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구조로 배열된 분자는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 … 삼중 캡슐 구조 제작으로 레이저의 세기, 방향, 파장 모두 조절 가능해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김윤호 박사 공동연구팀이 풍뎅이의 표피를 모방한 머리카락 굵기의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22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풍뎅이 표피처럼 작용하는 액정 구조

 크리슈나 글로리오사(Chrysina Gloriosa) 풍뎅이의 표피는 왼쪽으로 회전하는 나선형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좌측으로 원평광*된 빛만을 반사하는 성질을 띤다. 글로리오사 풍뎅이의 경우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가시광선 중 초록색을 나타내는 대역이어서 풍뎅이의 표면이 초록색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하는 풍뎅이 표피를 모방한 액정을 제작함으로써 레이저 공진기를 개발했다.

 

밴드 엣지의 특성으로 레이저 제작해

 액정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를 띠는 물질로 대부분의 고체와 같이 분자가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음과 동시에 액체와 같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콜레스테릭 액정(Cholesteric Liquid Crystal, CLC)은 입자들이 나선형 구조로 배열되어 있어 빛이 입사하는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다르다.

 콜레스테릭 액정에는 광 밴드 갭**(Photonic Band Gap)이 존재해 액정 내부에 특정 파장의 빛이 존재할 수 없지만, 밴드 갭 양 끝 단의 밴드 엣지(Band Edge)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은 오히려 광 상태 밀도가 높아 액정 내부에 잘 존재할 수 있다. 밴드 엣지에서는 빛의 속도가 느려지는 효과가 나타나 액정 내에 빛이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며, 이를 이용해 빛을 증폭시켜 레이저 공진기를 개발할 수 있다.

 

기존 모습 벗어난 삼중 구조의 캡슐

 기존에도 콜레스테릭 액정으로 레이저 공진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주로 필름 형태의 액정을 기판에 코팅하는 방식을 사용해, 레이저의 방향이 고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미세한 유체 관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고유 기술을 이용해 유계 용해질과 수계 용해질이 번갈아 나타나는 삼중 구조의 캡슐을 제작했다. 캡슐의 중심에는 CLC와 형광 물질이 유계 용해질에 녹아 있으며, 폴리바이닐알코올(Polyvinyl Alcohol) 수용액으로 이루어진 배향층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배향층은 내부의 CLC를 캡슐 표면에 수직으로 배향시키며, 이는 나선 구조들의 중심에서 뻗어 나오는 모양으로 정렬하는 역할을 한다. 캡슐의 최외곽은 실리콘 고무로 이루어져 있어 레이저 공진기의 모양을 유지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저 세기와 방향 모두 조절 가능해

 이렇게 만들어진 레이저 공진기는 빛을 전 방향으로 내보낼 수 있으며 크기가 200μm 정도로 매우 작아 생물 내부 등에 주사기로 주입해 국부 영역을 발광시키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캡슐 표면이 실리콘 고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캡슐에 압력을 가해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레이저의 발진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압력이 가해진 캡슐이 원반 모양으로 서서히 납작해짐에 따라 밑면에서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강해지는 것을 이용해 레이저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CLC의 밴드 엣지 파장이 짧아진다는 성질을 이용해 레이저의 파장을 조절할 수 있기도 하다.

 김 교수는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해 물질 내의 온도 분포를 알아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미소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캡슐형 센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원편광*

빛의 파동 중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진동 방향이 회전하고 있는 편광 상태.

광 밴드 갭**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배열로 인해 특정 파장의 빛이 물질 내부에 존재할 수 없는 띠틈.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