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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모픽, 뇌를 닮은 기술
[448호] 2018년 05월 15일 (화) 정지호 기자 mkll321@kaist.ac.kr

  인공지능 개발의 목표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이 알고리즘을 처리할 다수의 정보처리장치가 필요하다. 뉴로모픽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부터 정보처리장치를 만드는 것까지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받은 기술이다. 뉴로모픽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자.

동물의 뇌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다. 뇌는 뉴런들을 이어주는 시냅스를 통해 뉴런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신호를 전달하고 정보를 처리 및 저장한다.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한 뉴런에서 스파이크(Spike)라고 불리는 전기적 자극을 일으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때, 신호의 자극 강도가 역치보다 높으면 신호를 전달하고 낮으면 전달하지 않는다. 뇌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통해 빠른 속도의 연산 과정을 거침에도, 불과 약 20W의 낮은 에너지로 기억이나 연산,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뉴로모픽(Neuromorphic)이란 이러한 장점을 가진 뇌를 모방하는 기술을 말한다. 뇌를 모방할 때, 뇌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모방해 성능이 좋은 소자를 만들 수도 있고, 뇌의 정보전달 방식만 모방해 신경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뉴로모픽은 뇌를 모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ANN(Artificial Neural Network, 인공 신경망)과 SNN(Spiking Neural Network,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의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인공신경망으로 학습 능력을 구현해
  ANN은 동물의 중추신경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다. 노드(Node)가 뉴런 하나에 해당하고, 이 노드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시냅스의 역할을 부여해 뇌와 비슷한 구조를 만든다. 신호가 전달될 때, 노드는 들어오는 신호에 가중치를 곱해 역치와 비교해 신호를 처리한다. ANN은 기계 학습의 일종으로 이미지 처리나 기계어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ANN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알파고(AlphaGo)의 경우, ANN의 일종인 입력층과 출력층 사이에 2개 이상의 은닉층으로 이루어진 심층신경망을 통해 관련 정보를 학습한다. 하나의 층은 여러 개의 노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입력값에 따라 각 노드의 활성이 결정된다. ANN은 여러 층의 계산을 병렬적으로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연산 장치와 저장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 920TB의 동적 램 등이 사용되어 약 12GW 정도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컴퓨터는 한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기계 학습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힘들다.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를 적용하여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와 연산을 담당하는 장치가 따로 존재한다. 또한, 기억 장치가 정보와 명령어를 모두 저장하여 저장 장치와 연산 장치 사이에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가 하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많은 정보를 읽고 쓰다 보면 저장 장치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의 한계로 인해 메모리 병목현상이 발생해 컴퓨터의 성능이 저하된다.

낮은 에너지로 효율 높인 뉴로모픽 칩
  한편,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SNN은 지금의 컴퓨터가 가지는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뇌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모방했다.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와 연산하는 장치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많은 정보를 처리할 때에도 뉴런에서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듯 단순한 정보전달 방식을 사용하여 기존 반도체에 비해 무리 없는 구동이 가능하다.
  SNN은 멤리스터(Memristor)와 같은 소자들을 이용해 위와 같이 뉴런과 시냅스를 구현하여 뇌 구조를 모방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칩과 회로를 통틀어 뉴로모픽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뉴로모픽 칩은 뇌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약간의 전기신호로도 작동이 가능하고, 기존의 연산 장치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현재 SNN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래 시장에 대한 조사 및 예측 기관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는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약 15억 달러에 불과했던 뉴로모픽 칩의 전세계 판매금액은 2026년까지 연평균 20.7%씩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몇몇 뉴로모픽 칩들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러한 칩들은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전자기기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를 닮은 반도체 상용화가 코 앞에
  지난 2013년, 미국의 IT기업 퀄컴(Qualcomm)은 처음으로 사람의 뇌를 연구해 신경세포처럼 신호를 교환하고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인 대표적인 뉴로모픽 칩 ‘제로스(Zeroth)’를 개발했다. 제로스는 인간의 학습방법과 인지 기제를 모방하였는데, 퀄컴은 제로스를 통해 학습을 진행할 때 적절한 보상을 주며 피드백을 실시하는 강화학습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뉴로모픽 칩의 또다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컴퓨터 회사 아이비엠(IBM)의 ‘트루노스(TrueNorth)’도 주목을 받았다. 아이비엠은 미국 국방성이 지원하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공두뇌 제작 프로젝트, 시냅스(Systems of Neuromorphic Adaptive Plastic Scalable Electronics, SyNAPSE)에 참여해 2014년에 트루노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트루노스는 약 54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4,096개의 연산 장치로 이루어진 뉴로모픽 칩으로써, 사용되는 전력은 기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트루노스는 초당 1,200프레임에서 2,600프레임으로 이미지를 분류하는데, 이 때 25mW에서 275mW 수준의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 또한, 약 50대에서 100대의 카메라가 초당 24프레임으로 생성하는 이미지에서 패턴을 식별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아이비엠은 트루노스의 학습 능력과 연산 능력, 높은 에너지 효율을 통해 사물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의 모든 전자기기에 지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들은 NS16e라는 새로운 컴퓨터에 트루노스를 시연함으로써 이를 직접 검증하기도 했다.

기억을 심는 기술, 메모리 임플란트
  이러한 뉴로모픽 기술로 앞으로 다양한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먼저 기억을 삭제하거나 생성하는 메모리 임플란트가 가능하다. 메모리 임플란트란 뉴로모픽 칩 이식을 통해 기억 저장을 유도할 수 있는 신경신호를 생성하여 새로운 기억을 심거나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넘기는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된 환자들에게 뉴로모픽 칩을 이식하면 장기 기억에 대한 저장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를 활용하면 치매로 기억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뉴로모픽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발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기계가 발전하고 더 많은 정보를 학습할수록 수많은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뉴로모픽 칩이 상용화된다면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가질 수 있고, 작은 전자기기에도 칩을 삽입할 수 있어 모든 면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뉴로모픽 칩의 학습 구조가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목소리 인식과 이미지 인식 분야에 있어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뉴로모픽은 생각보다 포괄적인 단어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접한 인공지능이나 딥러닝도 뉴로모픽에 많이 적용되는 분야이므로 인공지능과 그를 뒷받침해줄 뉴로모픽 컴퓨팅의 발전은 앞으로 일어날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이미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우리 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들과 손잡고 관련된 연구들을 시작했다. 뉴로모픽이 가져올 혁신적 미래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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