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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상, 위대한 업적을 돌아보다
노벨 물리학상 - 중력파 탐지
[441호] 2017년 11월 14일 (화) 곽지호 기자 jim9611@kaist.ac.kr

 2017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발견에 공을 세운 세 명의 과학자 라이너 와이스(Rainer Weiss), 배리 배리시(Barry Barrish), 킵 손(Kip Thorne)이 수상하게 되었다. 이들은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제작과 중력파 검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번 연구는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찾으려고 노력한 중력파를 검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상대성이론으로 등장한 중력파 개념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중력을 가진 물체가 가속될 때에는 중력파가 발생하고, 중력파로 인해 4차원의 시공간이 진동한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설명했는데, 중력이 강하다는 것은 시공간의 곡률이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곡률이 매우 커진다면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으며, 1916년 슈바르츠실트(Schwarzchild)는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풀어 블랙홀의 해를 구해냈다. 그러나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과학자는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이 세운 방정식의 해로서만 존재하는, 실존하지는 않는 개념으로 생각하였다.

1970년 조지프 테일러(Joseph Taylor)와 러셀 헐스(Russell Hulse)는 새로운 형태의 펄서(pulsar)를 발견함으로써 중력파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들은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서로 공전하며 전자기파를 내뿜는 한 쌍의 중성자별을 발견하였고, 이 두 천체의 공전 주기가 해마다 점점 짧아지는 것을 관측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기가 감소하는 원인을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중력파 방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로 가정하자, 관측한 결과와 이론적인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는 불가능한 우연으로, 직접 중력파를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전파신호를 이용해 주기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다.

중력파, 항상 발생하지만 탐지 어려워
물체가 가속되거나 진동할 때 중력파가 발생하고, 생성된 중력파는 공간을 이완, 수축시키며 퍼져나간다. 중력파는 모든 물체의 가속 운동으로부터 생성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세기가 극히 약해 우리는 블랙홀 간의 충돌과 같은 격렬한 반응이 발생해야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다.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공전할 때, 이들은 시공을 나선형으로 변화시키며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이들이 가까워지는 속도가 빨라지면 더 많은 에너지가 중력파의 형태로 퍼져나가게 된다. 블랙홀들이 서로 이끌리며 가속될 때 발생하는 중력파는 점점 그 세기가 강해지다가 마침내 충돌 이후에는 하나의 블랙홀만이 남고, 빠르게 안정화되어 방출되는 중력파는 급격히 사라진다. 이렇게 블랙홀 충돌로 발생하는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며, 거리에 반비례해 약해진다.

간섭계의 원리 적용해 제작한 관측소
연구팀은 마이컬슨 간섭계(Michelson Interferometer)의 원리를 이용해, 기역자 모양의 레이저 간섭계로 중력파를 탐지하였다. 마이컬슨 간섭계는 빛살 가르개를 이용해 하나의 빛을 2개로 나눈 후, 이들이 간섭계를 이루는 두 팔로 각각 이동하게 한 뒤 간섭현상을 이용해 광경로차를 알아내는 장치이다. 간섭계를 구성하고 있는 각 팔의 끝에는 거울이 있으며, 빛살 가르개를 통해 각 팔에 입사된 레이저는 거울에 반사된 후 돌아온다. 중력파가 간섭계에 작용하지 않았다면 두 팔의 길이는 변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레이저가 서로 다시 만나는 지점에서 위상차가 발생하지 않아, 상쇄 간섭을 통해 빛이 사라지거나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중력파가 간섭계에 작용하였다면, 두 팔의 길이가 서로 달라짐으로써 각 레이저가 지나는 경로의 길이가 변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레이저가 다시 만나는 지점에서 빛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중력파로 인한 길이 변형률은 10-22 규모로, 이는 원자핵보다도 작은 미미한 변화이다. 이런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간섭계의 팔 길이가 길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연구팀은 각 팔의 길이가 4km인 거대한 규모의 레이저 간섭계를 설치하여 중력파를 검출하기로 하였다. 또한, 레이저가 팔 속에서 여러 번 왕복하게 하는 페브리-페로(Fabry-Perot) 공진층을 삽입함으로써 광경로가 1,000km 이상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주었다.

