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총학생회가 진행한 전체학생총투표가 실시되었다. ‘학교 당국에 전 학생의 수업료(일반, 차등, 연차초과) 폐지 또는 인하를 요구한다’라는 질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이번 총투표에서 전체 학우의 68.97%가 투표에 참가했고, 95.82%(2,682명)의 학우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총학생회가 학우 권익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회칙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전체 학우의 의견을 물은 것은 정당한 일이다. 모바일, 인터넷 투표와 같은 새로운 투표 방식이 도입되었고,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무리 없이 총투표가 이루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총투표가 학생회 회칙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과 같이, 추후 학생회와 학교 사이의 대화 또한 학칙과 민주적 절차에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학교는 1년 등록금이 1575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에 달한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실험 실습비가 많이 들어가는 이공계 학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수업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우 대부분은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돌려받지만, 학점이 3.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학점에 따라 돌려받는 장학금이 깎이게 된다. 총장의 고유 권한인 이러한 장학금 제도가 학생회와 협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타 대학의 선례에 비춰 볼 때, 수업료 책정 과정은 투명하게 학우들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고, 학우들이 원한다면 수업료 책정의 타당성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학우들이 자신의 권익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을 지닌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면, 학교는 학생회와 대화 자체를 회피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생회는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아야 할 것이며, 대화에 임하기도 전 ‘협상이 실패할 경우 기자회견이나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라는 경솔한 발언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단지 지식을 전수하고 학습하는 곳만은 아니다.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하는 곳이고, 특히 우리 학교는 이공계 지식을 지닌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라면 자신의 권익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그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총투표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학우들이 학교 정책의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자신의 권익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임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모인 수업료 폐지 또는 인하라는 학우들의 의견을 어떻게 학교를 설득하고, 학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건전한 상식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와 총학생회의 대화가 우리 학교를 위해 좋은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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