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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대중문화의 팔레트
[447호] 2018년 05월 01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오늘날 웹툰은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일상과 꼭 닮은 웹툰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때로는 판타지 세계 속에 빠져 자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문화란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삶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웹툰이 우리 삶에서 회자하는 빈도는 어느덧 우리 사회에 큰 문화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여느 성공한 문화 매체와 같이, 웹툰은 그 자체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에서 콘텐츠 생산의 토대가 되며 현대 문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고유 문화 웹툰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이다. 영어권에서 유입된 단어로 생각할 수 있지만, 웹툰이란 말이 탄생한 곳은 사실 우리나라다. 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는 웹코믹(Webcomic)으로 불려왔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웹툰이 영어권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웹툰이 ‘대한민국의 웹코믹’을 뜻하는 일반 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생겨난 웹툰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까?
웹툰의 시작은 출판된 만화를 스캔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 형태의 PC 통신 만화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나 느린 모뎀 속도와 익숙하지 않았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탓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출판물을 스캔해서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방식의 도입은 출판물의 불법 복제로 이어졌다. 비록 아직까지도 출판물이 만화의 주류를 이루기는 하지만, 만화의 스캔 파일은 불법 복사된 만화책보다 빠르게 유통되며 출판량의 감소를 야기했다.
2000년대 초반, 웹툰은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구글과 같은 단순한 검색 엔진이 인터넷을 이끌었던 해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인터넷 속도를 바탕으로 뉴스, 메일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가 발전한다. 검색 엔진의 효율성이나 부가 정보의 종류에서 차별화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이트에 유입된 만화가 지금 국내에서 천만 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한 무료 웹툰의 시작점이다.

시대를 사로잡은 웹툰
웹툰이 등장과 함께 빠르게 대중의 사랑을 받은 비결은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인 데 있었다. 만화는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과 달리 직관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 편하다. 동시에 동영상보다 용량이 적어 접근이 용이하다. 웹툰은 만화에 인터넷의 접근성을 더해 사람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단행본에 비해 쉽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수용할 수 있었다. 또한, 웹툰은 조회 수나 평점 등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의 반응을 읽고 댓글이나 블로그를 통해 독자의 피드백을 받는다. 인터넷은 구성원간의 소통의 장이었고, 그 가운데 피어난 웹툰은 어느덧 사람들의 일상 가운데에 자리 잡게 되었다.
웹툰은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기존 소비층을 견고히 했다. 하지만 웹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모든 연령으로 이용자를 넓혀나갔다. 문화 장르도 대중화되기 위해선 적은 비용으로 보급량을 늘릴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고 웹툰을 성공적인 대중문화의 반열에 올려놓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을 매체로 활용하는 웹툰은 드라마, 영화와 같은 타 매체보다 낮은 비용으로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추가적인 간행 작업이 필요 없어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방송, 영화의 상영과 달리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 간편함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극대화되었고 웹툰은 우리 모두의 곁에 있다.

