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성 제
무학과 학사08

 

 

씬1. 잠실학생체육관안
잠실학생체육관안의 수많은 의자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해설자의 마이크소리로 인해 가만히 앉아있어도 귀청이 따가울 정도로 소리가 웅웅거린다. 해설자 옆 근처 큰 벽에는 ‘전국중학농구대회 결승전’ 이라고 써 있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경기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양편의 입구에서 파란색유니폼과 빨간색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선수들은 각 팀의 감독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코트 안으로 들어선다. 선수들의 얼굴 표정에는 긴장했는지 살짝 붉게 상기되어있다.

영수 : (붉은색의 자기 팀원들의 등짝을 한 대씩 치며) 자자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대로 하자. 우리는 오늘 트로피를 들고 학교로 돌아가는 거야.

팀원들 사이에서는 키가 그다지 큰 편이 아닌 영수가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곧 경기가 시작되는 지 3명의 심판도 코트위로 올라 온다. 양 팀의 선수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눈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자 일순 잠실학생체육관이 조용해진다. 선수들이 자세를 낮추고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며 경기가 시작한다.

선수1: 패스해 패스.
선수2: 공 돌려 더 빨리.

붉은색과 푸른색의 선수들이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전광판의 점수도 하나씩 올라간다.
어느샌가 전광판의 시계는 남은시간 1분을 가리키고 점수는 58대 58 이다.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르고 양팀이 자기 팀의 벤치로 돌아간다.

영수 : (입가에 웃음을 띠며) 자 여태껏 우리 고생 얼마나 많이 했어. 이제 1분이야. 남은 1분동안 우리의 모든 기량을 다 보여주자. 자! 하나 둘 셋
선수들 : (굵은 목소리로) 파이팅!

작전타임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고 양팀의 선수들이 코트위로 들어온다. 붉은 옷을 입은 영수네 팀의 공격. 영수가 드리블을 치며 상대편의 코트로 넘어간다. 한손으로 드리블을 치며 팀원들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조율한다. 그 때 영수의 눈이 자신의 마크맨의 빈틈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돌파를 시도한다. 영수의 마크맨도 처절한 표정을 지으며 막기위해 애쓴다. 결국 파울이 일어나고 심판이 호루라기를 부는 순간 영수의 무릎이 기이하게 꺽이며 영수가 바닥위로 넘어진다.

영수 : (아주 많이 고통스러운듯이 큰소리로 ) 아아아아악!!!

영수의 비명소리가 그 시끄러웠던 잠실학생체육관 전체를 뒤덮는다. 일순 끔찍한 비명소리로 관중이 조용해진다. 영수는 무척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을 감싸고 계속해서 비명을 내지른다.

씬2. 영수네 집 영수의 방안
영수 :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으아아악!!!

영수의 얼굴위로 식은땀들이 줄줄 흘러내린다. 거칠게 숨을 헉헉 거리며 내쉰다. 옆에서는 자명종이 시끄럽게 따르릉거리며 울리고 있다. 영수가 자명종을 끄고 자신의 앞에 있는 휠체어를 발견한다. 휠체어 뒤로는 벽장 가득한 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트로피들이 보인다. 영수는 한참동안 휠체어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씬3. 영수네 집 식당
여러 가지 반찬이 가지런히 식탁위에 올려져 있고 휠체어를 탄 채로 밥을 먹고 있는 영수. 영수의 앞에는 엄마가 영수를 애처로운 듯이 쳐다본다.

엄마 :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영수야 또 악몽ㅤㄲㅝㅅ니?
영수 : ...

영수가 밥을 거의 다 먹어갈 쯤 문밖에서 인기척이 난다. 띵동! 띵동! 하고 문의 벨이 울린다.

지수 : (큰소리로)영수야 학교가자!
엄마 : 지수가 벌써 왔구나. 어서 학교 갈 준비 하자.

영수가 수저를 내려놓고 학교가기 위해 옆에 있던 책가방을 맨다. 휠체어를 끌고 현관문으로 간다. 뒤에서 엄마가 현관문을 여니 현관문 앞에는 밝게 웃으며 순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서있다. 지수의 피부색은 흰 편이고 머리는 뒤로 가지런히 하나로 묶여있다.

