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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생명체, 인공지능
[441호] 2017년 11월 14일 (화) 김은섭 KAIST 전산학부 15학번 kaisttimes@gmail.com

 지난해 3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세돌은 자신의 완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4 대 1로 알파고의 승리. 이로써 알파고는 미래의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어쩌면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 정말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인공지능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논란이 그 예 중 하나이다.
최근의 많은 영화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다루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비브라늄 육체에 인공지능 자비스를 이식해 ‘비전’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비전은 자신의 정체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울트론이 아닙니다. 자비스도 아니죠. 저는… 저예요.” 무려 20년 전,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인 <공각기동대>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 몸 ‘의체’와 전자화된 두뇌 ‘전뇌’가 개발된 미래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과감히 미래에는 이 둘이 다르지 않다고, 그리고 인공지능도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체를 이용한 사이보그와 광대한 네트워크가 보편화된 어느 미래.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일본의 비밀기관 공안 9과인 공각기동대는 신종 범죄에 맞선다. 공각기동대의 최우선 목표는 네트워크에 침입해 다른 사람의 고스트, 즉 영혼 또는 기억을 해킹하는 ‘인형사’를 잡는 것이다. 이에 소속된 소령 구사나기 모토코는 인형사를 추적하던 중, 해킹을 도운 청소부를 체포하게 된다. 그러나 청소부마저도 인형사에게 가짜 기억을 이식당해 조종당했음을 알게 되고, 구사나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고스트가 담겨 있는 의체가 공안 9과로 이송된다. 공안 6과는 의체 안의 고스트가 인형사라며 회수를 요구하는데, 이 때 인형사는 스스로를 생명체라 칭하고 망명을 주장한다. 이후, 탈취된 인형사를 추격하던 쿠사나기는 동료의 도움으로 인형사와 연결되고, 그 둘은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거듭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 철학의 기본 명제이자 유명한 명언이다. ‘자아’ 또는 나의 ‘정체성’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이 바라는 인공지능의 최종 형태는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처럼 생각하는, 어쩌면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일 것이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은 육체만 다를 뿐, 정신적으로는 다른 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인공지능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생명체의 정의를 말하며 반론할 수도 있다. 현재 생명체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특성으로 정의한다. 물질대사, 자극과 반응, 항상성 유지, 생식과 유전, 발생과 생장, 그리고 적응과 진화. 그런데 사실 이러한 특성들은 지금의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을 기반으로 정의한 것뿐이다. 영화에서와같이 의체 속에 인간의 뇌만을 주입한 사이보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재 생명체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사이보그는 물질대사, 발생과 생장 등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생명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한 사람의 ‘뇌’가 존재하여 인간의 많은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데, 이를 어찌 생명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따라서 시대가 지남에 따라 생명체의 정의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가’를 생명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현재는 인공지능을 ‘생명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인공지능이 자신 역시 생명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이를 반박할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도 언젠가 ‘생명체’로 여겨질 것이다.
“생명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생긴 결정체 같은 것이지. 인간은 유전자라는 기억 시스템을 통해 기억에 의해 개인이 되는 거야. 기억이 환상이라 해도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가니까. 컴퓨터가 기억을 조작하게 됐을 때 인간은 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어.” (영화 <공각기동대> 중 인형사)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는 인간이 유전자와 기억을 통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심지어는 조작될 수도 있을 때,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자신 역시 생명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처럼 의체와 같은 기계 몸이 발달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기억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형사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인형사가 자손을 남기고 죽음을 얻는다는 ‘생식 과정’의 부재를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쿠사나기와의 융합을 통해 극복하면서 진정한 생명체로 거듭남에 한발 다가간다. 이처럼 미래에는 생식과 유전의 정의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도 자신의 시스템 일부를 남기면서 생명체의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더더욱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여겨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은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 이들과의 공존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점차 인간과 사이보그, 나아가서는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경계도 희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생명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인간과 다름없는 생명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개발에 앞서 인형사의 말처럼 “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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