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트(pinto)가 어긋나다’, 논지에 어긋나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곤 하는 말입니다. 사실 이번 호 까리용의 제목은 ‘핀트’였습니다. 글을 마무리하고 제목을 작성하려던 찰나, 핀트의 어원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고 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핀트는 네덜란드어로 ‘돋보기 렌즈에서 빛이 모여 불이 붙는 점, 초점’을 뜻하는 brand’punt에서 유래한 일본 외래어로, ‘초점’ 또는 ‘요점’으로 순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초점보다는 요점이 더 글의 취지에 알맞은 것 같아, 글의 제목을 핀트 대신 요점으로 정했습니다. 최근에 핀트, 아니 요점과 어긋나는 것들이 꽤나 큰 이슈가 되는 것 같기 때문에 말입니다.

  최근 미투(MeToo) 운동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단순한 이슈를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세간의 이슈로 떠오름과 동시에, ‘펜스룰(Pence Rule)’이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펜스 룰이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미투 운동에서 펜스 룰은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여성들과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펜스 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번 미투 운동의 요점과는 많이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퍼지고 있는 펜스 룰은 기존 펜스 룰의 취지와는 많이 벗어나 있다고 느껴집니다. 마이크 펜스의 펜스 룰은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다거나, 업무 지시를 대면으로 진행하지 않는다거나, 식사나 회식 자리에서 공간을 나누어 먹는 등의 여성 격리 정책이 아닙니다. 그저 양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여러 사람이 있을 때 조금 더 몸가짐을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미투 운동의 요점은 ‘남녀 프레임’이 아닌, ‘피해자-가해자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투 운동과 동시에 조명된 펜스 룰에 의해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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