지수 : (씩씩하게) 어머님! 안녕하세요!
엄마 : (고맙다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응 그래 지수 왔구나. 오늘도 영수 잘 부탁해. 집도 먼데 이렇게 매일 찾아오기 힘들지? 가면서 이거라도 먹어라.

엄마가 지수에게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 건넨다

지수 : (환하게 미소를 띤 채) 감사합니다! 어머니. 잘 마실게요. 영수야 빨리 가자 늦겠다 학교.

씬4. 등굣길
등굣길 주위로 단독주택들이 늘어져 있다. 영수의 휠체어를 밀고 가는 지수주위로 다른, 학교친구들도 두셋씩 짝지어 걸어간다. 걸어가며 몇 명은 가끔씩 영수를 흘깃거린다.

지수 : (활기찬 목소리로)영수야 너 그거 아니? 이번에 Dream에서 5집 발표한 거. 들어봤어?
영수 : …….
지수 : (영수의 대답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 어제 그거 들어봤는데 되게 좋은 거 있지. 역시 내가 가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니까? 영수야 내가 그 씨디 빌려줄까? 너도 들어볼래?
영수 : …….
지수 : 너도 들어봐. 되게 좋아. 씨디는 내가 빌려줄게. 언제 빌려줄까? 음 수업 마치고 우리 집에 들려서 너희 집으로 내가 갈게.
영수 : …….
지수 : 너도 들어보면 분명히……
영수 : (지수의 말을 끊으며) 지수야 너는 꿈이 뭐냐?
지수 : 꿈? 무슨 꿈?
영수 : 나중에 커서 되고 싶은 거.
지수 : 장래희망? 어렸을 적에는 많았지. 요리사도 해보고 싶었고, 파티쉐도 해보고 싶었고, 모델도 해보고 싶었고, 작가도 해보고 싶었고, 또... 그런데! 그럼 뭐해. 어차피 이루지도 못할 건데. 이제 우리도 고3 이고 수능 봐서 좋은 대학 들어가야지. 좋은 대학 들어간 다음에는 너처럼 좋은 남자, 돈 많은 남자만나서 시집이나 가야지.
영수 : 그런거 말고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던 거.
지수 :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가수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가수 하려면 돈 많이 들잖아. 학원도 다녀야 되고... 우리집은...(씁쓸하게 웃으며) 그렇게 돈이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

씬5. 교실 안
전형적인 회색건물의 넓은 운동장을 가진 고등학교가 보인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교실 안에는 학생들이 일렬로 맞춰있는 책상과 의자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흰색의 교실 문이 드르륵 거리며 열리고, 안경을 쓰고 쥐색 양복을 입으신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선생님은 40대 중반정도로 보이고 검은 머리 사이에는 곳곳에 흰색머리가 보인다.

반장 : 전체 차렷! 선생님께 경례.
학생들 : 안녕하세요.
선생님 : 그래 오늘은 어디 할 차례지?

영수는 그런 선생님의 말씀은 신경도 안 쓰고 창문만 내다보고 있다. 그런 영수를 선생님도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수업을 한다. 영수는 수업 내내 계속해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 영수를 조금 뒤 옆자리에서 지수가 지켜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다. 아이들은 서둘러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고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까먹는다. 영수는 조용히 도시락을 챙겨 휠체어를 끌고 문밖으로 나간다. 지수 주위에도 친구들이 모여 도시락을 먹는다. 지수도 같이 수다를 떨며 도시락을 먹는데 문밖으로 나가는 영수를 본다.

지수 : (미안한표정으로) 얘들아 미안해. 오늘은 너네끼리 먹어야겠다. 미안

지수는 서둘러 도시락 뚜껑을 덮고 들고서 영수를 따라 문밖으로 나간다.

