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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져가는 미투 운동... 곳곳에서 드러나는 ‘괴물’의 흔적들
[445호] 2018년 03월 13일 (화) 장진한 기자 uoeno97@kaist.ac.kr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 #MeToo를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미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운동은 여성들이 당한 각종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폭로하면서, 그 피해를 알리고 아픔을 위로하고자 시작된 운동이다. 현재 미투 운동은 단순한 몇몇 사례를 넘어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번져 나가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WithYou 캠페인까지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

미투 운동, 그 시작은
  미투 운동의 시작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미국의 흑인 여성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유색 인종 여성과 아이들의 피해를 알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지난해 10월 5일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동종 업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즈가 폭로하면서 부활하게 된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영화계에 몸담았던 지난 30년간 함께 작업했던 배우, 영화 스태프 등을 가리지 않고 그들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그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 쫓겨나게 됐으며 이 회사 역시 지난 2월 25일자로 파산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미투 운동 바람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201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 선정되고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수많은 배우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검은 의상을 착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직 검사의 폭로... 미투 한국 상륙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지난 1월 말이다. 현직 검사인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밝히는 글을 게시했고, 이후 <JTBC 뉴스룸>에서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검찰청 내 성추문이 드러난 것이다. 유력 뉴스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채 성추행을 증언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면서 국민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쏟아졌고, 해당 사건은 하루 넘게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성추문 피해 글 업로드 이틀 만에 대검찰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추행 진상 규명 조사단을 구성했으며, 서지현 검사의 고백은 후에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폭로의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6일, JTBC는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된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을 소개함과 동시에 최영미 시인을 인터뷰하면서 문단의 거목이었던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다. 해당 시는 ‘En선생’, ‘노털상’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시의 대상을 자명하게 드러냈고, 이후 박진성 시인의 추가 폭로도 이어지면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고은 시인은 이후 단국대 석좌교수직을 사임했으며 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부 초빙 석좌교수직 역시 내려놓았다. (관련 기사 본지 444호, < ‘성추행 논란’ 고은 시인, 교수직 내려놓나>)

어느 곳에도 ‘괴물’은 있다
  이처럼 언론 보도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은 이내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폭로로 들불처럼 번져 가기 시작했다. 작가 겸 연극연출가인 이윤택의 성폭력 의혹은 미투 운동을 더 가속화했으며, 연극계로 번져 간 미투 운동은 이내 영화계로 향했다. 故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었고 지난 3월 6일 <MBC PD수첩>에서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의 성추문 실태를 폭로하면서 영화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외에도 드러머 남궁연, 사진작가 로타 등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화계는 미투 운동이 가장 활발한 장소가 되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정치계, 종교계 등 다양한 곳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쏟아지면서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최대 미투 스캔들, 안희정의 몰락
  정치계로 번져간 미투의 첫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유력 차기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호감도를 쌓아가며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던 안 전 지사는 지난 3월 5일 자신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에게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인터뷰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김지은 씨가 수행비서 시절이던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자행했다. 안 전 지사의 비서실은 입장을 묻는 JTBC 측에 “성관계는 있었으나,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라고 주장했으나, 악화되어가는 여론 속에서 결국 안 전 지사는 본인의 SNS 계정에 비서실의 해당 입장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와 함께 도지사 사퇴와 일체의 정치 활동 중단을 알렸다. 김지은 씨는 인터뷰 다음 날 안 전 지사를 피고소인으로 하는 고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제출하였으며 지난 3월 9일, 안 전 지사는 검찰의 출석 요구가 없었음에도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

미투 운동과 함께 등장한 ‘펜스룰’
  미투 운동이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불어닥치면서 몇몇 남성들이 성범죄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펜스룰’이 최근 덩달아 쟁점이 되는 모습이다. 펜스룰이란 미국의 현재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당시 언급한 것으로 ‘아내 외의 여자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한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남성이 성범죄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아예 여성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뜻인데, 이는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투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며 지금도 수많은 폭로들이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다. 많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투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으며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괴물’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해왔음이 증명되고 있다는 것,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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