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기준 이번 달 8일, 백악관에서 철강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입산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 시작되며,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를 면제받았다. 본 행정명령으로 인해, 한국의 철강산업은 대미 수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25% 관세’ 규제가 나온 배경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과세 논란들
  트럼프 정부의 무역 관세 논란은 철강 관세가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한국산 유정용 강철 파이프(OCTG)에 대하여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반덤핑이란 손해를 무시하고 값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무역규제 조치로, 보통 자국 산업의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월,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하여 긴급 수입 제한 조치(Safe Guard)를 단행, 최대 30%에서 50%에 이르는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 2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에는 동맹이 없다’며, 한국을 포함한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향하여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호혜세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 기조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중 하나로, 미국산 제품에 상대국이 매기는 세금만큼 상대국 제품에 수입세를 매긴다는 조치이다. 예를 들어, 상대국이 미국의 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 역시 동일 제품을 수입할 때 5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철강 관세 결정의 근거는?
  이렇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으며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철강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번 해 2월 16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라는 문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본 보고서에는 3가지 무역 규제 권고안이 포함되었다. 그 권고안에는 ▲한국과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 12개국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모든 수출국의 물량을 지난 2017년 대비 63%로 줄이는 방안 ▲모든 철강제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기준 이번 달 8일 이 세 방안 중 마지막 방안을 선택하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에 대한 관세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역확장법이다. 무역확장법이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산 농업•광업•산업 제품 등의 해외 시장을 키우기 위한 법으로써, 대통령에게 관세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일부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 과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
  이번 철강 관세 조치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관세 면제를 위한 노력과 함께, 주요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의 제소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조치에 불과한 데다가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뒤 세계무역기구의 판결이 나오더라도 미국이 이를 무시할 수 있어, 실효성 논란 역시 이어지고 있다. 헌법을 제외한 국내법과 국제법이 같은 효력을 갖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국제법보다 자국 연방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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