씬6. 옥상
지수가 계단을 올라 옥상 문을 열고 옥상에 가보니 영수가 옥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고 있다.
지수 : 아 공기 좋다~. 야! 여기서 혼자 뭐하냐 청승맞게. (영수 옆에 같이 앉으며) 나도 같이 불러서 오지.
영수 : ...
지수 : (옆에 있는 옥상위에 화단을 보고 일어나 잡초를 뽑으려 하며) 에이 또 잡초가 많이 자랐네. 수위아저씨는 뭐하는 거야. 잡초도 안 뽑으시고 맨날 노시면서.
영수 :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며) 뽑지마.
지수 : 응? (얼떨떨한 목소리로) 왜?
영수 : 잡초도 아름다운 꽃을 안에 지니고 있어.
지수 : 아름다운 꽃?
영수 : 그래 아름다운 꽃. 너가 잡초를 뽑아내고 또 뽑아내도 잡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라나 끝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말거야.
지수 : 내가 뽑고 또 뽑아도?
영수 : 응. 그래서 나는 잡초 꽃이 좋아. 뽑혀지고 또 뽑혀진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라나 끝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말거야. 만약 다음생애에 다시 태어나면 잡초로 태어날 거야. 뽑혀져서 뿌리 한끝이 되어도 포기 하지 않고 꽃을 피우려는 그런 잡초.
지수 : ...

한참 정적이 흐르고 무거운 분위기가 흐른다. 둘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다.

지수 : (밝은 목소리로) 아! 맞다! 엄마가 Dream 콘서트 티켓을 사주셨는데 두 장인거 있지? 이번 주 주말에 열리는데... 혹시 너도 시간나면 같이 안 갈래?
영수 : ... 그래 같이 가자.
지수 : (기쁘게) 정말이지? 진짜지? 나중에 못 간다고 하면 안 된다?

씬7. 콘서트 장
콘서트장 안으로 지수와 영수가 들어선다. 조금 늦게 와서인지 이미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콘서트장안은 천장에 파란색 네온등만 켜져있어 많이 어두웠다. 콘서트관리요원의 안내를 받아 영수와 지수는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갑자기 무대 위로 환한 조명이 켜진다. 반짝이는 보라색과 다리아래 옆으로 쫙 트여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노래를 하며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얼굴의 피부톤은 어두운 편이고 머리는 위로 말아 올려 찌어놓았다. 여자로서는 보기 힘든 파워풀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콘서트장 내로 울려 퍼진다. 관객들 모두 Dream 의 목소리에 넋이 빠져 있는 표정이다. 곧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은 빠른 반주의 곡이다. 관객들 모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Dream 의 노래에 손을 들고 Dream을 외치며 호응 한다. 지수도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환호한다. 그런 지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영수는 이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는다. 몇 곡의 노래가 더 끝나고 Dream 이 할 말이 있는 듯 가쁜 숨을 고르잡고 손을 내저으며 관객들을 조용히 시킨다.

Dream : 오늘 콘서트에는 특별히 팬 한분을 무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Dream 의 말에 일순 장내가 술렁인다.

Dream : 이 분은 제가 처음 1집을 발표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저를 지켜봐주시고 아껴주신 분입니다. 제가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을 때에도 이 분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고 다시금  힘을 내어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을 모시겠습니다. 제가 이름을 외치면 다 같이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지수양!

지수는 자신을 부르는 지 모르고 박수를 치며 정면만 입을 살짝 벌린 채 바라본다. 콘서트 안내요원이 지수 곁으로 와서 지수를 무대쪽으로 안내를 한다. 지수가 호명된 이름이 자신이라는 걸 깨닫자 얼떨떨한 표정을 영수에게 지어보이고 관리원의 안내를 받아 무대로 향한다. 무대위에 올라선 지수가 미리 준비되 있던 Dream 의 옆 의자에 조용히 앉는다.

