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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밟을 땅이 남아있는가
에단 코엔, 조엘 코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50호] 2018년 08월 21일 (화) 류제승 기자 ryjs9810@kaist.ac.kr

  군인 출신 사냥꾼 르웰린 모스는 사냥 도중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을 목격한다. 모스가 서 있던 곳은 마약 거래의 현장이었고, 이내 시체들 옆에서 이백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발견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유혹에 넘어간 모스는, 결국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은 최악의 킬러를 부른다.

 돈을 되찾을 목적으로 고용된 킬러 안톤 쉬거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감정 없이 살인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작중 그는 단순한 살인마 이상의 벗어날 수 없는 악운을 상징한다. 쉬거는 자신을 고용한 갱들은 망설임 없이 죽이지만, 자신의 기분을 언짢게 한 가게 주인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살려준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행동은 모든 이에게 우연과 운에 따른 공평한 재앙이 되려는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모스는 쉬거의 존재를 금방 직감한다. 돈 가방을 발견했을 때부터 갱이 자신을 쫓을 것을 예상한 모스는 아내를 고향으로 보낸 후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스는 쉬거의 추적에 번번이 따라잡히고 크게 다친다. 많은 이들에게 쉬거의 존재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이지만, 정작 쫓기고 있는 모스 자신은 쉬거를 죽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는 추격과 부상에도 모스는 쉬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용감하게 맞선다.

 이 영화는 도망치는 모스, 그를 쫓는 쉬거, 그리고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벨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지만, 둘의 그림자도 목격하지 못한다. 벨은 두 젊은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이기에 둘을 볼 수도 없다. 그는 두 남자가 가진 욕망과 살의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지게 된다. 벨은 그저 과거를 추억하며 세상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한탄할 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은 욕망의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 벨의 무력함을 드러내며 사회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꾸짖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표상으로 변형되어 사회에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고, 쾌락을 위해 남을 해치곤 한다. 눈앞의 거금에 눈이 멀어 미래를 포기한 모스의 행동이 쉬거라는 거대한 악운을 불렀듯, 욕망에 따른 행동은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젊은 시기를 거쳐 살아남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지혜로워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행동을 비판하지만, 사회는 이미 망가져 버렸다. 과거의 젊은이들이 망가뜨린 곳에, 지금의 노인들이 설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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