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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자성체 이용해 자구벽 메모리 소자의 속도 높이는 기술 개발
각운동량 상쇄되지만 자성 띠는 조건 발견해... GdFeCo 페리자성체로 자구벽 이동 속도 한계 극복해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앞장서
[443호] 2018년 02월 13일 (화) 곽지호 기자 jim9611@kaist.ac.kr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와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경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자구벽* 기반 자기메모리(이하 자구벽 메모리)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구벽 메모리는 전류를 이용해 자구벽을 이동시켜 정보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일종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25일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기존 자구벽 메모리, 속도 한계 있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는 내부의 원판에 N, S와 같은 자극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고, 탐침을 이용해 저장된 정보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탐침이 망가진다면 사용이 불가하며, 원판을 계속해서 회전시켜야 하므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자구벽 메모리는 하드디스크의 기계적인 회전을 전류에 의한 자구벽의 이동으로 대체한 메모리 소자이다. 따라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정하며 전력 사용량도 기존 하드디스크에 비해 적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된 자구벽 메모리의 동작 속도는 하드디스크보다 느려, 하드디스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페리자성체로 극복한 워커붕괴현상
자구벽 메모리가 동작 속도의 한계를 가지게 되는 원인은 자구벽이 회전하며 움직이는 워커붕괴현상(Walker breakdown) 때문이다. 워커붕괴현상은 물질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각운동량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주로 연구되었던 강자성체가 아닌, 페리자성체**(Ferrimagnet)에 주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강자성체는 외부 자기장을 가하였을 때 내부의 원자 자석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물질로, 원자의 배열 방향이 일치해 각운동량이 항상 존재한다. 이에 반해 페리자성체는 내부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된 자극들이 반복되어 나타나 반 평형 생태가 유지되는 물질로, 생성 조건을 조절함으로써 각운동량의 합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각운동량의 합이 0임에도 불구하고 각 방향에 따른 자극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모멘트가 존재한다. 따라서 외부 자기장으로 물질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페리자성체는 철과 같은 전이금속과 희토류 원소를 섞어서 제작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FeCo(철-코발트 합금)와 Gd(가돌리늄)로 만든 GdFeCo(가돌리늄-철-코발트 합금)를 사용했다. 이때, 합금을 이루는 물질의 조성비나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물질 전체의 자력과 각운동량의 총합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각운동량의 합이 0이지만 자성을 띠는 지점을 발견하고, 자구벽의 이동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함을 관측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각운동량이 상쇄되며 워커붕괴현상이 사라짐에 따라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적용 가능해
이번 연구는 워커붕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특별한 조건을 발견했으며, 자구벽의 이동 속도를 수백 m/s에서 약 2km/s로 크게 높임으로써 자구벽 메모리의 속도 한계를 극복했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모리는 하드디스크보다 최소 10배 이상 빨라, 기존의 자구벽 메모리 기술에 이번 연구가 더해진다면 고집적, 저전력의 차세대 메모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각운동량이 0이 되어 워커붕괴현상이 사라지는 현상은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며, 이번 연구는 여기에 자기장을 가했을 때의 특징을 발견한 것이다”며, “추후 연구를 통해 자기장 외 다른 조건에 따른 물질의 성질에 대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자구벽*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지는 자구들의 경계. 외부 자기장 등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
페리자성체**
인접한 자화가 반대로 정렬되어 있고 크기가 서로 다른 자성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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