Dream : 안녕하세요 지수양.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지수 : 네 안녕하세요.
Dream :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많이 얼떨떨 하시죠?
지수 : 네. 지금 이게 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뵙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좋네요.
Dream : 그러면 먼저 간단하게 지수양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수 : (또박또박하게)네. 저는 김지수라고 합니다. ○○고 에 다니고 있고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Dream 언니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Dream 언니 노래는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잃어버린 꿈’을 제일 좋아합니다.
Dream : (웃으며)그 노래에 나오는 여자아이도 지수양과 비슷한 또래일텐데, 지수양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어요?
지수 : 저는 원래 가수가 하고 싶었어요.
Dream : 오 그렇구나. 그러면 지수양. 오늘 이 자리에서 미리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저랑 같이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보는 거 어때요? 지수양이 가장 좋아하는 ‘잃어버린 꿈’으로.
지수 : (살짝 웃으며 끄덕인다.)
Dream : 여러분 지금부터 지수양과 제가 ‘잃어버린 꿈’을 부릅니다. 지수양이 힘차게 노래할 수 있도록 큰 박수 부탁드릴게요.

사람들이 힘찬 박수를 보낸다. 반주가 서서히 흘러나오고 Dream 과 지수가 마이크를 잡고 눈을 마주친다. Dream 은 지수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수가 긴장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반주가 끝나고 지수가 노래를 시작하자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가 콘서트장으로 울려 퍼진다. 영수는 우아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수를 보며 지수의 목소리와 노래실력에 놀란다.

(지수 : 노래중)

종이로 만든 비행기를 날려
저 푸르른 바다 끝까지
저 무지개 너머 섬으로 날아가야지.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저 분홍 구름 따라 가야지.

거친 회오리 바람과 거센 빗줄기 속에서
나의 비행기는 나의 파랑새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숨이 막혀. 숨이 막혀.
숨쉬는 법도 잊어버린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노래가 끝나자 지수가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를 내린다.

Dream : (놀란표정으로) 목소리가 너무 맑아요. 노래도 잘하시고. 그러면 이제 지수양과는 아쉬운 이별을 하고 다음 곡을 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김지수양. 여러분 지수양께 다시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지수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영수곁으로 간다. 콘서트가 거의 끝나가 Dream 이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다. 콘서트가 끝나 장내가 소란스러워 지기 전에 지수와 영수는 콘서트장을 나온다. 그리고 둘을 나란히 주황색 가로등 빛을 맞으며 집으로 향한다.

씬8. 영수네 집 방안
영수가 마크맨의 빈틈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돌파를 시도한다. 영수의 마크맨도 처절한 표정을 지으며 막기위해 애쓴다. 결국 파울이 일어나고 심판이 호루라기를 부는 순간 영수의 무릎이 기이하게 꺽이며 영수가 바닥위로 넘어진다.

영수 : (아주 많이 고통스러운듯이 큰소리로 ) 아아아아악!!!

영수의 비명소리가 그 시끄러웠던 잠실학생체육관 전체를 뒤덮는다. 일순 끔찍한 비명소리로 관중이 조용해진다. 영수는 무척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을 감싸고 계속해서 비명을 내지른다.

영수는 경기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한다. 병원에 실려가는 영수. 수술 중 내내 수술실 앞에서 영수의 상태만을 기다리던 영수의 어머니와 지수.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온다.

의사 : 영수의 무릎이 수술을 하였지만 상태가 좋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영수가 당분간은 농구를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도 농구를 할 수 있을 지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영수의 어머니가 의사의 말을 듣고 울음을 터트리신다. 지수는 그런 어머니를 감싸안고 자기도 눈물을 흘린다.

영수는 또 비명을 지르고 식은땀을 주르륵 흘러내리며 악몽에서 깨어나 일어난다.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자명종을 끄고 여느날과 같이 자신의 앞에 있는 휠체어를 또 지그시 바라본다.

씬9. 영수네 집 식당
영수와 영수네 어머니가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다.

지수 : (밝은 목소리로 힘차게) 영수야~ 학교가자!

씬 10. 등굣길
지수 : 영수야 어제 콘서트장 갔다오고나서 누구한테 전화 왔는지 알아? Dream 이 직접 나한테 전화를 한 거 있지? 그리고 더 놀라운 건 Dream 이 나한테 진지하게 가수해볼 생각 있냐고 물었다는 거야.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는 표정으로 눈은 하늘을 보면서 그 후엔 짜릿한 표정으로)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니까? 영수야 듣고 있어? (방방 뛰며)나 잘하면 진짜 가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영수는 무표정하게 가만히 생각한다.

