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 경기 중 충돌을 갈등의 지표로 삼아 … 선수의 사회적 위치와 충돌 횟수 간 관계 확인하고 갈등 두드러지는 상황도 파악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이 조직 구성원 간의 구조적 등위성*(Structural equivalence)이 유사할수록 파괴적 갈등**(Destructive conflict)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일 ESMT(European School of Management and Technology)의 매슈 보스너 교수, 프랑스 INSEAD(Institut Europe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의 헤닝 피준카 교수, 미국 재무부의 리처드 헤인즈 박사와의 공동 연구였으며, 지난 3월 26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협력’에 초점 맞춰졌던 기존 연구들
  사회적으로 유사한 사람들끼리 갈등이 발생한다는 이론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저 굴드(Roger V. Gould)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사회학에서는 구성원 간의 협력을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이론에 입각한 기존 연구들 또한 동물의 체내 호르몬 수치 등을 바탕으로 수행한 연구들이라 인간 사회에서 구성원 간 유사성과 이들 사이 갈등의 관계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충돌로 갈등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F1 경기는 자동차의 바퀴가 겉으로 드러난 오픈 휠 형식의 포뮬러 자동차 경주 대회이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팀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총 45년간의 포뮬러 원(Formula-one, 이하 F1)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였는데, 이는 이번 연구를 수행하는데 매우 적합한 자료였다.
  먼저, F1 경기는 종목의 특성상 선수 간의 갈등을 측정하기가 용이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경주를 하는 F1 경기에서 충돌은 선수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하며, 흔히 경쟁자를 위협하기 위해 적대적,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충돌 횟수는 갈등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된다.
  두 번째로는, 경기 전반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직에서 구성원 간의 경쟁 구도나 우위는 그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교해 스포츠 경기는 선수의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는 장점이 있고, 특히 F1 경기의 경우 경기 당일의 날씨 정보 등의 부가적인 정보들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구조적 등위성과 충돌 간 관계 파악해
  연구팀은 네트워크 연산을 통해 선수 간의 구조적 등위성을 수치화하였고, 이 자료를 기반으로 출발 위치, F1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점수 차이, 선수들의 랭킹 차이, 나이 차이, 경험 차이에 의한 효과를 보정하였다. 그 후, 드문 사례 로지스틱 회귀 모델(Rare Event Logistic Regression Model)을 사용해 경기자들의 구조적 등위성과 충돌 횟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어떤 경우에 이러한 갈등이 더 두드러지는지 분석하여, 경쟁자들 간 나이가 비슷할 때, 선수 실력이 우수할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즉 날씨가 좋을수록 충돌 횟수가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유사성과 갈등 사이의 연관을 명확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더불어 비이성적인 사고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살인, 폭행 등의 파괴적 갈등에도 사회학적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교수는, “본 연구는 최초로 인간 사이의 갈등을 연구한 것”이라며 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또한 “회사 등의 조직에서 단순히 경쟁력이 있는 사람만을 승진시키게 되면 높은 직급의 구성원끼리 갈등이 생길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며, “경쟁 관계에서 경력 프로필이 비슷한 사람들을 다른 조직에 편성하여야 할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응용 방안을 전했다.

구조적 등위성*
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행위자들과 동일한 관계패턴을 가진 행위자 간의 관계.

파괴적 갈등**
공동체의 단결을 깨고 생산성과 효율을 감소시키는 역기능적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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