야)와 같이 수준이 올라가면서 점점 세분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모습은 나무의 기둥에서 줄기로, 그리고 가지로, 잎사귀로 세분되는 모습처럼 자연스럽다. 학생들은 학사 과정에서는 덜 분화된 학문 분야에서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을 받고, 세분된 대학원에서는 새로운 기술 발전의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다.

 구글에서 검색이 가능한 고전(古典)을 외우는 것보다는, 그 고전이 형성된 과정을 다시 재현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실습해 보거나, 실패가 반복되는 새로운 연구 개발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을까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경우에, 기업에서의 전통적인 모집 분야와 졸업한 학과 (새로운 융합 분야) 사이에 부조화(Mismatch)가 발생하여, 원하는 직장에 지원하는 것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소속감이 약해질 수도 있다. 특히 동문회의 구성과 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학원 학과의 생성과 종료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대학원 학문 분야에 대한 소속감과 동문회의 운영과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모험적인 선택을 선호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가이드를 선호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불만 사항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중 구조의 실험적 도입

 도시 개발 과정에서 구도심을 재개발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심을 개발하는 것이 쉽고 빠르므로, 새로운 이중 구조를 갖는 실험적인 대학을 새로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대학원 학과의 설립을 자율화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며, 실패한 학과의 명예로운 자동 종료를 위한 규정도 함께 마련한다.

 예를 들어, 10명의 교수가 합의하면, 새로운 대학원 학과를 설립할 수 있고, 100명의 교수가 합의하면, 대학(College)을 새로 설립할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 또한 현재 카이스트에서 진행 중인 무학과 융합기초학부에 접목하여 추진하는 방안도 제안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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