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생활은 1983년에 시작되었으니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그새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듯도 하지만 이상하게 멈추어버린 부분도 있는 듯해 30년의 긴 시간이 그리 아득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나 또한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한다는 긴장감과 두려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난 곧 그것들을 잊고 내 대학생활을 그럭저럭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이끄는 대로 학업에 임했다. 학력고사 점수가 나와 선생님과 부모님은 내가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정해준 대학에 입학해서는 다시 또 학교에서 정해놓은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받고 남는 시간에는 과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등 수동적인 생활의 연속이었다.

당시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후로서 학생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시위로 분출시키던 때였으나, 다른 한편에는 소극적으로 일상사에 연연하며 상황을 관조하던 나 같은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의식적 무관심은 어느 날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로 이른 아침 학교에 갔다가 전경의 손에 머리채를 끌려가며 비명을 지르는 학생을 보게 된 것이다. 세상에 나와 그녀 그리고 극악하게 머리채를 끌고 가던 전경의 손만 있었던 그날의 장면은, 그 장면을 바라만 보던 내 무능력함과 함께 영원히 내 기억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충격적 장면은 얼마 후 되풀이되었다. 이번에는 어느 여학생이 구호를 외치며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아래에서는 그녀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충격을 흡수할 무엇인가를 열심히 날라서 쌓고 있었고 교수님들은 그녀가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목이 터져라 설득하고 있었다. 위에서는 전경들이 그런 그녀를 잡느라 일대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마침내 잡혀서 끌려 내려가는 그녀를 보고 나는 안도 반, 우려 반의 숨을 내쉬고 돌아섰으나 그녀로 말미암은 불편한 생각 또한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깊이 내 삶을 흔들게 되었고, 나는 어느새 그녀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내 가벼운 삶의 무게도 버겁다고 징징거리는데 그녀들은 누구를 위해 그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는가?”

이후 내 대학생활은 별 소요 없이 마쳐졌다. 나는 직장생활을 한 후 유학을 가 학업을 마치고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동안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여러 가지 환경에서 많은 일이 내게 일어났으나, 아직도 그 두 여학생에 대한 기억은 내게 생생히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 극단적인 이기심이 발동할 때 이를 다스리고 타이르며 타인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삶의 훈계로 남아있다.

우리가 성공적인 삶을 이루는 데에는 어떤 공통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부단한 노력과 성실함,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바도 그러한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엄청난 부담감을 극복하고 피겨 스케이팅 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끊임없는 연습과 치밀한 준비, 독기에 가깝게 지킨 극기의 자세가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성공의 요소 외에 ‘나만의 독특한 성공적인 삶’을 만드는 +α는 무엇인가? 당신이 이를 이미 알고 있지 않다면 대학생활 속에서 이에 대한 해답 혹은 당신만의 각성의 순간(eye-opener)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문사회과학과 부교수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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