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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마주하다, 싹 틔우다
임태규 - <폭력의 씨앗>
[441호] 2017년 11월 14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폭력은 전염성을 지닌다. 폭력은 가담하는 사람의 도덕적 감각을 마비시키며, 쉽게 사회 속으로 스며든다. 사회에서 폭력은 어떻게 생겨날까. 폭력의 씨앗은 어디에 산재해있길래 사회를 병들게 할까. 폭력적인 한국 사회, 그 속에서 외로이 방황하는 주인공의 등을 좇는 영화, <폭력의 씨앗>을 만나보자.
필립은 주용의 후임병이다. 단체 외박을 나온 필립, 주용을 비롯한 분대원은 누군가 선임병의 폭행을 간부에게 폭로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비난의 화살은 필립과 주용, 그 둘에게 향한다. 선임들은 한 허름한 여관방에서 주용과 필립을 구타한다. 그러던 중, 필립의 치아가 부러지고, 주용은 자신의 매형이 치과 의사이니 데려가 책임지겠다고 한다.
필립은 ‘어리바리’한 사람이다. 주용의 매형을 만나러 탄 고속버스에서 군모를 잃어버리고, 화장실에서 자신의 치아 조각을 잃어버린다. 끝내 지친 주용은 필립을 구타한다. 하지만 필립은 간부에게 폭로하는 쪽지를 주용이 보낸 것을 알고 있다. 필립은 서열 때문에 누명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주용 또한 자신이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알지만,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애쓴다. 그 스트레스는 또다시 필립에게 향한다.
행선지의 끝에서 만난 주용의 누나는 더 끔찍한 현실을 대면하고 있었다. 바로 매형의 주폭으로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든 누나를 마주한 것이다. 화를 내는 주용에게, 매형은 자기가 특별히 치아 레진치료를 해줬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주용은 누나에게 집을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주용의 누나는 그의 도움을 거절한다. 그녀는 폭력에 얽매여있을 뿐이다. 당혹감에서 시작된 그의 정서는 패배감으로, 이내 분노로 바뀐다. 군대 내의 폭력과 가족의 폭력을 목도하며 주용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서서히 알아간다. 그는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다. 그 서슬 퍼런 상하관계 사이를 방황하는 회색분자일 뿐이다.
부대로 복귀하러 간 버스터미널에서 필립은 그에게 화를 낸다. 왜 자신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냐고 물으며 화를 낸다. 그 둘은 몸싸움을 벌이다 필립의 각혈에 싸움을 멈춘다. 필립의 때운 치아가 다시 깨지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서 폭력의 씨앗은 주용이다.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이미 견고해진 폭력의 연쇄를 끊어낼 수 없는 범인(凡人), 주용이 바로 폭력의 씨앗이라고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열매가 무엇일지 아직 모르는 씨앗처럼, 우리 모두는 폭력을 감내하며, 폭력을 행하며 서서히 폭력적인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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