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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남북이 함께 내딛은 평화의 한 걸음
[447호] 2018년 05월 01일 (화) 장진한 기자 uoeno97@kaist.ac.kr

 지난달 27일,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만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만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위원장이 만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이로써 지난해 6차 핵실험, ICBM 발사 등으로 경직되던 남북관계는 극적인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 그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평행선을 달리던 남북 관계는 해빙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반도 평화 정착 관련 내용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해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이에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결의하면서 국제 사회 속 북한은 더욱 고립되는 듯 보였다.
이러한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인 기운이 엿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과 이를 위한 대화 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대한민국 측 역시 화답하면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었다. 이 회담에서 남북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석에 합의했으며 이후 북한의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되는 등 예술 및 체육 분야에서부터 동행을 시작했다.
2월 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견된 대표단에 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포함되었다. 개회식 다음 날, 김 부부장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고 이에 문 대통령 역시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하면서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이 물꼬를 텄다.
그리고 지난 3월 5일, 대한민국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방북하여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정 실장은 다음 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2018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됨을 공식 발표하면서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 실장이 해당 회담 내용을 전하기 위해 방문한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화 의사를 즉각 수락하며 북미정상회담 역시 성사되었다.
이어 3월 2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정상회담 일자를 4월 27일로 확정했다. 이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연이어 개최되고 일산 킨텍스에 메인 프레스 센터가 설치되는 등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12시간 동안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남북 정상은 회담 전날 공지된 일정대로 오전 9시 30분가량 첫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약 4분 먼저 나와 김 위원장을 맞이했으며 두 정상은 이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즉석 제의로 문 대통령이 경계선 북쪽 땅을 잠시 밟고 오기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였고, 10시 15분경 양측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오전 회담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1시 57분경 회담을 종료하고 양측은 각자 오찬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 일정으로 오후 4시 30분경에 소나무 식수식이 진행되었으며 이후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의 산책이 진행되었다. 오후 5시 19분경 오후 정상회담이 시작되었고 오후 5시 58분경 평화의 집에서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진행한 뒤 이를 ‘판문점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발표했다. 그 후 남북의 주요 인사가 추가로 참석한 가운데 환영 만찬이 진행되었다. 한편, 만찬에는 리설주 여사 역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남북 정상 퍼스트레이디 간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만찬이 종료된 후에는 환송식이 진행되었고 오후 9시 30분가량 김 위원장이 탑승한 자동차가 북을 향하면서 두 정상이 만난 지 거의 12시간 만에 2018 남북정상회담은 종료되었다.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은
2000년 정상회담의 6.15 공동선언, 2007년 정상회담의 10.4 공동선언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채택되었다. 이번 회담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 선언에서 주목할만한 몇몇 내용을 살펴보자면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 출전 ▲이산가족•친척 상봉 진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 중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 ▲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 중 특기할만한 점으로는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 한반도의 비핵화를 명문화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덧붙여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역시 정상회담 정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담을 바라보는 각국의 온도차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한국전쟁이 끝난다’며, ‘미국과 위대한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도 좋다’는 글을 올리면서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뜻을 나타냈다.
중국은 물밑에서 움직이는 형국이다. 중국은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 김 위원장이 비밀리에 방중하였음을 밝혔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 전, 중국의 존재감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 가장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대한민국, 미국, 중국과는 대화 국면에 돌입한 북한이 일본에는 별 제스처를 보이지 않으며 자국 내에서도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 ・북 ・미 3자 또는 남 ・북 ・미 ・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이라는 항목에서 보듯 일본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으며 아베 내각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대한민국은 역사에 남을 하루를 보냈다. 남북의 정상이 군사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고 판문점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이야기를 나눴다. 언론의 헤드라인에는 평화, 통일과 같은 단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얼어붙은 강물처럼 냉기만 흐르던 남북관계에는 이제 평화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10년도 더 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손안에 다 들어온 것만 같았던 통일이란 단어는 끝끝내 잡히지 않았고,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아픔을 또 한 번 겪어야 했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의 이후였다. 2018 남북정상회담의 이후를 우리는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 그리고 먼 미래, 역사는 지금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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