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신문 편집장을 맡은 지 어느덧 반년이 되어갑니다. 마냥 생소하고 어렵기만 했던 이 일도 이젠 적응이 꽤 되었습니다. 여전히 서툴지만. 2018년도 봄학기 마지막 신문이 발행되면 이번 학기가 채 2주도 남지 않게 됩니다. 서툰 저를 믿고 바쁜 시간을 내어 도와준 카이스트신문 기자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신성철 총장과의 간담회의 안전 세션에서는 3월 30일 발생했던 교내 화학 물질 취급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미화 노동자가 정보전자공학동 4층 내부 공간을 정리하던 중, ‘불산’이라고 표시된 플라스틱 용기 내부 액체를 청소용 락스로 오인하여 여자 화장실의 다른 락스 용기에 부었던 사건이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이후 6시간 동안 일체의 공지가 나오지 않은 점, 6시간 만에 나온 공지도 일부에게만 이루어진 점, 전 학우에 대한 공지는 학교 측이 아닌 대학원 총학생회에 의해 이루어진 점 등에 대해 많은 학우가 문제와 불만을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불산은 누출되지 않았으며,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전 학우들에게 보낸 메일이 오히려 학우들의 혼란만 가중했다고 일관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출된 화학 물질이 불산이었는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단지, 조금이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학교 측에서 빠른 시간 안에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학우들의 혼란을 가중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불산’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 행동은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학우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누구보다 빨리 화학 물질이 누출된 사실을 전 학우에게 알렸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실제로 누출된 물질이 불산이었다면, 비록 학교 측이 해당 물질을 밀봉하는 등 매우 긴급하게 안전 조치를 취했을지라도, 학교 측의 늦은 공지 때문에, 몇 명의 학교 구성원이 건강상의 문제를 얻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상부에 보고하고 무엇인지 규명하는 ‘절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절차를 무시하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이 더욱 필요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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