영수 : 요즘에 그런 거 사기치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순진해가지고는 사기당하지말고 조심히 잘 해.
지수 : (뾰루퉁한 표정으로) Dream언니는 사기꾼같이 나쁜사람 아니야. 어제 밤에도 Dream언니가 나한테 직접 전화했었어.
영수 : 막말로 Dream 이 널 왜 가수로 만들고 싶어하겠어? 너가 노래를 그렇게 잘해? 너보다 잘하는 애들이 널리고 널려서 10톤 트럭이 몇 대겠다.
지수 : (눈물을 글썽거리며) 너... 너무 심하게 말하는거아니야?

지수가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며 앞으로 뛰쳐나간다. 교문 앞에서 영수가 지수가 뛰어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영수 : (자책감이 드는 표정으로)......

영수는 한참을 있다가 휠체어를 잡고 교실로 향한다.

씬 11. 교실 안
수업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온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필기를 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영수는 또 수업 내내 창밖만 바라본다. 창밖 운동장의 농구코트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농구를 하고 있다.

씬 12. 점심시간
아이들이 가방에서 하나둘 도시락을 꺼내 끼리끼리 모여 먹는다. 영수는 조용히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문밖으로 향한다. 지수는 문밖으로 향하는 영수를 보지만 못 본체하고 다시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다. 지수는 먹는 도중 가끔씩 뒷문을 쳐다본다.

씬 13. 옥상
하늘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 영수. 도시락을 다 먹고 뚜껑을 덮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옆의 화단이 보인다. 어제 보았던 잡초가 환하게 꽃을 피웠다.

영수 : (가만히 잡초꽃을 들여다보며) 너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줄 아는데....

가만히 잡초꽃을 들여다본다.

영수 : (씁쓸한 표정으로)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울 잡초의 새싹을 뽑아버렸구나.

영수가 큰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다리를 쳐다본다. 영수가 자신의 허벅지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도록 허벅지를 마구 꼬집는다.

씬 14. 음악실 앞
영수가 옥상에서 내려와 교실로 향하는 도중 음악실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수는 창문을 통해서 가만히 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드려다 본다. 지수가 노래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본다. 창문에는 아무도 없다.

씬 15. 방과 후 교실 안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책가방을 싸 하나둘 집으로 가기 시작한다. 지수도 책가방을 싸고 영수를 보면서 쭈뼛쭈뼛 다가온다.

지수 : 영수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집에 같이가자. 응?
영수 : 아니야 ㅤㄷㅚㅆ어. 너 혼자 가. 그리고 이제 앞으로 나랑 같이다닐 필요없어. 너도 귀찮잖아 나? 나도 너랑 같이 다니는 거 마음에 안들고 싫어.

지수가 울음을 터트리며 교실을 나선다. 영수도 뛰쳐나가는 지수의 뒷모습을 보며 눈이 빨갛게 충혈되며 눈물이 고인다.

씬 16. 종합병원 재활치료센터
큰 하얀색 건물과 초록색 십자가가 보인다. 영수는 혼자서 휠체어를 끌고 자동문을 통해 병원안으로 들어선다.

씬 17. 진료실 안
하얀 가운을 입고 살짝 앞이마가 까진 의사가 보인다. 의사 옆에는 무릎으로 보이는 x-ray 사진이 걸려있다.

의사 : 영수야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말고 열심히 해야된다?
영수 : (씩씩한 목소리로)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영수가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밖으로 나간다.

//의사 : 너무 늦어서 재활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다시 조직이 살아날 가망이 너무 적은데...//

씬 18. 병원 안 재활센터
영수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봉을 잡으며 조금씩 다리로 땅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고통스러운 듯 땀을 뻘뻘 흘린다. 중간에 손이 미끄러져 얼굴을 땅에 찧으며 심하게 몇 번 넘어진다. 그러나 영수는 아픔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재활훈련을 한다.

씬 19. 영수네 집 식당
영수와 어머니가 마주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영수어머니 : 영수야 요즘에는 지수가 뜸하구나. 지수랑 무슨 일 있었니?
영수 : 아무일도 없었어요.
영수어머니 : 그래? 그럼 엄마가 데려다 줄까?
영수 : 괜찮아요 이제 혼자 잘 다닐 수 있어요.