타 장르로 영역을 넓히다
지난 12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이 국내에서 1,400 만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며 큰 흥행을 거뒀다. 영화는 2010년부터 네이버(Naver)에 연재된 웹툰 <신과 함께>를 바탕으로 쓰였다. 웹툰에서 모티브를 얻어 흥행을 거둔 타 장르의 작품은 <신과 함께: 죄와 벌>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미생>은 다음(Daum)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시청률 10%를 넘기며 흥행했다.
한 장르의 문화 작품을 다른 장르로 재생산하는 것을 미디어 믹스(Media Mix)라 부른다. 소설과 만화, 영화와 드라마가 주된 교류점이지만, 영어권에서 미디어 머챈다이스(Media Merchandise, 미디어 상품)란 용어가 많이 사용되듯이, 장난감이나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형태의 문화 상품을 포함한다. 소설이나 웹툰과 같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크지 않은 장르에서 영화나 드라마처럼 무거운 투자를 요구하는 장르로의 미디어 믹스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대중들에게 이미 호평을 받은 작품을 재창조함으로써 흥행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웹툰의 낮은 투자 비용은 작품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안정된 수익에 집중한 나머지 비슷한 작품이 반복된다는 비판을 받는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대조적으로 웹툰에서는 도전적인 시도가 환영 받고 있다. 전혀 새로운 플롯의 영화나 드라마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주제로 재생산함으로써 수익을 보장받는 것이 공급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이다. 이에 추가로, 웹툰은 포털 사이트 통계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 그룹의 반응을 각기 살펴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목표 관객을 설정하고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며 함께 발전하는 현상인 미디어 믹스는 컴퓨터 그래픽과 촬영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제작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현대에 두드러지지만, 문화 산업이 미처 태동하기도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미디어 믹스가 존재했다. 만화에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진 최초의 사례는 1926년 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가 영화 <멍텅구리>로 옮겨진 일로, 이때부터 만화에서 다른 장르로의 미디어 믹스가 태동할 조짐이 보였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함께 과거의 만화 흥행작이 웹툰에서도 등장했고 이들 작품이 타 작품의 제작에 있어 모티브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디어 믹스에 보내는 우려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봤다. 이 교류 속에서 탄생한 작품은 우리가 재미있게 읽은 웹툰을 다른 형태의 문화로 제시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미디어 믹스는 웹툰에서 다뤄진 사회적 논점을 다른 문화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한 미디어 믹스는 국한된 장르에만 익숙한 문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분명 미디어 믹스는 우리의 문화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웹툰 등의 미디어 믹스는 긍정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웹툰과 거리가 있지만, 미디어 믹스 작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시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본래 장난감 제작사 '해즈브로' (Hasbro)의 로봇 장난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영화가 제작되기 전 애니메이션을 통해 비슷한 작품이 공개된 바 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영화는 모두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해즈브로'가 새로운 장난감을 출시할 때마다 영화는 그를 등장시켜야 했고, 새로운 배역을 위한 분량을 만들다 보니 이전 캐릭터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사망하거나 언급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입체성을 잃었고 시리즈는 결국 좋은 영화가 되지 못했다.
문화가 숭고함을 추구하는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문화 산업은 문화와 달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산업적 사고에 더해, 투자의 주체, 관계자가 되는 타 장르의 간섭이 지나칠 경우 작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디어 믹스를 촉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다. 게다가 타 장르의 개입은 미디어 믹스의 결과 작품성을 변화시키고 원작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방영한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경우, 웹툰의 완결 이전에 드라마가 방영되는 과정에서 원작자의 주문을 무시한 채 원작의 결말을 유출해 버리기도 했다.
위와 같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한 장르의 작품을 다른 장르로 재해석할 땐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통 일주일의 주기를 가지고 비연속적으로 연재되는 웹툰에 맞게 설계된 플롯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의 플롯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웹툰에서 매 화 묘사되는 미세한 기승전결을 긴 상영시간을 가지는 영화에서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 각 장르는 캐릭터를 제시하는 방법과 분량에 있어 큰 차이를 가진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동영상 매체는 관객의 이해 속도와 무관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한편, 웹툰은 독자가 읽는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전달되는 정보의 총량이 더 많은 편이다. 웹툰의 연재 기간은 보통 1년을 넘지만 드라마는 수 주, 영화는 약 두 시간 정도로 상영시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웹툰을 기반으로 동영상 매체의 작품이 제작될 때엔 일부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묘사 방법을 크게 변경해야만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디어 믹스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이와 같은 차이를 인지하고 각 장르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기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화를 그려내기 위해선
웹툰은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시험장이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시도되고, 작가와 독자가 밀접하게 소통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문화가 그려진다. 이 아이디어의 보물 창고는 다른 장르에서도 많은 작품의 토대가 되었고 문화의 교집합으로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웹툰 원작은 설계도가 될 수 없다. 움직이지 않는 웹툰의 그림으로 영화의 그래픽을 제한할 수 없으며, 정지한 표정만으론 배우들이 연기하는 감정을 그려낼 수 없다. 웹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작임과 동시에 미디어 믹스 작품들의 물감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믹스는 원작이란 밑그림을 완벽히 따라 그리는 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원작을 재료 삼아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많은 웹툰이 그려졌고 또 그려질 것이다. 이 작품들이 소중한 밀알이 되어 우리나라 문화 전성기를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
<한국만화 미디어 믹스의 역사: 한국만화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 90년사>, 김성훈

<2009 해외콘텐츠 시장조사>
최윤철

<Korean Webtoons Going Global>
The Korea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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