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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물질 만능주의에 보내는 조롱
리들리 스콧 - <올 더 머니>
[444호] 2018년 02월 27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16살 폴 게티 3세가 로마에서 납치당한다. 장르를 납치 스릴러로 단정하긴 이르다. 그가 납치된 이유는 그의 할아버지가 세계 제일의 부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돈(all the money)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납치범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자 폴 게티는 기자 앞에서 선언한다.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영화는 시작한다.
  폴 게티 3세의 아버지는 폴 게티와 연을 끊고 지냈다. 하지만 가정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자 일자리를 부탁하고, 급작스레 게티의 석유 회사 임원이 된다. 임원직이 급작스레 가져다준 경제적 풍요를 감당치 못해 마약과 색욕에 빠지고 아내인 개일에게 이혼을 당한다. 손자를 사랑한 폴 게티는 최고의 법무팀을 준비해 개일에게 양육권을 폴 게티 일가에 넘기라고 종용한다. 거액이 준비되어 있었으나 개일은 돈은 필요 없으니 아들과 함께인 삶을 요구했다. 개일은 그녀의 아들만 데리고 폴 게티의 세상에서 빠져나온다. 이제 그들은 다시 소시민이 되었다.
  하지만 납치범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한 이상, 개일은 폴 게티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폴 게티는 영화 속에서 계속 호화로운 미술품을 구매한다. 그는 물건이 좋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가치를 물건으로 환산하는 그는 해묵은 유물론자다.
  몇 달째 돈이 들어오지 않자, 납치범은 폴 게티 3세의 귀를 잘라 개일에게 보낸다. 고통스러워하는 개일에게 한 기자는 큰돈을 줄 테니 이것을 단독으로 특종에 싣게 해달라 청한다. 아들 몸값에 큰 도움이 될 거라며 그녀를 구슬리는 기자에게 개일은, 돈은 됐고 귀를 실은 신문 1,000호만 달라고 한다. 신문은 전부 폴 게티 앞으로 갔다. 개일은 폴 게티에게 애원하기 보다는 그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세계를 물건과 물건과의 관계로만 해석하는 자가 폴 게티라면, 개일은 물질과 돈의 유치한 왕래를 비웃는다. 경제적으로는 개일이 폴 게티에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개일의 태도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빛바랜 유물론자에게 조소를 보낼 뿐이다. 개일과 폴 게티 일가가 만나 폴 게티 3세가 태어났다는 점이 변증법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자본만능주의 사회를 대변하는 폴 게티가 개일의 저항을 받게 된 것이다. 영화는 폴 게티와 개일을 아주 동등한 캐릭터로 그려냈다.
  번외로, <올 더 머니>의 감독, 리들리 스콧은 개봉일 한 달 전에 전면 재촬영을 결심했다. 폴 게티 역을 맡은 배우가 개봉 한 달 전에 동성을 성추행했다는 고발이 나오고, 배우가 이를 시인하면서 감독은 과감히 그가 들어간 모든 장면을 새로운 배우로 대체했다. 이를 알고 보면 더더욱 <올 더 머니>의 완성도가 감명 깊게 느껴질 것이다.

   
▲ 판씨네마(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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