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진행된 중운위 끝에 걸린 깃발 ...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들

 지난달 14일, 제32대 학부 총학생회 <받침>(이하 총학)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문화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총학의 퀴어퍼레이드 참가는 퀴어문화축제에 카이스트 학생 사회가 연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총학은 퀴어퍼레이드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또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개설,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소통 창구 운용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중운위에서의 의결 과정에 대한 논란 역시 불거졌다.

 

총학, 작년보다 많은 소통안 고려해

 지난해, 제31대 학부 총학생회 <품> 역시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바 있고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본지 436호, <총학, 논란 속 퀴어축제 참여>) 특히 학교 이름을 거는 행위에 대해 학우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지적을 고려하여 지난 5월 25일 제5차 중운위에서 ‘총학 차원의 퀴어퍼레이드 참석 여부’를 어떻게 논의할지에 대한 의논이 이루어졌다. 중운위에서 이재석 총학생회장은 “퀴어퍼레이드 연대에 대한 논의는 총학 구성원들이 담론 형성을 통해 소수자 의제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운위는 설문지를 통해 논제 수렴을 진행하고, 학과별 익명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의견을 수렴하여 담론을 형성하는 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운위가 종료된 후 총학은 학과별로 인원의 차이가 있는 만큼 논의의 활성화 정도가 다를 수 있고, 각 과 학생회의 오픈채팅방에 혐오 발언 필터링을 위해 참여할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집행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익명 오픈채팅방을 개설하는 것으로 담론 형성 방식이 변경되었다. 

 

하루만에 무산된 오픈채팅방 논의

 총학은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설문지를 통해 학우들로부터 논의되었으면 하는 논제들을 조사했다. 논제 수렴 기간이 종료된 후, 총학은 ‘총 151건의 답변을 받아 논제를 정하였고, 6월 22일부터 3일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논의를 진행한다’고 알렸다. 오픈채팅방에서는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총학이 참여하기에 부적절한 소지가 있는가 ▲총학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총학의 퀴어문화축제 참가는 총학생회장단 및 중앙집행위원회의 유의미한 집행력 손실로 이어지는가 ▲2017년도와 같이 중운위만을 통해 총학의 공식적인 참가가 의결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합당한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오픈채팅방을 통한 논의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첫날 오픈채팅방에는 100명이 넘는 학우가 참여하면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와 관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였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다수 이루어졌으며 음란한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안진웅 부총학생회장은 “더 이상 오픈 채팅방에서 논의가 지속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 말하며 “지금 상황보다 더 나은 소통 방식 해결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카대전)에서는 총학이 오픈채팅방에서 논의를 관리하기 위해 충분한 인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과 성소수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혐오 발언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게시되었다. 총학은 하루 만에 오픈채팅방을 통한 의견 수렴을 중단하였고 6월 24일 모든 소수자들과 학우들에게 전하는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그와 동시에 오프라인 공청회는 예정보다 하루 늦은 6월 26일에 개최할 것임을 공지하였다.

 

찬성측이 다수였던 오프라인 공청회

 익명으로 진행된 오픈채팅방에서의 논의와는 달리 오프라인 공청회에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 않았다. 오픈채팅방에서 이루어진 논의에는 연대에 반대하는 학우가 다수 참여했지만 공청회에서는 총학 관계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 위원 등 연대에 찬성하는 학우들이 주를 이루었다. 공청회에서는 총학의 이름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또한 그에 대해 정책 투표가 진행될 수 있는지 논의가 오갔다. 한 학우는 “총학의 퀴어퍼레이드 참여가 모든 퀴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이에 대해 박제희 학소위 위원장은 “총학 이름으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말하며 “총학이 학교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총학 차원의 연대는 많은 학내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혐오에 대해 맞서 싸워나갈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퀴어퍼레이드 참여 여부와 관련된 정책 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한 학우는 “인권 문제는 투표에 부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가시적으로 혐오를 가하는 투표라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설득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총학생회 차원의 참가에 대한 투표가 인권 탄압인지 모르겠다. 퀴어퍼레이드 참가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문제에 관해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 EQUEL(이하 이클) 회장은 “나는 용기를 가지고 오프라인 공청회에 나왔지만 반대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는데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챙겨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부총학생회장은 “공청회에 나서지 않는 학우들도 결국 총학생회 회원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 사회에서 대의민주주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도 하였다. 이 총학생회장은 공청회를 마무리하면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하여, 이틀 뒤 진행되는 중운위에서 이 의견들과 분위기에 대해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운위, 학우 의견 바탕으로 의논해

