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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展>, 겸허와 고결 사이에서
[445호] 2018년 03월 13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시간의 흐름은 반항적인 형태, 내용을 가진 작품을 탄생하게 한다. 예술은 기존 관념에 도전하며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어넣는다. 미를 향한 예술가의 고뇌와 갈망이 이 변화의 중심이다. 평면 위에서 색과 형상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도는 시각 예술의 주류였다. 미켈란젤로, 로댕 등이 입체를 활용해 공간과 존재를 재현하였음에도, 조각은 정신을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자연물의 완벽한 재현을 거부하고 실체를 담는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끈질기게 연구하고 실존을 이해하기 위해서 형상을 조각했던 그가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작가가 평생을 바쳐 남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외면이 아닌 타자의 내면을 표현하다
  위대한 예술가는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아버지였던 지오반니 자코메티는 후기인상파 화가로 성공적으로 활동하며, 아들의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자코메티에게 아버지는 예술을 배우고 인문학적 문제에 접근하는 매개였다. 어린 나이에도 감각적인 초상화를 완성할 수 있었으며, 얼굴의 특징을 색의 조합으로 풀어냈다. 뛰어난 회화 실력을 갖췄던 자코메티는 되려 자신이 완벽하게 완성할 수 없었던 조각에 도전했다. 전시된 초기 작품 <아버지의 두상, 원형 버전 3번>은 아버지의 얼굴을 그대로 본땐 모양에 수염 등의 특징을 조화롭게 표현해, 조각에도 천부적 재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후기 작품으로 넘어갈수록 외면을 넘어서 자신이 보는 것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젊을 적 연인이었던 이사벨이 멀어지는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자 비현실적으로 작게 조각한 시도는 자아와 타아의 내면에 대한 통찰의 시작으로 보인다.

모두 덜어내고 남은 삶과 죽음의 경계
  내면과 존재에 관한 고민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식에 투영된다. 골조에 살을 붙이며 형태를 구축하는 일반적 조각과 달리, 자코메티의 조각은 한번 완성된 형태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걷어졌다. 조각에 형태가 아닌 존재만 남기기 위해 자코메티는 끊임없이 모델을 바라보면서 상대에게 가진 기존의 인식을 제거하고 인간 그 자체를 느끼려고 하였다.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이 눈빛에 담겨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자코메티는 인간의 시선을 담은 두상과 흉상을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바쳤다. 그의 동생 테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모티브로 한 작품 <자켓을 입은 남자> 앞에 섰을 때, 모델의 모습이 아닌 흉상의 시선과 표정에서 인간의 고독,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꼿꼿하게 선 형상은 돌같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지만, 비뚤어진 입술과 자켓의 거친 주름은 강한 시선과 함께 조각에 정신을 불어넣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끝없는 사색 끝에 생명을 담은 조각을 만들기 위해 움직임과 활기가 아닌 인간의 본질과 영혼을 묵묵히 담아내는 길을 선택했다. 자코메티는 제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도 조각을 멈추지 않았다. 유작인 <로타르 좌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사진 작가 로타르를 대상으로 한다. 화려했던 시절이 끝나고 괴로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남성의 초연하고 지친 눈빛이 조각에서 표현되었다. 작가는 죽음을 앞둔 자신의 모습을 로타르에게서 보았으며 과장되지 않은 조각의 시선 속에 인간의 죽음을 그렸다.

죽음 앞의 인간은 위태롭지만 위대하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사람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쳤고, 예술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은 인간이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고, 개인이 짊어진 책임과 삶의 주관을 고민하는 실존주의로 이어졌다.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장 폴 사르트르는 자코메티와 친분이 있었는데, 존재와 실존에 관한 자코메티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자코메티는 전쟁 이후 죽음과 고독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은 머리와 얇은 몸체, 무너질 듯한 독특한 형태의 조각이었다. 아내의 누드를 소재로 한 1954년 작품 <아네트 실물 조각상>은 자코메티 조각이 가진 특유의 앙상함, 불안함을 가졌으나 역설적으로 자세는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았다. 서 있는 것도 버거워 보일 만큼 위태롭고 무너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움직이지도 넘어지지도 않을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작품 <걸어가는 사람>을 감상하며 전시의 마지막 구획이 끝난다. 허공을 가르는 시선과 불안한 몸은 마치 조각이 죽음과 삶 사이를 걸어가는 듯하다. 평생 간직해 온 모든 사색을 담은 듯 심오한 이 조각을 보며, 평생을 예술과 인간을 탐구하는 것에 바친 이 조각가에게 숭고한 무언가를 남긴다.

   
▲ Bust of a Man Seated (Lotar III), 1966 ⓒ Alberto Giacometti Estate

사진 | 예술의 전당 제공
장소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
기간 | 2017.12.21. ~ 2018.4.15.
요금 | 16,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53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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