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남녀 심리 읽기

“너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봐. 너는 누군가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자신이 아니라 그와 함께 있는 남자나 여자를 보고 판단한 적이 없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신>에서 한 말이다. ‘품절남녀’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중문화계를 이들이 주름잡고 있고, 누가 품절남녀인지 꼽는 글이 종종 눈에 띈다. 여기에서 품절은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람을 상품으로 규정하니 비판이 쏟아질 만도 하지만, 품절남녀들은 실제적 존재가 아니라 애초에 이미지로 소비되는 존재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사람을 상품으로 비유하는 사회문화심리에 대해 살펴보자

완벽하지만 가질 수 없는, 품절남녀
품절남녀라는 말은 이미 결혼한 남녀를 말한다. 이 때, 사람은 상품이 된다. 미혼의 상태는 판매 전이고, 기혼은 판매 후의 상태가 된다. 예전 말로 하면 유부남, 유부녀이다. 더불어, 품절남녀는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품절은 디지털 환경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구매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다른 이들이 사고 난 뒤에 안게 되는 심리적 허전함이다.

벌써 품절이라니
품절을 겪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아직 구매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되어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또한, 그 물건과 접촉할 기회가 없다면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물건이 존재하는지 정보를 알 수 없을 때도 살 수 없다. 팔리고 나서 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면 미처 후회해도 늦다. 정보에는 물건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보도 속한다. 자신의 필요, 즉 욕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고 만다. 이에 반해 필요 없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즉 일찍 품절된 상품은 왠지 좋은 상품으로 보인다. 재고상품은 왠지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 결혼을 늦게까지 못한 사람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맥락 안에 있다. 늦은 나이에 이루어지는 소개팅에서 남녀는 서로 흠집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저러하니까 결혼을 못했다는 식의 평가가 내려진다.

파트너가 명품이면 나도 명품?
품절남녀라 해도 그 매력에는 배우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제시카 요르진스키 박사팀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을 파트너로 대동하는 이성을 사귀려고 했다. 사진촬영을 통해 관찰한 결과 해당 이성보다는 이성의 파트너를 더 면밀하게 보았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아름다운 파트너와 함께 있는 이성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들고 안타까움이 더하게 된다. 이른바 품절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것이다. 결혼은 그 배우자에 대해 상상을 하게 만든다. 더구나 그 배우자가 훌륭한 인물이라면 가치가 올라간다. 예컨대, 개그맨이 아나운서와 결혼하거나, 혹은 중년의 남성이 나이가 어린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른바 품절남이 된다. 사회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이거나 사회적 권위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이성이 선택할 정도면 남다른 매력이나 특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권위의 효과이겠다. 만약 자신이 관심이 있던 물건을 저명인사나 스타일리스트가 구매한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할 것이다.

그녀가 완벽해보이는 이유, 후광효과
여기에는 손 다이크가 주장한 후광효과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후광효과는 말 그대로 하나의 밝은 면이 다른 면까지도 모두 밝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심성도 착할 것으로 여겨진다. 얼굴이 이쁘면 다른 행동거지도 바지런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지닌 이들과 어울리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과 어울리면 자신도 같이 격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되는 상황은 악마효과로 불린다. 한가지 결점이 전체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데 사용된다. 공부를 못하면 심성까지도 나쁘거나 행동거지도 바르지 못하게 인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못나 보이는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악마효과의 영향이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인지부조화현상이기도 하고, 어림법칙이 일으키는 효과이기도 하다.

임자있는 자가 매력적인 이유
물론 이미 품절된 사람들이 각광받는 실제적인 이유도 있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긴다. 절도 있고 때로는 쿨하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 그 안정감은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많은 경험과 깨달음에서 얻어진 것이므로 인간관계에서 적어도 그들은 이미 사회적 검증과정을 거친 존재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이미 임자 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된다.

품절남녀, 이미지 뿐인 허상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인간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왜 이미 짝이 있는 남자나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거지? 자기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의 욕망이 어디로 쏠리는지 보고 나서야 자기가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거야” 앞서 말한 어림법칙에 따르면 품절남녀를 갈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행태이다. 즉, 사람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그러한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이는 물건의 구매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찍 품절시키는 전략은 상품의 희소성을 통해 구매자를 애태우고 상품의 가격과 판매고를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대중문화계에서도 스타들이 사용하고 있다. 품절남녀라는 타이틀로 이미지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미지 대량 소비 시대에 주체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품절남녀는 말해 준다. 품절남녀의 허상을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이는 가상세계과 현실세계 간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에 종속되다 보면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괜히 좋아 보여서 집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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