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섬유의 전구체에 탄소나노튜브를 배합할 경우 물성이 개선되는 현상에 대한 이론을 밝혀 차세대 탄소 섬유 개발의 토대 마련

   EEWS 대학원 김용훈 교수 연구팀이 탄소 섬유의 고분자 전구체와 탄소 나노 튜브로 대표되는 보조재 간 계면의 전자 구조적 특성을 규명하여 차세대 탄소 섬유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1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탄소나노튜브의 탄소 섬유 개선 효과
  탄소 섬유는 밀도 대비 강도가 높고 열적으로 안정하여 고기능 자동차나 비행기 등 여러 산업 분야에 널리 응용되어왔다. 하지만, 탄소 섬유의 결정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비결정성 영역은 탄소 섬유의 한계를 유발한다. 탄소나노튜브는 이들 분자를 정렬하는 틀(Template)이자 응결핵으로 작용함으로써 탄소 섬유의 질서도를 높일 수 있다. 이전까지 적정량의 탄소나노튜브를 탄소 섬유에 적용하면 분자적 결함을 줄여 섬유의 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전기와 열전도율을 높여서 구부러질 수 있는 전자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효과를 야기하는 이론적 배경, 즉 섬유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 간 계면에서의 분자적 상호작용과 전자 구조적 특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 가지 시뮬레이션으로 밝혀낸 원리
  연구팀은 양자역학적 제1 원리 계산*과 뉴턴역학에 기반을 두는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함께 사용하여 탄소 섬유의 전구체로 널리 이용되는 PAN(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Polyacrylonitrile) 중합체와 탄소나노튜브 간 계면의 전자적, 원자적 특성을 계산했다.
  여러 중합체와 마찬가지로 PAN 중합체는 긴 사슬을 이루는 분자 골격과 그에 달린 짧은 곁가지 작용기로 구성된다. 이때 곁가지에 해당하는 나이트릴(Nitrile) 기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성질인 전기음성도가 높아 인접한 탄소나노튜브로부터 전자를 끌어온다. 전자 밀도가 원자들의 전기 음성도 차이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집중되면 마치 자석과 같은 쌍극자가 생겨난다. 이러한 쌍극자는 주변의 다른 쌍극자와 상호작용하고, 이는 불규칙한 분자 배열의 원인이 된다. 한편, PAN 중합체 골격에 존재하는 수많은 수소 원자는 탄소 원자보다 전기음성도가 낮기 때문에 인접한 탄소나노튜브에 전자를 빼앗긴다. 즉, 탄소나노튜브와 상호 작용하는 PAN 중합체의 분자 구조에서, 작용기가 얻는 전자 밀도와 골격이 잃는 전자 밀도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다른 전구체와 비교했을 때 탄소나노튜브로 인한 물성 개선 효과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튜브 곡률에 따라 달라지는 상호작용
  연구팀은 여러 크기의 탄소나노 튜브 및 그와 비슷한 탄소 고분자로 실험을 확대한 결과, 탄소 나노 튜브의 곡률이 낮을수록 PAN 중합체와 탄소나노튜브 사이의 상호 작용이 강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곡률이 0인 그래핀 나노 리본(Graphene Nanoribbon, GNR) 역시 PAN 중합체와 잘 상호작용하는 물질로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PAN 중합체와 탄소나노튜브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성이 개선되는 원인을 밝히고, 물성을 조절하는 요인으로써 탄소나노튜브의 곡률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제1 저자로 참여한 이주호 박사과정은 “탄소 나노 튜브를 이용한 탄소 섬유 합성 실험은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이론을 통해 실험 결과에 확신을 부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제1 원리 계산*
전자의 거동을 해석할 때 경험적 모델을 도입하지 않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직접 푸는 양자역학적 시뮬레이션.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원자 간 작용하는 힘을 통해 원자들의 운동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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