영수가 가방을 싸고 휠체어를 끌고 집을 나온다.

씬 20. 병원 앞
영수가 휠체어를 타고 가방을 맨체 병원을 들어간다.

씬 21. 재활센터
영수가 힘든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얼굴표정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하고 입에서는 계속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몇 번이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재활치료를 받는다.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어느새 창문너머로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둑어둑 해진다.영수가 밤늦도록 재활치료를 하고 병원문이 닫는다. 다음날 창문에서 해가 뜨고 병원문이 열자 또 영수가 찾아와 재활치료를 한다. 해가 져 늦은 밤이 되도록 재활치료를 계속 한다. 며칠동안 영수는 계속해서 재활치료를 반복한다.

씬 22. 진료실
의사선생님이 영수의 무릎을 이곳저곳 만지며 영수의 반응을 살펴본다.

의사 : 영수야 무릎이 많이 좋아졌구나. 빠르면 내년 봄이면 다시 스스로 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수가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띤다.

씬 23. 악기사
영수가 병원문을 빠져나와 보니 이미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길에 옆에있던 악기점을 발견한다. 휠체어를 끌고 들어가 마이크코너를 찾아보니 값비싼 마이크들이 많이 진열 되어있다. 한참을 이런 저런 마이크를 지켜보다가 예쁜 분홍리본이 달린 마이크를 집고 카운터로 가져가 계산을 한다.

씬 24. 공중전화박스
공중전화박스에서 영수가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차마 누르지 못하고 있다. 몇 번 심호흡을 한 후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번호를 누른다.

뚜르르르
지수 : 여보세요?
영수 : 지수야 나야 영수.
지수 : 어 영수구나. 안녕.
영수 : 으응. 지수야. 미안해. 저번 일은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너가 날 위해서 얼마나 애써주는지 내가 너무 잘 알아서 그랬었어. 미안해. 너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잘 아는데 알고 있는데 난 너한테 할 말이 미안해 뿐이다. 정말 미안해.
지수 : 괜찮아 영수야. 나 벌써 다 잊었어.
영수 : 미안해…….
지수 :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잠시 정적이 흐르고 수화기 너머로 서로의 흐느낌이 전해져온다. 하얀 함박눈이 내린다.

영수 : (크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다잡는 듯이) 지수야. 나 기쁜 일 있어. 의사선생님이 잘하면 내년 봄이면 나 다시 농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대.
지수 : (눈물을 훔치며 웃는다) 정말? 축하해. 농구 다시 하면 꼭 응원하러 갈게.
영수 : (웃으며) 응. 아! 나 너한테 줄 게 있는데…….
지수 : 뭔데?
영수 : 별거아니야. 지금 너네 집 근처인데 잠깐 집 앞으로 나올 수 있어? 이것만 전해주고 갈게.
지수 : 응. 그럼 집 앞에서 기다릴게.

영수와 지수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띤다.

씬24. 횡단보도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차도 많이 안다니고 사람도 없다. 횡단보도에는 영수 혼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뀐다. 영수는 행복한 표정으로 휠체어를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갑자기 검은색 아스팔트위에 환하게 노란색 빛이 비춘다. 영수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커다란 덤프트럭이 노란색라이트를 밝히고 달려온다. 트럭의 기사는 머리를 운전대에 쳐박을 정도로 끄덕이며 졸고 있다. 트럭이 영수한테 가까워 졌을 무렵 트럭 기사가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졸린 눈으로 고개를 들고 전방을 바라본다. 영수가 입을 살짝 벌린 채 무표정하게 트럭을 바라보고 있다. 트럭기사는  영수를 발견하고 눈을 갑자기 크게 부릅 뜨더니 브레이크를 힘차게 밟는다. 트럭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급정거를 하지만 제때 멈추지 못했다.
휠체어가 날라가고 영수는 바닥에 쓰러진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씬 25. 지수 집앞 - 같은시각
지수가 손을 호호 불고 발을 동동거리며 영수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약속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영수는 오지 않는다. 지수는 그래도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계를 확인하며 기다린다. 그때 집안에서 지수 어머니가 다급하게 지수를 부르며 밖으로 뛰어나오신다.

