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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나체를 통해 예술과 삶의 관계를 조망하다
[442호] 2017년 11월 28일 (화) 임성민 기자 96eric@kaist.ac.kr

 누드는 논란의 카테고리다. 미술사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누드는 긴 시간 동안 예술가와 비평가, 관람객에 의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새롭게 규정되어 왔다. 나체는 단순히 작품의 소재일 뿐만 아니라 여러 형식을 실험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다양한 정치 활동과 정체성 논란의 중심이었다. 지금 소마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테이트 명작전-누드>에는 18세기 말부터 현대까지 약 200여 년 동안 예술사 속에서 누드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66명 예술가의 작품, 122점이 전시되어 있다.

신화 속 주인공의 아름다운 육체
이번 전시는 미술사의 흐름에 맞춰 시대, 주제별로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첫 전시실인 18~19세기의 누드, <역사적 누드>는 주로 고대 신화, 성경 및 문학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 시대의 누드 작품들은 인간 육체에 대한 깊은 고찰로 생동감 넘치게 묘사된 근육이 돋보이며, 관객을 압도하는 웅장함과 이상적인 육체로 형상화된 신화 속 주인공들이 시선을 이끈다.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는 가로, 세로 각 2m에 달하는 캔버스를 채운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축 늘어진 이카루스의 몸에서도 방금 전까지도 살아 움직였을 생전의 근육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 주변을 둘러싼 요정들의 표정이 마치 사진과 같이 정교해 신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같은 전시실에는 영국 국립 미술 컬렉션에 포함된 최초의 여성 화가인 애너 리 메리트의 <닫힌 사랑>도 전시되어 있다. 당시 여성 화가가 남성 누드를 그리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소년 누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여성 화가들이 남성의 몸을 그릴 수 있는 기회였다.

누드를 주거 공간으로 옮겨와
20세기에 접어들며 누드화는 고전과 신화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실제의 여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시실 <개인 누드>에서는 목욕하는 여성과 욕조 안의 여성 등 보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모델과의 친밀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에드가 드가의 <욕조 속 여인>은 고전적인 배경과 빅토리아 시대 여인들의 포즈와 전통을 모두 버려 대담한 시도로 일컬어진다.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현대적인 실내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로티시즘이 전하는 메시지
<에로틱 누드-드로잉> 전시실에서는 한 사람에게는 은연중, 둘 혹은 그 이상이 묘사된 작품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에로티시즘을 그린 작품을 소개한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자연의 법칙> 시리즈는 남녀가 ‘성의 춤’을 추는데, 전통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이 성적 행위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남성을 들거나 지배적인 포즈를 취한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은 젖은 종이에 붉은색 물감을 칠하는 방식으로 묽게 번진 드로잉을 시도했다. 그녀의 붉은색은 피, 폭력, 위험, 수치, 질투 등 다양한 뜻을 함유한다.
이 전시실에는 피카소의 펜 작품도 전시되어 있는데, 피카소의 잘 알려진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펜 터치가 돋보인다. 그는 사창가 배경에서 타인이 노골적으로 관찰하는 구도의 누드를 통해 관음증 문제를 다뤘다. 윌리엄 터너의 작품은 구체적이지 않은 암시적 묘사로, 관람객이 인물의 모습을 뚫어져라 살펴보게 유도한다. 이에 따라 관람객은 자연히 관음적 시선의 공범이 된다.

전통적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다
<몸의 정치학> 섹션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성의 정치학의 도구로 사용된 누드를 다룬다. 누드화가 주로 여성의 신체를 묘사하는 데서 나오는 성의 권력 관계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페미니즘 예술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그들은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등 많은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실비아 슬레이의 <비스듬히 누운 폴 로사노>는 주로 여성이 취하는 포즈를 한 남성 누드로 전통적인 누드에 반기를 들었다. 또한 기존의 누드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몸의 털을 가감 없이 묘사해 새로운 충격을 준다.

전시되어 있는 누드 작품들은 오늘날 아무 문제 없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지만, 당대에는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작가들은 누드를 포르노와 매춘, 관음 등을 비판하기 위한 방식으로 채택했으며, 누드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세기 들어 누드는 역사적 인물을 이상화된 아름다움으로 그리는 것에서 당대의 평범한 개인의 ‘나체 초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리지 않아 더 자연스럽고, 꾸밈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누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러 소마미술관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사진 | 한솔비비케이 제공
장소 | 소마미술관
기간 | 2017.08.11. ~ 2017.12.25.
요금 | 13,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801-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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