 6월 28일에 열린 제6차 중운위에서는 총학생회장단이 오픈채팅방과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정리해 작성한 안건지를 바탕으로 총학의 퀴어퍼레이드 참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안건지에는 공청회 및 오픈채팅방에서 제시된 학우들의 의견이 담겼고, 이에 대한 총학생회장단의 답변 역시 포함되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안건지에 포함된 총학생회장단의 답변에 대한 점검 및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퀴어문화축제 참여가 총학의 집행력을 손실하는 일인지에 대하여 윤현식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회장은 “실질적 집행이나 요구되는 예산에 대한 답변만이 아닌 참여로써 달성되는 가치가 무엇이기에 집행력을 소모하는지 명쾌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퀴어퍼레이드 참가가 성소수자의 가시화 및 인권 향상을 위한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이민재 총학 사회참여국장은 “제도의 미비함 때문에 현재 카이스트의 성소수자 동아리가 정동아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총학 명의를 부여해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줄 당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중운위에 참가한 학소위 위원과 이클 회원은 퀴어퍼레이드 참여가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한영 항공우주공학과 학생회장은 “이번 퀴어퍼레이드 참가 여부 결정과 유사한 대외적 사안을 처리할 때 참고할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 총학생회장은 이날 중운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7월 중운위의 의결문안과 안건지를 작성하고, 각 학과를 통하여 일련의 논의에 대한 이의 제기를 받은 후 다시 논의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회의를 끝맺었다.

 

투표 시행 않기로 한 제7차 중운위

 다수의 학과에서 이의가 제기되었고, 지난달 6일 제7차 중운위가 개최되었다. 중운위에서는 먼저 정책투표를 실시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정책 투표를 진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퀴어퍼레이드 참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책 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안 부총학생회장은 정책 투표를 시행하는 방법은 본회 회원 1/20이 연서를 하면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덧붙여 “4,000명이 있는 학교에서 200명이 중운위 의결에 이해할 수 없다는 연서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중운위에 대한 불신임이다. 학생 기구들과 학우 대중과의 괴리를 일컫는 것이고,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방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책투표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와 동시에 ‘퀴어문화축제 참여가 정책투표까지 가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의견과 ‘정책투표를 한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 매년 투표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제시되었다. 이후 정책투표로 연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투표에서 찬성 0명, 반대 11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되었다.

 

