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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그리다展>,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美
[447호] 2018년 05월 01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한국 미술은 늦은 근대화와 부족한 국제적 교류로 인해 세계 미술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 게다가 국내 미술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고 소실된 작품이 많다. 국민이 국내의 예술가나 작품을 자주 접하지 못하고 생소하게 느끼는 지금의 현상이 당연하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몇몇 화가는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을 알렸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남겨 사랑받아 왔다. 국내 미술 작품에 작은 관심이 있다면, 신윤복과 정선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300년 전 조선 시대에 활동하던 두 화가는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렸지만, 각각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을 남겼다. 지금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 정선> 전시에서 감각적인 원작과 생동감 넘치는 미디어아트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신윤복, 삶의 희노애락을 색칠하다
신윤복과 정선은 다른 대상에 관심이 있었다. 혜원 신윤복은 삶에 녹아있는 감정을 붓끝에 담아냈다. 신윤복은 풍속화와 산수화를 모두 그렸지만, 잘 알려진 작품은 대부분 한양 백성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이다. 색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탁월한 색감과 중요한 장면을 부각하는 구도는 여전히 세련된 느낌을 담고 있다. 실제 작품을 감상하기 앞서, 스크린으로 화백의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색이 조금 바랜 작품의 원래 색을 보여준다. 또한 화면 속의 인물에 가벼운 동작을 부여해 그림이 아닌 실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오락, 나들이, 연애 등 즐거움이 흐르는 순간에 빠져드는 이 짧은 경험은 신윤복의 원작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유흥과 만남, 서민을 그린 혜원전신첩
이 구획을 지나면, 신윤복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혜원전신첩>을 볼 수 있다. <혜원전신첩>은 30장면으로 구성된 풍속화로, 향락적 유흥과 남녀 간의 만남 등을 다루고 있다. 암실 속에서 빛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는 장면들은 각자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쌍검대무>는 칼춤을 추는 두 기생을 중심으로 연주자, 관찰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장면을 그렸는데, 이 흥겨움에 저마다 도취된 듯하다. 여흥뿐만 아니라 남녀의 감정선을 뛰어나게 표현했다. <월야밀회>에서 서로를 붙잡고 있는 남녀와 지켜보는 한 여인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아, 그 속사정을 듣고 싶게 한다.

정선, 우리 풍경을 사랑하고 기억하다
겸재 정선은 한반도가 품은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의 화풍은 풍경의 미를 옮기는 동시에 특징과 느낌을 살리는 표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산수화는 실질적인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과장을 통해서 풍경을 직접 느끼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진경산수화로 불리는 정선의 화풍은 고유한 선이 주는 강렬함을 담고 있다. 전시는 정선이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 사이에 그린 작품으로 시작한다. 장안연우, 화적연, 삼부연, 단발령망금강을 모두 돌아본 후, 금강산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단발령망금강>은 정선이 진경산수화 방법으로 처음 그린 작품이다. 금강산 초입이자, 내금강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이 작품은 금강산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300년 전 표현의 현대적 재탄생
뒤로는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이이남의 <금강전도>는 정선의 산수화에 현대의 요소인 케이블카와 빌딩을 넣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한다. 이후 많은 스크린에서 정선의 작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전시의 끝에서 정선이 금강산을 비롯한 조선 팔도를 여행하며 보았던 수많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내금강에서 외금강, 그리고 해금강에 이르기까지 정선이 남긴 발자취와 이 화가가 사랑했던 조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정선의 작품에 움직임과 강한 색을 담은 대형 미디어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가 끝난다.

전시는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모티브로 한 현대 작품으로 끝을 맺는다.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에서 끝없이 꿈틀대던 창조와 생동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전시 내내 미디어아트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성을 일깨워준다. 그 후 만나게 되는 원작은 300년 전의 삶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21세기에도, 그들의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정선과 신윤복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은 감동과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제공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 박물관
기간 | 2017.11.24. ~ 2018.05.24.
요금 | 10,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215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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