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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대로 가리려 한 우리의 봄날
[444호] 2018년 02월 27일 (화) 오태화 편집장 kaisttimes@gmail.com

  매서운 한파(寒波)와 함께였던,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봄, 따스한 햇볕을 겨우내 기다려 왔던 지구상의 생명들이 고개를 빼꼼 내미는 계절입니다. 웅크려 서로와 체온을 나누던 아기 고양이들도, 지하에서 빛을 고대하며 움트던 새싹들도 교정에서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두 반가운 모습들입니다. 하지만, 봄이 설레는 소식만을 가져오진 않았나 봅니다.
  지난 2월, 본교 인문사회과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임명되었던 고은 시인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갔고, 우리 학교 역시 그것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제32대 학부 총학생회 <받침>과 KAIST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는 많은 학우들의 연서를 받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고은 시인의 행동을 규탄하고 학교 측의 적절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다소 충격적이게도,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은 최근 갑자기 떠오른 이슈가 아닙니다. 이미 1961년부터 고은 시인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습니다. 그때마다 고은 시인은 자신을 사칭한 ‘가짜 고은’의 짓이라 해명하였지만, 그의 성폭력 루머는 대중보다는 문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리고 끊임없이 퍼져나갔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고은 시인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직을 내려놓았으며, 수원시가 집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거처인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본교 고동환 인문사회과학부 학부장을 통해 초빙석좌교수직 사직의사를 표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은 시인이 본교 초빙석좌교수직에 대해 사직의사를 표했다고, 설령 교수직을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종결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도 여러 번 거론되곤 한 고은 시인이 뛰어난 실력을 가진 문예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의 악행마저 용서될 수는 없습니다. 교수 임명은 학교의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부적절한 교수 임명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논란을 거울삼아 본교의 올바른 인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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