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랑한 프랑스 미술, <예르미타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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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사랑한 프랑스 미술, <예르미타시 전>
  • 오현창 기자
  • 승인 2018.02.2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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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언어이다. 예술의 창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의 시대에 빠져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예술은 사회에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른 사회와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18세기,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 이후 서유럽 문화의 수용에 열중했고, 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프랑스 밖에선 가장 많은 프랑스 회화를 보유한 박물관이 되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에는 고전주의부터 인상주의까지 각 시대를 보여주는 프랑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고귀한 단순함과 차분한 웅장함

  첫 전시관의 테마인 고전주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이 재조명되며 탄생한 미술 사조로, 엄격한 균형과 비례, 그리고 자연미의 사실적 묘사가 특징이다. 니콜라 푸생의 <십자가에서 내림>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모습을 단순한 구도로 장중하게 표현하였다. 바로크 미술의 영향도 엿보이는데,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과 사다리에 걸린 흰 천의 극명한 대조는 고조된 긴장감을 조성하며 비극을 극대화한다. 예수를 내리는 장면과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은 고전주의와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소재로, 작품에 예외적으로 두 장면이 동시에 등장한다.
  신앙과 절대미를 최고로 여긴 당시의 미술계와 대조적으로, 르 냉 형제는 평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유명해졌다. <술집의 농부들> 속 인물들은 허름한 술집에 해진 옷을 입고 앉아 있지만, 위엄 가득한 얼굴에는 내면의 고결함이 묻어있다. 바로크는 장르와 시대가 일치했던 마지막 양식으로, 이후 여러 미술 사조가 동시대에 등장하며 그림의 주제도 다양해진다.

불안한 변혁 속에서 찾아 나선 자유
  18세기 초, 루이 14세 사후 프랑스는 5살의 왕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과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해 경제 침체에 빠진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미술은 이상을 좇기보다는 관심을 환기시키는 주제로 눈을 돌렸다. 로코코는 힘차고 장엄한 바로크와 달리 우아하고 화려한 특징의 예술 흐름을 지칭한다. 나티에의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는 성서 중 이집트 장군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는 이야기를 따왔다. 성경의 이야기가 배경이 되지만, 나체의 여인이 남성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장면에 초점을 맞춘다.
  <스팔라토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궁전의 열주랑>은 클레리소가 궁전이 무너지기 전을 상상해 그린 작품이다. 당시 유럽의 상류층 자제 사이에서 이탈리아의 유적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했고 클레리소처럼 유적을 그린 작품을 남겼다. 당시 풍경, 건축, 인물 등 그림을 분담해 그린 작품이 많아 배경과 인물의 비율이 어색한 경우도 많다. 이후 계몽주의가 확산되며 미술은 종교와 왕실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가 주목하는 아름다움을 그리게 된다.

프랑스 혁명 이후 다양해지는 미술
  19세기로 접어들며 프랑스 사회는 일련의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며 격변했고 미술계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오라스 베르네의 작품 <자화상>에 비친 모습은 이전까지 그림에 등장하던 인물과 차이가 있다. 바닥에는 아라비아에서 온 듯한 비단과 단검이 놓여져 있고 남자는 기다란 담뱃대를 물고 있다. 동양의 물건이 등장하는 이유는 베르네 본인이 크림 전쟁에 동행해 동양의 영향을 받은 까닭도 있지만, 당시 유럽이 낭만주의의 영향 속에서 현실을 벗어나 미지의 동양 세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이전과 전혀 다른 화풍을 보여주는 앵그르의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을 살펴보자. 피라미드형의 안정된 구도, 매끄러운 표면, 정확한 윤곽, 가상의 배경 등 이전 그림과 대비되는 신고전주의의 전형을 보인다.
  페테르부르크는 다른 러시아 도시들과는 달리 서유럽을 닮았다. 러시아가 유럽, 특히 프랑스의 문화에 매료되어 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기고 프랑스 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보물, 프랑스 미술의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니콜라이 푸생, 1620년대 후반, 십자가에서 내림
▲ 장오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1821,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기간 | 2017.12.19 ~ 2018.4.15
요금 | 6,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1688-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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