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찾아가거나,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나고 즐기고 있다. 이는 1960년대 팝 아트가 대중과 순수 예술을 접목하려 한 시도의 결과일 것이다. 전시 <Hi, POP: 하이 팝>에서는 5명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해링, 로버트 인디애나, 앤디 워홀의 원화 157점을 만날 수 있다.

예술, 모두 앞에 당당히 나서다
  미술은 고결하고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가 미술계의 주를 이루던 시절, 이면에서는 새로운 미술을 향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의 네오다다이즘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추상표현주의로 대표되던 미(美)에 대한 인습적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했고, 일상적인 물건들과 폐품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콤바인 아트를 창시한다. 비로소,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사물들이 예술로 승화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라우센버그의 사상은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과 같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미국 팝 아트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1950년 영국에서 시작된 팝 아트는 ‘대중성(Popularity)’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특정 계층이 아닌 대중을 향한 예술이다. 사회를 향한 예술가의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 작품 각각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지만, 동시대의 다른 어떤 장르의 미술보다 쉽게 소비된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팝 아티스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깊이를 더해간다.

예술가의 눈에 비친 세상
  만화 같은 화풍, 상업적인 이미지, 그리고 강렬한 원색으로 대표되는 팝 아트 작품에는 예술가들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팝 아티스트들은 많은 사회적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외부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추구하였다.
키스 해링은 낙서와 같은 화풍을 통해 자신의 시선을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 화가이다. 거리의 화가 키스 해링의 작품들은 역동적이고 간결한 그림을 통해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 차별에 대한 비판이나 인류애와 같은 가치관을 담아냈다. 그만의 독특한 낙서 스타일을 보여주는 <Three Eyed Man>은 상품화를 통해 퍼져나가며 투쟁, 불안과 같은 예술가의 시선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대중과 가까운 곳에,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예술을 통해 해링이 추구했던 세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자 한 것이다.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또한 작품을 통해 대중매체와 현대사회를 풍자하였다. 워홀은 <마릴린(Marilyn)> 연작에서, 같은 대상을 다른 색으로 반복생산하는 것으로 본질적 이미지의 소실을 표현했다. 대중에게 소비되는 것은 그녀 개인이 아닌 매체를 통해 재생산되는 스타의 이미지일 뿐임을 전하고자 했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다
  앤디 워홀은 “팝 아트는 모두의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대중에 의해 소비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일상에 자리 잡는다. 워홀은 TV, 신문과 같은 미디어 속 친숙한 대상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또한,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현대 소비사회의 이미지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마치 상품처럼 진열대 위에 전시된 <캠벨 수프> 시리즈는 그만큼 파격적이고도 위대했다. 앤디 워홀의 손안에서 예술과 상업, 일상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LOVE>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더 깊숙하게 일상 속으로 다가온다. 온 세상에 사랑을 전하고 싶어 했던 인디애나의 조각은 거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의 사진 명소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비뚤어진 O를 가진 그의 작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전시는 앤디 워홀의 <마릴린(Marilyn)> 연작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림들이 줄지어 걸려있는 모습에,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이대며 포즈를 취한다. 셀카도 한 번 찍고, 분위기 있는 필터로 그림도 찍어준다. 이 사진은 SNS에 여기저기 실리며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어쩌면 팝 아티스트들이 가장 바라던 것일지도 모른다. 팝 아트를 감상하는 데는 어떤 공부도, 진지한 마음가짐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있는 힘껏 즐겨보도록 하자.

사진 | M 컨템포러리 제공
장소 | M 컨템포러리 1층
기간 | 2017.12.15 ~ 2018.4.15
요금 | 16,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345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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