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은 위험한 글이다. 다이어터들은 조심하길 바란다.
나는 전형적인 인싸 같은 아싸이다. 이는 친구는 많지만, 별일 없으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는 사람이 적어 혼자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이의 단점은 밥 약속을 잡지 않으면 다들 나에게 밥 친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사람들에게서 밥 친구를 구하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기한 혼밥이 보장되는 이런 생활은 편하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밥을 소홀히 챙겨 먹게 된다. 물론 이제는 항상 같이 먹는 친구가 생겼다.
나를 소개하면서 밥 얘기만 한 만큼, 내 삶에서 밥은 굉장히 큰 부분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먹는 것으로 그 날 삶의 질이 달라진다. 특히 같이 먹는 친구가 있거나, 거기다 그 친구가 “너 되게 잘 먹는다.”라는 말까지 해준다면 더 잘 먹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인 룸메이트는 가장 가까이서 나를 1년간 지켜보고는 얼마 전에 이런 말을 했다. “항상 생각하지만, 너는 정말 잘 먹는 것 같아.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어. 너의 먹는 소리만 들어도 맛있어 보여.” 그날은 새벽 1시에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뻔한 휴 주먹밥을 구제하러 친구 기숙사로 뛰쳐나갔던 날이었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 가지고 있는 습관이 있다. 한입에 들어갈 음식들의 양과 종류를 대략적으로 계산한다. 밥을 먹을 때는 먹기 시작할 때부터 다 먹을 때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최상의 맛을 맛보며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고기처럼 그냥 먹고 씹고 삼키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내가 먹은 것들의 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또 얼마나 풍부한 맛을 한 번에 내고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다 보니 음식을 식도 밑으로 보내기 아까워서 잡아두려고 해 보통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 이렇게 먹으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잘 느낄 수 있어서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찌게 된다.
최상의 맛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첫 번째, 단짠단짠, 단맵짠단맵짠의 조합은 항상 옳다. 두 번째, 반대되는 식감을 이용하자. 예를 들면, 시원한 음식과 따뜻한 음식이나, 부드럽게 녹여 먹는 음식과 오물오물 씹어 먹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다. 세 번째, 맛없을 수 없는 것들의 조합은 항상 맛있다.
나만의 레시피 중에는 롯데리아 핫크리스피 세트에서 디저트를 녹차 토네이도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먼저 핫크리스피를 골고루 한 입 베어 물고, 녹차 토네이도 반 수저도 입에 넣은 후 같이 씹는다. 그러면 제일 먼저 사르르 녹는 달달하지만 약간은 쌉싸름한 녹차 토네이도가 때론 차갑지만, 때론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 그 안에서 바삭하고 약간 맵짠한 치킨패티가 단 즙을 머금은 채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오물오물 먹다 보면 치킨패티만이 남아, 점점 알싸하게 매콤해지면서 잘근잘근 씹어서 나오는 단맛이 생긴다. 이때, 매운 정도에 따라 녹차 토네이도를 또 약간 떠 넣는다. 그러면 알싸한 매움으로 달궈지는 입안을 달달한 토네이도가 식혀주면서, 입 안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먹다가 가끔 톡 쏘는 콜라를 마셔주면 금상첨화이다. 뚜레쥬르의 데리야끼햄버거와, 딸기아이스크림 혹은 망고요거트의 조합도 반대되는 식감을 이용한 것이다. 인절미아이스크림과, 입안이 어는 것처럼 차가운 흰 우유의 조합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학교 매점 포도맛 젤리와 인터넷에서 구입한 참조은계란의 구운 계란, 물로 희석한 편의점 맥주 머드쉐이크 바닐라맛의 조합도 맛있다. 달고 짠 젤리와 퍽퍽한 노른자, 달고 시원한 음료수 같은 맥주는 잘 어울린다. 이렇게 식사와 디저트를 섞어 먹는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놀라면서 한 마디를 던지곤 한다. “너 진짜 미개하게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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