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 신호가 원인이라는 기존 가설과 달리 반발성 흥분을 연구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 원인 분석과 뇌 연구의 새로운 방향 제시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병 운동 이상의 원인이 반발성 흥분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지난 8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ㅁ억제 신호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
이번 연구 이전까지 파킨슨병의 원인은 세포 간 운동 신호의 전달이 억제되기 때문이라고 짐작됐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운동 신호를 만들어내는 도파민이 체내에 부족하여, 이로 인해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가 체내에 생성되게 된다. 이는 음이온을 세포 내로 유입시켜 운동 신호의 전달을 억제한다.

반발성 흥분에 무게를 두고 가설 세워
연구팀은 기존 가설과 다르게 파킨슨병의 원인이 신경 억제로 인한 반발성 흥분*에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반발성 흥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GABA에 의해 억제된 신경이 정상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T-type 칼슘 채널이 열리며 양이온이 유입되는데, 역치보다 과하게 유입되면 오히려 세포가 흥분 상태에 도달해 반발성 흥분이 나타난다.

광유전학을 이용한 흥분 신호 분리
기존에도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 신호를 분석했을 때, 억제 신호가 나타난 직후 흥분 신호가 관측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억제 신호와 흥분 신호가 짧은 시차를 두고 일어나 어느 것이 파킨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 알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광유전학 실험을 진행해 원인을 규명했다. 할로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을 사용하면 T-type 칼슘 채널로 유입된 양이온을 상쇄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연구팀은 반발성 흥분을 빛으로 억제했고 그 결과,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운동 이상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고, 반발성 흥분과 파킨슨병의 관계가 입증되었다.

인위적으로 쥐 파킨슨병 모델 만들어
연구 초기에는 쥐에서 파킨슨병이 잘 발병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운동 이상인데, 네 발로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쥐에게는 운동 이상 증세를 관찰하기 힘들었다. 또한, 노인을 대상으로 주로 발병하는 파킨슨병을 연구하기에 쥐의 수명은 짧았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파킨슨병을 가진 쥐를 만들어 이를 해결했다. 체내에 도파민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보조인자인 BH4(Tetrahydrobiopterin)가 필요한데, 이번 연구는 쥐가 자라날 때까지 BH4를 섭취하도록 하되, 다 자란 쥐에게는 BH4를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늙은 쥐에게서 사람과 비슷한 파킨슨병 운동 이상 증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파킨슨병과 뇌 연구에 새 가능성 제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의 부재로 발병하기 때문에 도파민 신경을 넣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인데,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완치가 힘들다. 하지만 반발성 흥분을 없애는 방법을 이용하면 적어도 파킨슨병으로 인한 운동 이상 증상을 줄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억제 신호에 대해 새로운 방향의 시각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실험은 억제 신호가 단순히 신호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신호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가짐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파킨슨병의 운동 이상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람에게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원숭이 등 다른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망을 밝혔다.

반발성 흥분*
억제된 세포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직전 나타나는 흥분 상태.

할로로돕신**
로돕신의 일종으로 빛에 반응하여 음이온 운반에 관여하는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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