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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열광했는가
[445호] 2018년 03월 13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지난해 대한민국은 암호화폐의 열풍에 빠졌다. 가즈아, 존버, 떡상 등 많은 유행어가 탄생했고 정치권을 포함해 온갖 대중매체에서 회자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화폐에서 중앙권력을 완전히 배제하고 더 자유로운 경제 체제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초기 목적과 달리 투기 대상이 되어 대중에게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어떻게 탄생했고, 왜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는지, 그리고 새로운 통화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어떤지 알아보자. 

암호화폐, 인터넷 거래를 혁신하다

  암호화폐는 본래 통화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결제 수단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암호화페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세상에 출시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인터넷 결제의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전자 거래에 사용되는 파일은 복사될 수 있고 복제된 코드는 이전 코드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제3자로서 결제를 중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때문에 일상 거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비가역(Non-reversible)적인 거래가 이론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학을 활용해 수수료가 없고 위조할 수 없는 전자 화폐를 탄생시켰다.

자유주의 아래 날개를 달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의 개발과 함께 기대한 점은 간편한 인터넷 상거래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래의 근간인 화폐에 중앙권력의 통제가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제적 자유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금본위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시초,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통화를 창조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 사이의 일상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가 성공한다면, 통화는 시장에 의해 창조되고 관리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설계는 <화폐의 비국유화>의 저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의 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애덤 스미스의 초기 이론을 이어받아 ‘인간은 시장을 통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사회는 자유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경제의 근간인 통화는 중앙 통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암호화폐는 기술을 통해 최초로 화폐의 ‘민간화’에 도전하고 있다.

  중앙 통화를 탈피하는 시도가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킬지는 불확실하나, 기존 통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학자 헨리 헤즐릿은 ‘어떤 나라도, 어떤 세대도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못한다’며 인플레이션을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조세’라 칭했다. 단순한 예시로, 근로자의 임금을 쉽게 삭감할 수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임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실제로 키프로스같이 인플레이션이 심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국가 통화에서 암호화폐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초기의 암호화페는 국가 통화를 대체하고 시장 경제를 발전시킬 미래 기술로써 인기를 모았다.

권력 없는 화폐, 처벌 없는 범죄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페는 정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구도 해당 통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2014년 2월,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틴 곡스는 해커의 공격으로 약 5억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잃고 파산했다. 이후, 작은 규모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훔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비트코인은 아직 개발자가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익명성이 뛰어난 거래 수단이기에 해커들의 익명성 역시 철저하게 보장된다. 더군다나 어떤 정부도 암호화폐를 책임지지 않기에 훔친 비트코인을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어떤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암호화페 거래소 사업자가 거래하던 암호화페를 가지고 사라진다면 거래자 모두 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 비트코인 등 다수의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암호화폐는 모든 거래 내역이 하나의 블록으로써 이전까지의 블록들이 연결되어있는 ‘블록체인’에 추가된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범죄가 아닌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두 갈래로 분리되었고, 두 개의 독립된 비트코인이 존재한 적이 있었다. 사용자 중 과반이 동의하면 블록의 부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갈래의 비트코인이 다른 갈래보다 충분히 많은 사용자를 얻게 되면 다시 비트코인의 통일이 가능하다. 결국 한 체인의 비트코인은 사멸했고, 해당 갈래의 비트코인을 소유했던 사람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이지만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비트코인도 그 예외가 아니다. 다만, 물리적 실체가 있는 국가 통화의 경우 전산 오류에 의한 문제의 영향이 적고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질 주체가 있다.

비트코인, 이카로스의 비극 따르나
  지난해 1월 2일, 1 비트코인의 가격이 천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만달러를 넘을 때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온라인 상거래를 혁신하고 통화의 탈 중앙화를 촉진하여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끌어냈고, 빠르게 가치가 상승하는 신생 화폐는 마치 신도시에 부동산 투기가 몰리듯 전 세계의 투기자를 끌어들였다.
경제학에서, 어떤 것이 화폐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로 거래될 수 있는 교환의 매개수단, 구매력의 훼손 없이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가치저장수단, 그리고 계산 단위로써의 기능이다. 암호화페가 선풍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통화’로써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가치가 빠르게 변해 가치저장수단의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탈 중앙적 화폐인 금은 내재적인 가치가 오랫동안 인정받아 가치저장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 키프로스의 경우, 거꾸로 국가 통화가 가치저장수단으로 실패해서 비트코인 수요가 올라갔다. 자국의 국가 화폐가 한순간에 평가절하되는 것을 경험한 국민들에게는 암호화폐가 아주 매력적인 가치저장수단이 되었다. 이외에도 암호화페의 탈 중앙적 성격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신속성과 기술적 특성이 바로 암호화폐의 내재적 가치이며, 가격이 급변하는 것은 가치가 불확실 아니라 현실 통화와의 교환 비율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암호화폐가 가치 저장의 기능을 지킬 수 있는지, 혹은 가치 저장의 기능이 모든 통화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비트코인 역시 지금처럼 심각한 불확정성이 계속된다면 처음 기대했던 화폐로의 긍정적인 역할은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거래 중개자로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암호 기술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론과 함께 등장했으나, 정작 화폐 자체로의 신뢰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암호화폐는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도 암호화폐를 구매한 사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암호화폐를 구매해 1월까지 보유했던 오범석(수리과학과 17) 학우는 “암호화폐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투자의 수단, 사실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다”며, “암호화폐의 본 목적은 이미 많이 퇴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 보유한 암호화폐를 모두 매도한 이유에 대해선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면 많은 신경을 기울어야 하는데,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나친 투기 열풍으로 인해 나날이 가치가 급변하는 암호화폐, 안정적인 화폐로 신뢰받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다.

참고도서 | <비트코인 대소동>, Nicolas Laurent Wenker, 피엔씨미디어
참고문헌 | 나카모토 사토시. (2009)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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