네 차례 가투표를 거쳐 연대 결정해

 정책 투표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후 중운위는 퀴어문화축제 연대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를 진행하였다. 논의 과정에서 중운위원들에게 연대 여부를 묻는 가투표가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첫 번째 가투표 결과 찬성 8명, 반대 7명, 기권 3명으로 표결되었다. 이 총학생회장은 “찬성과 반대의 차이보다 기권표가 많아 논의를 더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가 이루어졌고, 논의가 길어지자 중운위원들은 두 번째 가투표를 진행하고, 찬반 표 수의 차이가 기권표의 수를 넘지 못한다면 생각을 정리한 후 다음 날 논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두 번째 가투표 결과는 찬성 6명, 반대 7명, 기권 5명으로 이에 따라 중운위는 잠시 휴회했으며 7월 7일 밤에 속회되었다.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하루 동안 중운위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고, 이전 가투표에서 기권한 위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가투표를 한 번 더 진행하였다. 세 번째 가투표의 결과는 찬성 7명, 반대 11명, 기권 2명이었다. 반대에 표결한 중운위원의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운위에 참관한 이클 회장은 “인권 총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다면 연대가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것이 방법이 되어야지 설득이 안 되었다고, 어렵다고 연대를 보류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 부총학생회장은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중운위가 학우들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연대의 의미를 완전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며 퀴어문화축제 참가 여부를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클 회장은 “총학이 연대하지 못했을 때, 카이스트에 존재하는 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더 이상 명목상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그 후 진행된 네 번째 가투표에서 찬성 8명, 반대 5명, 기권 1명이 나와 최종 의결이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 총학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였다. 최종 의결 전 이 총학생회장은 “퀴어문화축제 참여에 대한 공청회와, 어떤 사안에 정책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는 공청회를 진행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운위는 최종 의결을 통해 퀴어문화축제에 총학 차원으로 연대하고, 학내의 반대 의견을 고려해 공청회를 비롯한 사후 조치를 행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총학의 연대 결정에 불거진 논란들

 이후 중운위는 학내 커뮤니티 ARA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KAIST 학부 총학생회 연대 입장문’을 게시하며 퀴어퍼레이드 참가 결정 사실을 알렸다. 중운위는 입장문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는 앞으로 우리 학생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학부 총학생회의 선언이 될 것이다’라며 퀴어퍼레이드 참가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퀴어퍼레이드 참가 반대 의견에 대한 중운위의 입장, 정책투표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 역시 입장문에 포함되었다.

 입장문 발표 이후 학내 커뮤니티 ARA와 카대전 등에서 많은 학우들이 총학의 퀴어퍼레이드 참가에 대해 의견을 표출했다. 특히 ‘총학의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는 의견과 ‘중운위 의결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을 제시한 학우들은 주로 제7차 중운위에서 퀴어퍼레이드 연대 여부를 묻는 가투표를 4번 진행한 것을 지적했다. 이 과정이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카대전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총학은 가투표에서 찬성표와 반대표의 차이보다 기권표가 더 많이 나오면 의견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가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중운위 논의 과정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글이 카대전 등에 게시되었고, 퀴어문화축제 연대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한 학우가 정책투표 시행을 요구하는 연서를 발의해 다수의 학우들이 연서에 참여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 참가 사후 대책 의결돼

 이와 같은 학우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지난달 18일 진행된 제8차 중운위에서 퀴어퍼레이드 연대안 가결에 대한 사후 논의가 이루어졌다. 중운위원들은 크게 두 가지 사후 대책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먼저 ‘중운위를 통한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연대안 의결이 적절했는가’를 묻는 설문조사와 ‘앞으로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를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가’를 묻는 정책투표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연대 의결 관련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를 공개 모집하기로 하였다. 중운위는 이틀이 지난 7월 20일 입장문을 통해 설문조사 및 정책투표를 시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중운위는 입장문에서 정책투표를 요구하는 연서가 발의된 것을 언급하며 ‘연서 발의와 연서에 참여한 학우들의 수로 미루어볼 때 유의미한 여론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안 부총학생회장은 학내 커뮤니티 ARA과 카대전을 통해 “회칙상으로 의결사항에 오류가 발견되었다”며 “정책투표를 설문조사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안 부총학생회장에 따르면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를 투표를 통해 진행하도록 하려면 회칙 개정이 필요한데, 중운위가 시행하고자 하였던 정책투표는 회칙 개정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동의를 구한 후, 정책투표를 설문조사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한편, 중운위는 조사위원회를 공개 모집하려 했으나  신청자가 없어 위원이 모집되지 않고 있다.

 이 총학생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퀴어퍼레이드 참가 결정 과정에서 학우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총학생회장단이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단은 이와 관련하여 9월 중으로 재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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