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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새로운 면을 만나다
[446호] 2018년 03월 27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종이는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로 발명되었다. 때때로 색과 형상을 표현하는 회화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번뜩이는 영감의 재현, 서술이 아닌 밑바탕에 불과한 종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자체가 품은 순수한 색과 저마다 다른 질감의 매력은 예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종이접기로 시작되었을 미적 가치의 발견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종이를 사용해 창작하게 했다. 접기, 자르기, 색칠하기 등 기본 기법으로 변형된 종이는 평면이 가진 본질과 이질을 보여준다. 대림미술관은 10팀의 예술가가 작업한 수많은 종이 작품을 7개의 구획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종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허물다
  전시의 첫 구획은 종이에서 외부를 배제하는 시도를 담았다. 종이는 많은 창조 활동의 시작점이다. 건축가는 설계도를, 글 작가는 문장을, 예술가는 스케치를 기록한다. 리차드 스위니는 이 종속 구조를 무너뜨리고 자체의 물성을 탐구했다. 그는 오브제부터 자연물, 기하 구조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를 종이만으로 구성했다. 그의 작품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주름과 곡선을 형성해 자연스럽다. 부분은 물결치듯 흐르고 있으며, 전체는 새로운 유기체를 이룬다. 리차드의 손을 거쳐 종이는 구부러지며 공간을 차지하는 우아한 운율의 재료로 재탄생한다. 주요 작품 <Untitled>는 공중에 설치된 대형 구조물로 마치 하나의 연결된 움직임을 포착한 듯 탄력적이다. 종이가 그저 직선적이고 평면적이라는 고정관념은 허물어진다.

빛과 종이의 상호작용: 공간의 탄생
  종이는 외부 조명이 있어야 흰색을 띤다. 그리고 종이 사이로 새나가는 빛은 음영의 차이로 공간을 조성한다. 타히티 퍼슨은 빛과 종이를 이용해 평면을 공간으로 변형한다. 주된 기법으로 종이에 패턴을 새긴 후 광원에 노출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얻어지는 이차적인 이미지를 연구했다. 작품 <Pumpkin of Time>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부피와 구조가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종이와 그림자의 명암 대비는 사뭇 새롭게 느껴진다. 디자이너 그룹 아틀리에 오이 역시 일상 소재에 불과했던 종이로 아름다움을 탐구했다. 공간에 놓인 종이가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효과를 포착해왔으며, 대형 설치 작품인 <Honminoshi Garden>은 이러한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품은 팬지 꽃을 연상시키는 종이 구조의 연속이다. 반투명의 일본 전통지를 접어 기하 구조를 형성한 후, 종잇조각을 모빌 위에 설치해 프랙털 구조로 엮었다. 전등 아래에서 빛을 반사, 투영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꽃의 모형은 강렬하지 않지만 은은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나가는 걸음에 모빌은 흔들린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달리하고 돌아오면, 각 구조는 제자리에 있다. 반복되는 움직임은 미약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원에 있는 인상을 주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더는 익숙하지 않은, 매력적인 종이
  색과 형상이 바뀐 물체는 이전과 동일하지 않다. 이곳의 작품은 모두 순수한 종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예술가의 손을 거친, 이제 완전히 다른 인상을 가진 종이가 탄생하고 있다. 토라푸 아키텍츠는 납작한 종이 패턴을 수직으로 잡아당겨 종이 꽃병 <Airvase>를 만들었다. 꽃병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형상의 오묘한 차이는 제각기 다른 평면 패턴에서 기인한다. 한 번 만들어진 꽃병의 그물망 구조는 중력에 반하여 형태를 견고히 유지한다. 전시장 한쪽 벽에 일제히 배열되어 있는 꽃병은 최소한의 선으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꽃병의 반대편에서 종이 가구를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종이 가구는 발칙한 상상이다. 종이 한 쪽을 손으로 붙들고 있으면, 반대편은 평면의 자각을 잊고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다. 자연법칙은 종이가 연약하다는 관념을 남겼다. 스튜디오 욥은 이 통념을 허물고 견고한 가구를 만드는 시도를 실행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에 흰 염료를 칠한 듯, 외형은 이전의 가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에 가서 보면, 서로 맞물린 사각형의 종이를 볼 수 있다. 견고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만족하는 가구를 마주하는 역설의 순간은 매력적이다.

  태어나 죽기까지, 종이는 인간을 떠나지 않는다. 종이는 오랜 시간을 거쳐 삶에 스며든다. 아직 다수가 전자기기보다 인쇄된 종이를 편하게 사용하는 이유이다. 종이가 익숙한 사람들은 이 작품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삶의 평범한 부분을 다르게 보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종이는 단순했고 무한했다.

사진 | 대림미술관 제공
장소 | 대림미술관
기간 | 2017.12.07. ~ 2018.05.27.
요금 | 6,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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