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초학부 설치와 학생자치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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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기초학부 설치와 학생자치의 개념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8.05.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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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역사적으로 학문 연구의 중심이었고,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역할과 더불어 교육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의 자치는 역사적으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법적으로 인정되어 왔고,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학문의 자유를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면서 같은 취지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따로 명시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실천되는지에 대해서는 법률로 따로 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민주적인 원리에 의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학의 자율성 실현, 즉 자치에 참여하고, 어떤 제도적 장치를 두느냐 하는 문제는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지난 1년간 융합기초학부의 신설과 관련되어 진행된 논의를 보면, 대학의 자율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된다. 작년에는 기초융합학부의 취지와 구체적인 신설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여 논란이 되었고, 올해 들어서는 더욱 구체적인 논의와 비판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접점이나 합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학부 총학생회와 학교 집행부는 집중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과는 거리가 있는 사안에 대하여 감정적인 대립을 보이는 측면도 있다. 검토위원회의 회의 내용이나 발언과 관련하여, 공개 여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사항이 논란이 되고 있음은 더욱 안타깝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살펴보면, 학부 총학생회의 문제 제기를 통해 융합기초학부의 의미와 현실적 가능성이 많이 보완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 실현인 대학 자치에 참여하려는 당연한 시도이다. 그러나, 학교 측이 새로운 전공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학생 자치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모든 학생들에게 보장되는 학습의 자유와 전공 선택의 권리를 감안한다면, 학생의 총의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전공 과정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학부 총학생회에서는 18학번 새내기들이 융합기초학부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이유, 기존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우려, 또는 심화 또는 복수전공 프로그램과 병행할 경우 학생들이 경험하게 될 불이익과 같은 구체적인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새내기들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당사자들을 대변해야 할 것이다.

  융합기초학부가 취지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성을 가지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18학번 새내기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별도의 절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부 총학생회의 정책투표에 이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문항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절차의 민주성은 단순히 투표라는 형태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에 도달하는 설득과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힘은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다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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