지수어머니 : 지수야…….(무음처리)
지수가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트린다.

씬 26. 장례식장
장례식장에는 영수 어머니의 통곡소리로 가득하다. 환하게 웃고있는 영수의 영정사진 앞에서 영수 어머니는 땅바닥을 손으로 계속 내리치면서 계속 울고 있다.

영수어머니 : (애타게) 아이고~ 영수야 영수야

그때 장례식장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지수가 지수부모님과 함께 들어온다. 지수는 영수의 영정사진을 발견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손으로 입을 막아보지만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는 어쩔 수 없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계속 흐른다.

지수 : (슬프게) 엄마... 어떡해... 영수가.... 영수가....

지수어머니는 울고 있는 지수를 가만히 감싸안는다. 지수는 엄마의 품에서 울며 흐느낀다.

씬 27. 장례식장 밖
지수가 퉁퉁부은 눈으로 빨갛게 해서 밖으로 나온다. 영수 어머니도 손에 무언가를 쥐고 밖으로 나온다.

영수어머니 : 지수야.
지수 :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네 아주머니.
영수어머니 : 이거.. 영수가 죽기직전까지 손에서 꼭 쥐고 안놓더라. 너 주려고 샀던 선물 같은데 너가 직접 뜯어봐.

영수어머니한테서 선물을 건네 받는다. 영수 어머니는 장례식장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지수는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풀어본다. 안에는 분홍색리본이 예쁘게 매어져있는 마이크가 하나 들어있다. 끝내 마이크를 보고서 지수는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

지수 : (마이크를 품에 안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영수야...

씬 28. 무대
다양한 색들이 화려하게 무대를 비춘다. 곳곳에서 방송관계자직원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한쪽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들이 무대를 향해있고 피디들은 이리저리 손으로 가리키며 지시를 하고 있다.

씬 29. 무대 옆 대기실
지수가 무언가를 찾으며 대기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쇼파밑도 확인해보고 여기저기 확인해보지만 아무것도 안 보인다. 지수의 표정이 점점 애타게 변한다.

매니저 : 지수야. 준비 다 ㅤㄷㅚㅆ지? 이제 곧 큐싸인 올라가니까 무대 올라가서 연습했던 것처럼 열심히 하고. 알겠지? 그런데 뭘 그렇게 분주하게 찾는 거야. 이제 곧 무대 올라가야 되는데.

지수는 매니저 얼굴도 안보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느라 바쁘다.

지수 : (다급한 목소리로)마이크요. 제 마이크가 없어요.
매니저 : (대수롭지 않게) 마이크? 여기 마이크 많이 있잖아. 아무거나 좋은걸로 골라서 써.
지수 : 안되요! 전 그 마이크 아니면 안되요. 꼭 그거여야만 해요.

매니저도 그제서야 같이 마이크를 찾으려고 돌아다닌다.

매니저 : (달래는 어투로)이제 곧 시작한다. 지수야. 그냥 이번에만 아무 마이크로 하자 응?

지수가 자신의 가방을 뒤지더니 마이크를 꺼낸다.

지수 : (밝은 표정으로) 아! 찾았다. 여기 있었네~
매니저 : (다행이란표정으로) 찾았어? 휴... 빨리가자 늦었어.

지수와 매니저가 다급히 대기실을 빠져 나간다.

씬29. 무대
반주소리가 흘러나오고 지수가 무대로 올라간다. 예쁜 분홍 리본이 달린 마이크를 손으로 꼭 잡고 지수가 노래를 한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지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저 바다 끝에는
아름다운 오색찬란한
구슬이 있다고


구슬을 찾기 위해 허름한
쪽배를 타고 나는 떠나지
계속해서 노를 저어 나가지

노를 젓다가 젓다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파도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노를 저어가
그렇게 저어가
마침내 나는 발견했어.

그리운 냄새가 나는
영롱한 오색 빛 찬란하는
그것이 내 것이었다는 걸
잃어버린 꿈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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