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초학부 설치와 관련한 제32대 학부 총학생회 <받침>(이하 총학) 측과 학교 측의 의견이 분분하다. 총학 측은 오는 21일 진행될 추가 설명회 이후 정책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반영해 융합기초학부 설치에 대한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본교 박오옥 교학부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융합기초학부의 내년 도입을 목표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준비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융합기초학부에 대해 질문하는 학우
지난 2일 진행된 ‘융합기초학부 설치(안)에 대한 설명회’ 에서
한 학우가 김종득 추진단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광현 기자)

총학, 검토위원회 논의에 문제 제기
  지난달 27일, 총학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6일에 진행된 융합기초학부 검토위원회의 논의 내용 일부를 공지했다. 본 공지에서 총학은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검토위원회에서 진행된 논의에 문제를 제기했다. 총학은 신임 교원 채용 안건에 대해 회의 전 ‘주로 교과 과정 개발을 위한 기간제 초빙 교수만 채용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으나, 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교학부총장이 회의 도중 ‘실제 강의 진행을 위한 전임 교원 위주 확충 계획’으로 이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재석 학부 총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교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융합기초학부 설치를 연기하지 않고 진행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총학은 검토위원회에서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이성적 판단 능력을 부정하고 학생 자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학생의 총의를 무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해 총학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지난달 28일 성명문을 통해 학교 측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중운위는 성명문에서 “학우들의 우려점이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부족한 점과 학생들의 뜻을 무시했고, 앞으로도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 교학부총장은 총학과 중운위가 검토위원회 회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과 관련하여 “회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일방적으로 일반에 공지하는 것은 신의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융합기초학부 설명회 진행돼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융합기초학부 설립계획(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김종득 융합기초학부 추진단장이 융합기초학부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후, 학생들의 질문에 김 추진단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학교 측과 학생들의 입장 차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설명회 후반부에는 양측의 감정적인 충돌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 추진단장은 발표에서 융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진행한 후, 국내외에서 융합 교육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진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 대학에 융합기초학부를 설립하는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추진단장은 “시대가 부여한 여러 질문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개의 전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며 융합기초학부 설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추진단장은 현재까지 마련된 융합기초학부 프로그램과 앞으로의 프로그램 개발 계획에 대한 설명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 추진단장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순서가 이어졌다. 새내기과정학부 학생을 포함한 많은 학생이 융합기초학부 도입과 관련한 질문을 김 추진단장에게 하였다. 학생들은 ▲융합기초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충분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 ▲현재의 학사 제도에서 융합기초학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 ▲융합기초학부 설립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견 ▲융합기초학부 설치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김 추진단장은 전문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융합기초학부는 본인의 전공분야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김 추진단장은 융합기초학부에 대해 “독립된 전공이 아니며, 다른 전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계획에 따르면 융합기초학부는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학과 및 학부들과 마찬가지로 단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 추진단장은 융합기초학부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융합기초학부를 설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진단에서는 2019학년도 봄학기 도입을 목표로 융합기초학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 다수가 융합기초학부 설치 연기를 바란다면 설치를 연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관해서는 “학부 설치와 관련된 사항은 검토위원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에 관해 “학생 의견을 반영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학생들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는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석 학부 총학생회장은 이날 진행된 설명회에 대해 “설치안의 변화 과정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학우들의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총학은 설명회 이후 설문을 통해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후기를 모으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를 공개했다. 공개된 후기로는 ‘학교 측에서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학생들의 발언이 정책에 반영될 수 없는 무의미한 자리였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일부 학생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학부 총학생회, 정책투표 진행 예정
  지난 3일, 정지형 새내기학생회 학생회장은 융합기초학부 설치(안) 재검토에 관한 정책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연서를 발의했다. 정 학생회장은 “정책투표를 통해 모든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싶다”며 학생들이 연서에 참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책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연서 진행은 지난달 27일 있었던 학부 총학생회 2018년 제4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이다. 17명의 중앙운영위원과 324명의 학생이 연서에 참여했고, 정책투표 진행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학부 총학생회 2018년 상반기 제2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이하 전학대회)에서 정책투표와 관련된 사항들이 논의되었다. 전학대회에서는 정책투표 문안과 정책투표 후 총학의 대응 노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전학대회에서의 논의 결과, 정책투표는 이번 달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한 학생당 3개의 문항에 답변하도록 계획되었다. 첫 번째 문항은, ‘현재 융합기초학부 추진(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항이다. 본 문항에 대해서 18학번 학생의 답변과 18학번이 아닌 학생의 답변을 따로 집계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문항은 각각 ‘현재 융합기초학부 추진에 학부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는지’와 ‘융합기초학부 추진에 학부 학생들의 의견이 앞으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 우려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전학대회에서는 정책투표 결과에 따라 총학에서 융합기초학부 설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논의되었다. 먼저 18학번 학생과 18학번이 아닌 학생이 모두 ‘융합기초학부 추진(안) 전면 재검토’에 찬성하면 총학은 융합기초학부 추진 일시 중지와 전면 재검토를 학교 측에 요구하기로 하였다. 만약 18학번 학생 혹은 18학번이 아닌 학생 중 한쪽이라도 전면 재검토에 반대하면 총학은 융합기초학부 설치 추진에 협조하기로 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전면 재검토에 찬성하는 경우에 한해 두 번째와 세 번째 문항에 학생들이 모두 찬성하면, 총학은 학교 측에 추진단장 교체를 요구하기로 하였다. 이재석 학부 총학생회장은 정책투표 후 이를 바탕으로 학교 측에 요구한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좀 더 단호히 대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융합기초학부 설명회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석 총학생회장은 “이번 설명회에서는 학부의 커리큘럼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진행해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박 교학부총장은 추가 설명회에 본인이 배석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융합기초학부의 커리큘럼과 과목 개발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융합기초학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오옥 교학부총장
(©정유환 기자)

교학부총장,“19년에 설치 예정”
  한편, 융합기초학부 검토위원회 위원장인 박오옥 교학부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융합기초학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고 내용을 채울 때”라며 2019년도 봄에 학부를 설치할 뜻을 밝혔다. 박 교학부총장은 현재까지의 융합기초학부 설치안 및 설치 과정에 대한 평가를 묻자 “미진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잘 진행되고 있다”며, “2019년 봄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학부총장은 총학이 실시하고 있는 정책투표에 대해 ‘잘못된 방식’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책투표 문안에 대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아쉬움 또한 드러냈다. “융합기초학부 설치에 대한 정책적 결정은 이미 끝났고, 학생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교학부총장은 지난 2일 공청회에서 있었던 학생 질문에 대한 보고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학부총장은 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소모적이다”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학생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검토위에서 학생 대표들이 의견을 표출하면 된다”고 말했으며 “본인의 생각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의견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박 교학부총장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말고, 이제 융합기초학부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교학부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융합기초학부 설치에 대응하겠다는 총학 측의 계획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융합기초학부 설치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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