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관람자의 생각, 감정에 물결을 일으킨다. 근대 이전의 예술 작품은 선과 색이 강조된 회화를 중심으로 이성과 감성에 다가갔다. 하지만 산업 시대 이후, 인간은 만연한 시각 매체에 둘러싸였으며, 색채와 형태는 예술의 고유한 성질로 남을 수 없었다. 오래된 미술은 인간의 인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어 도태되었으며, 미술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했다. 당대의 흐름을 읽은 뛰어난 예술가들은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라즐로 모홀리 나기는 그 선구자였다. 그는 사진, 빛, 기계, 공간 등을 미술의 매체로 사용하는 실험을 하며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회화와 조각으로 나뉘던 기존의 미술에 도전하며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의 작품, 그리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5명의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지금 M컨템포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모홀리 나기, 단조로운 미술 거부해
헝가리 출신의 작가 모홀리 나기는 베를린에서 다다이스트, 러시아 구축주의자들과 교류하며 구조에 관해 고민했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원근법에 의해 구축된 견고한 구조는 근대 예술에서 오히려 미술의 자유로운 창작을 막는 족쇄가 되었다. 첫 구획에서 만날 수 있는 회화와 포토그램(photogram)은 모홀리 나기가 소실점을 작품에서 배제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모홀리 나기의 초기 회화인 <노란 원과 검정 사각형>은 직교하는 두 개의 직선과 기하학 형태가 화면을 채우고 있다. 순수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각각의 도형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공간의 질서와 형태의 독립을 보여준다. 모홀리 나기는 감광지와 빛을 이용하는 포토그램 기법을 개발하며, 드로잉뿐 아니라 촬영이 작품을 만드는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 노출에 따라 변하는 오브제의 형태를 표현한 포토그램은 빛과 물체, 시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시화한다. 이처럼 새로운 빛과 물체의 투명성을 조작하고 상에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구조를 재조립하는 모홀리 나기의 기법은 디자인, 공예, 무대장치의 기초 개념이 되었다.

새로운 미술 매체를 통한 인식 변화
모홀리 나기는 어느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미술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미술 매체의 개념을 확장했으며, 특히 기계를 미술의 도구로 끌어들여 미술과 기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모홀로 나기는 빛과 기계의 완벽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 9년간의 연구 끝에 작품 <빛-공간 변조기>를 완성했다. 이 장치는 세 개의 회전하는 디스크와 그 골조가 되는 하나의 큰 프레임으로 구성되었다. 공간에 홀로 놓인 거대한 키네틱 조각의 기계적 움직임에 따라 빛은 순간적으로 반응한다. 기계에 흡수, 반사되며 공간을 채우는 빛은 공간을 재구성했으며, 물감과 같이 표현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모홀리 나기의 <블루와 화이트의 빛 드로잉>은 장치 미술과 반대로, 작가의 의지가 강하게 기여한다. 이 작품은 감광지 위에 파란색 빛을 쏘아서 그려낸 작품으로, 포토그램과 같이 오브제의 뚜렷한 형태는 남아 있지 않다. 긴 노출 시간 동안 광원의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형태가 변한 감광지에는 불규칙한 선만 남아있다. 모홀리 나기가 만든 두 개의 작품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우리의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산업 시대와 예술을 잇는 창이 되다
모홀리 나기의 작품은 산업 시대와 예술 사이의 눈이 되었고, 다른 작가에게 세상을 보는 창이 되었다. 전시의 다음 구획은 모홀리 나기의 정신을 계승한 5명의 한국 화가의 작품 세계를 구현한다. 김수 작가는 모홀리 나기가 고민했던 독립된 오브제와 외부 세상과의 관계를 재해석했다. 작가는 버려진 뻐꾸기시계가 돌아가는 오르골에 빛을 노출해, 오브제의 물리적 현상이 외부의 형태를 바꾸는 순간을 유기적으로 표현한다. 모홀리 나기가 동시대에서 찾았던 새로운 시각을 전준호 작가는 잊힌 과거에서 찾는다. 전준호 작가의 작품 <꽃밭명도 #1>는 멕시코의 한 해변의 예술센터에서 오래된 프린트 기계가 종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촬영한다. 오래되어 성능이 떨어진 프린트 기계가 할 일을 찾아 떠도는 장면에 짐짓 현대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다.

미술의 아방가르드 시대를 이끌었던 모홀리 나기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빛, 기계, 미디어를 예술의 범위로 끌어들였다. 그가 선보인 작품은 당대 관람자들의 보편적인 인식을 허물고 관점을 넓히는 것에 기여했다. 현대에 활동하고 있는 많은 예술가가 색채, 형태를 넘어 공간감, 생동감을 작품에 담아내려는 시도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와 당대의 예술가들이 구축해낸 예술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 M컨템포러리 제공
장소 | M컨템포러리 1층
기간 | 2017.09.01. ~ 2017.11.19.
요금 | 8,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345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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