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 텔레헨 - <코끼리의 마음>

 나무에 올라 춤을 추는 코끼리가 있다. 무거운 몸과 짧은 팔다리는 꼭대기까지 오르는 여정을 방해해 힘겹게 한다. 그러나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은 그 고통도 잊게 해 코끼리는 흥겨움에 뛰고 피루엣을 춘다. 균형을 잃고 떨어진 그는 아픈 소리를 내며 누워있기도 돌연 자신의 혹을 매만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날의 코끼리는 다시 높은 나무를 찾아 오른다.
나무를 타고 춤을 추는 코끼리는 일종의 부자연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부닥친 숲의 동물들은 자신이 코끼리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한다.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곰은 자신이라면 케이크를 많이 먹고 아예 나무에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갈비뼈가 부러진 채 누워있는 형상을 보며, 쥐는 나무에 올라서 연설을 할 것이라 말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동물이 나무에서 떨어진 코끼리를 지나쳐간다.
그러나 코끼리가 아닌 것은 코끼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동물들은 코끼리를 걱정하지만 그저 제 입장에서 생각해 조언을 건네거나 판단할 뿐이다. 코끼리의 형상을 쓰고 말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낸다. 독자는 이야기를 들으며, 담론의 당사자인 코끼리보다 화자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코끼리에 대해 말했기 때문이다.
숲에서 펼쳐진 이야기가 비단 동물들만의 것은 아니다. 코끼리가 무슨 생각으로 나무에 오르는 것일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코끼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면을 이해하려 시도하게 된다. 숲을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시선을 옮기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겉모습만큼이나 내면 그리고 인격은 복잡하고 다르다.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타인에게 잘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이 짧은 동화는 그것이 오만은 아닌지, 타인의 인격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준다.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코끼리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언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 모두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저자는 이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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