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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展>, 상처를 극복한 영원의 웃음
[450호] 2018년 08월 21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작품은 끝없이 흐르는 힘으로 파괴되고 남아 있는 무언가이다. 그러나 폐허는 아니다. 자유를 얻은 듯 날아다니는 여성, 미묘한 표정의 거대한 얼굴, 수많은 그림 편지, 고대 신들의 기이한 형상 등 그녀의 모든 작품은 한번 무너졌던 건물을 다시 쌓아 올린 것처럼 일그러졌고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았다. 특유의 선과 색, 빛과 그림자, 여성과 남성, 원과 직선이 온전한 형태 없이 엉겨 붙고 소용돌이친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결코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니키의 삶이 불안을 딛고 일어서듯, 작품들은 곧은 시선을 포기하지 않은 채 세상을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다.

 

니키 드 생팔,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다

 니키 드 생팔은 파리의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니키는 가정의 중심이었던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했으며, 성적 학대를 당하였다.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지만, 가정의 억압에서 비롯된 반항적 태도는 적응을 방해했다. 억눌리고 상처받은 그녀의 영혼은 말할 곳이 없어 혼자 앓았고 시간에 의해 아물지 않았다. 그녀는 18세에 결혼한 해리 매튜와의 관계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했고, 아내,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에 어려움을 느껴 끝내 이혼했다. 실패하는 인간 관계 속에서 잦은 신경증에 시달리던 니키는 정신병원에서 받은 미술 치료에서 희망을 찾았다. 끝없는 에너지를 품은 예술 작품을 접하고 내면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곪았던 마음을 직접 마주했다.

 니키는 상처의 치유를 넘어서 자신을 구속했던 것들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1961년에서 1963년 사이 연달아 발표된 <사격회화> 시리즈는 고통과 분노의 서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 위에 직접 총을 쏘았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감과 함께 권위는 터지고 피 흘리고 힘을 잃는다. 작품 <대성당>, <괴물의 마음>, <붉은 마녀>는 욕망의 상징인 무기, 뱀, 부러진 십자가, 해골, 감옥, 바퀴 등이 어지럽게 얽혀 만들어졌다. 이 끈적한 결합은 각각 종교, 전쟁, 남성을 흉측한 형태로 쌓아 올려 만들어졌으며, 그것들은 끝내 니키의 총구 앞에서 피를 토한다.

 니키는 분노의 표출에서 멈추지 않았다. 분노를 예술로 승화해 억압되지 않은 비현실적 여성 <나나>를 탄생시켰고 자신, 그리고 여성을 위한 작품을 이어갔다. <나나> 연작에서, 임신한 듯 배가 튀어나온 여성상의 모형이 갖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탄력적 몸을 이끌고 하늘로 튀어오르기도, 물구나무를 서기도, 춤을 추기도 한다. 한결같이 자유로운 나나들의 움직임은 관찰자에게 활력과 용기를 준다.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있으며 자신의 색을 신경 쓰지 않는 흰색, 검은색, 푸른색, 초록색 나나들은 그 자세 그대로 곳곳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대중을 향해 뻗어가는 웃음과 활력

 니키는 작품 활동으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겨냈고 소중한 관계도 형성했다. 장 팅겔리와 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인생의 2막에서 사랑과 우정, 기쁨에 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니키는 장 팅겔리와 여러 번 협업하며 예술적 소양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한편, 장 팅겔리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인간을 향한 신뢰와 애정을 키울 수 있었다. 그녀는 인간적으로, 예술적으로 성장해 나갔으며, 나나 이후로는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창작했다.

 작품 <You made me discover>는 누워있는 풍만한 여성과 그녀의 몸에 적힌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들은 불어와 영어를 오가며 적혀있는 부위를 그대로 나타내기도 혹은 여성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을 통해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니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이 작품에서 여성의 표정은 풍족하다. 이외에도 장 팅겔리의 이름과 외형이 직접 등장하는 많은 그림은 자체의 크기를 넘어 그녀가 담을 수 없었던 애정의 크기를 보여준다.

 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니키가 화가로서 활동하는 내내 깊은 공감을 표하고 응원하였다. 니키는 다양한 고민을 요코에게 털어놓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낼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그림 편지들의 수신인은 대부분 요코이며, 요코는 니키의 작품을 계속 모아 세계 유일의 니키 드 생팔 박물관을 세워 그녀의 작품을 세계에 알렸다.

 

 예술과 인연의 힘을 얻어 위기를 극복한 경험은 이제 대중의 상처를 위로한다. 니키는 고대 신화, 타로, 동물들에서 웃음을 찾아 회화로 표현하고 조각에 새긴다. 명랑하고 밝은 상징들은 니키의 작품에서 출발해 관객으로 퍼져나간다. 거대 조형물 <타로 공원>은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약 25년의 긴 시간 동안 그녀의 혼을 바쳐 탄생한 기이하고 환상적인 <타로 공원>은 따뜻하며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장소 | 한가람미술관 제 1,2전시실

기간 | 2018.06.30.~2018.09.25.

요금 | 14,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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