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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보이콧은 해프닝인가
[449호] 2018년 05월 29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해프닝은 우연히 일어난 일 또는 별다른 결과나 여파 없이 싱겁게 끝난 우발적인 사건이나 소동을 의미한다.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의미와 용법을 우리말에서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1960년대에 유행했던 전위 예술의 한 장르를 가리켰던 말인 “해프닝(Happening)”이 전용된 것으로 보인다. 예술 장르로서 해프닝은 사람의 몸이나 배치된 물건으로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표현과 장면을 연출하는 행위 예술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용어를 “해프닝쇼”의 형태로 사용하다가, 70년대에 일부 언론에서 사건, 사고라는 의미로 사용하거나 실시간으로 현장을 연결하는 꼭지의 이름으로 “해프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어법에서 해프닝이라는 말이 전달하는 의미는 이렇게 추적해 볼 수 있다.

  지난 4월초에 인공지능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우리학교와의 협력과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공개 서한을 보내어 세계 주요 언론과 매체 보도에 우리학교 이름이 오르내린 일이 있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가 진행하고 있는 “킬러로봇 개발 중단”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 2월에 우리학교에서 개소한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가 완전자동화(Fully Autonomous) 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과학자 대표는 3월 2일에 카이스트에 직접 공개 질의 서한을 보내 왔고, 캠페인 담당자도 3월 5일에 외교부 장관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따로 공개 질의 서한을 보냈으나, 이는 21일에 우리학교에 접수되었다. 학교측은 29일에 공식적인 답변을 공문으로 발송했으나, 제때에 전달되지 못한 탓인지 4월 4일에 저명 학자들이 보이콧을 선언하였다.

  결국 보이콧은 철회되었지만,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이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부처의 미온적 대응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또한,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생산하기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의 모니터링을 받는 회사와 같은 그룹의 유사한 계열사 이름을 연구소 개소 때에 별다른 설명 없이 홍보하여 불필요한 주목을 끌었던 점도 아쉽다. 우리나라는 집속탄 생산 및 수출국으로서, 민간인 대량살상의 우려 때문에 2008년에 채택된 집속탄에 관한 조약(CCM)에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 108개국에 달하는 조약 가입국 대부분은 집속탄을 생산하는 국내 두 개의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국방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이미지를 우리학교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보이콧 사건은 여러 오해가 겹쳐지고 해명이 늦어지면서 일어났고, 다행히 큰 영향이나 여파 없이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쉽게 잊힐 만한 소동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근거 없는 오해를 탓하기 전에 돌아볼 것들이 많다. 보이콧이 빠르게 수습되어 카이스트의 명망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해외 학자들과 일하거나 국제학회에 갔을 때에 관련된 질문을 받는 일은 많아질 것 같다. 과학기술인으로서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흔한 말로 단순하게 요약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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