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학기에 독방을 사용하고 있다. 독방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독방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학교 기숙사 규정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이 학교에서 독방을 쓰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봄학기 생활관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방을 같이 쓰기로 한 친구가 있었다. 실제로 그 친구와는 겨울학기에도 같이 방을 쓰고 있었고, 봄학기 개강 이후에도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나에게 갑작스럽게 휴학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친구는 휴학을 준비했고, 개강 후 일주일, 수강신청변경 기간에 학교를 떠났다. 그 후로 나는 점차 독방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독방에 적응하는 듯하였으나, 그 친구가 나간 뒤 일주일 후, 나는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에 같이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입니다. 혹시 오늘 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연락에 놀란 것도 잠시, 이내 방에 남아있는 독방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룸메이트와 나는 초면이었기에 조금씩 친해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주 뒤, 이전 친구와 같이 룸메이트는 나에게 자신의 휴학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나는 개강 후 한 달 동안 두 명의 룸메이트를 만나고 또다시 독방이 되었다.

  독방이 되면 장점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알람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잠귀가 어두워 내 알람이 룸메이트의 잠을 방해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나는 그것이 미안해서 고등학교 때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기상방송을 이용했고, 대학교에 와선 무선헤드폰을 끼고 잤다. 하지만 방을 혼자 쓰니 내 알람으로 인해 생기는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알람을 맞춰도 된다는 점이 내가 느끼는 가장 큰 편리함인 것 같다. 또한, 방의 모든 상황이 오로지 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 좋다. 내가 원할 때 불을 끄고 잘 수 있고, 시원하다고 느낄 때까지 에어컨을 틀 수 있고, 추우면 끌 수 있다. 언제든지 환기할 수 있고,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갈 때 ‘룸메이트가 나 때문에 깨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영화를 볼 때 스피커를 이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 이어폰을 찾지 않아도 된다. 또한, 주말에 늦게 일어나면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어 좋다.

  하지만 독방이라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외롭다는 것이다. 나의 안부를 물어줄 가장 가까운 친구가 없고, 생각이나 고민거리를 함께 나눌 가장 가까운 친구가 없으며, 늦은 밤 잠옷 차림으로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피곤해지면 잘 수 있는, 그런 가까운 친구가 없다. 휑한 방안에서 아침을 맞이하여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왠지 더 조용한 방에서 잠들게 된다. 처음엔 잘 못 느꼈는데, 요즘엔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외로움이 더 커지는 것만 같다. 다른 단점으로는 방이 점차 복잡해져 간다는 것이다. 혼자 쓰는 공간이 더 넓어진 만큼 어지를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지고, 청소하게 되는 공간도 넓어지는 것 같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룸메이트가 없으니 공간확보를 위해 빨랫대를 내가 쓰지 않는 침대 위에 놓고 쓴다. 그럼 빨래가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빨래를 개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어느새 빨랫대에 널어진 옷을 입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2인분 이상의 야식을 시켜 먹기 힘들다는 것과 내가 원할 때 잘 수 있으니 계속 불을 켜놓고 개인 시간을 즐기다 늦게 자서 다음날을 피곤하게 보낸다는 등의 단점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작년까지 한 번도 독방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독방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껏 약 10주 정도 살아본 결과, 독방의 장단점을 알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인 나에게 독방은 색다른 경험인 것 같다. 여러 장단점이 같이 있지만 나는 나름대로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다. 앞으로 종강까지 남은 3주를 ‘독방’이란 장점을 살려 더욱 알차게 살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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