중력파 측정 장비 만들기 까다로워
중력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장치의 규모 말고도, 중력파로 인한 미세한 변화를 모든 종류의 잡음으로부터 구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몇 가지 조건을 살펴보자면, 우선 장치에 사용되는 레이저의 파장과 세기는 항상 일정해야 하며, 광선이 정확하게 거울에 반사되어야 한다. 또한, 장치들이 외부의 힘이나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되,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에는 간섭계의 양 끝에 위치한 거울들이 수평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거울의 표면이 레이저 광이나 온도 변화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우선 각 거울을 4중 진자에 부착하여 조류 활동이나 지각의 움직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용융 실리카(Fused Silica)로 제작된 각 거울을 40kg 정도로 무겁게 해 레이저의 광압에 따른 움직임이 없게 하였고, 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반사율을 늘리기 위해 거울 표면에 다층 광학 코팅 처리를 하였다. 공기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간섭계 내부를 1μPa 이하의 진공 상태로 유지하였다. 또한, 측정된 신호가 주변 환경에 의한 잡음인지 구분하고, 중력파 파원의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서 서로 3,002km 떨어진 리빙스턴(Livingstone)과 핸퍼드(Hanford)에 동일한 레이저 간섭계를 설치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측정 연구소가 LIGO이며, LIGO가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2×10-7로 매우 낮다. 즉, 측정된 신호가 중력파가 아닌 잡음일 가능성은 203,000년에 한 번꼴이라는 것이다.

최초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LIGO
연구팀의 구체적인 레이저 간섭계 설계는 마침내 2015년 9월 14일, 최초의 중력파 관측으로 이어졌다. UTC 2015년 9월 14일 9시 50분 45초에 측정된 이 신호는 중력파 검출 시에 나타나야 하는 신호와 정확히 일치했다. 신호는 리빙스턴에서 검출되고 6.9ms 이후 핸퍼드에서도 검출되었다. 빛이 두 설비 사이를 직선 거리로 이동할 때에는 약 10ms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두 관측소 사이에서 측정된 시간 차이가 이보다 약 3ms 작다는 점과, 리빙스턴에서 신호가 먼저 측정되었다는 것을 통해 중력파가 남반구 방향에서 비스듬히 입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신호 분석을 통해 이 중력파가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짐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충돌 전 이들은 각각 태양 질량의 29배, 36배이지만 지름은 200km가 넘지 않는 블랙홀이었으며, 충돌 이후에는 태양 질량의 62배가 되는 블랙홀이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충돌 과정에서 수 ms의 시간 동안 태양 질량의 3배에 해당하는 질량이 중력파의 형태로 전환되고, 방출됐다. 또한, 연구팀은 블랙홀의 충돌이 지구로부터 410Mpc 떨어진 천구의 남반구 방향에서 일어난, 13억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도 LIGO는 계속해서 중력파를 탐지하여, 총 5회에 걸쳐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8월 17일에 검출된 중력파는 지금까지 검출된 중력파들과 달리 블랙홀이 아닌 중성자별 사이의 충돌이었다. 이 관측은 중성자별 간의 충돌로 발생하는 폭발인 킬로노바(Kilonova)와 지속시간이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이 발생한다는 첫 관측 증거이자 기존의 이론을 검증하였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LISA 등 중력파 탐지 연구의 전망은
현재 LIGO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LIGO와 달리 LISA는 우주상에서 중력파를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LISA는 3대의 우주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각 변이 250만km인 삼각형 형태로 편대를 이루고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 각 우주선은 서로에게 레이저를 쏘고 있는 형태이며, LIGO와 마찬가지로 레이저 간섭계의 원리를 이용해 중력파를 탐지한다. LISA는 우주에서 중력파를 측정한다는 특성상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일이 적기 때문에, LIGO보다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도 정밀한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ISA는 긴 팔 길이를 이용한 초거대 블랙홀의 충돌로부터 발생하는 장파장의 중력파 검출이 주요 목표이다. 또한, 삼각측량법을 이용하여 중력파의 세기와 발생 지점의 위치를 직접 알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류는 이때까지 우주선 등의 전자기파나 중성미자를 통하여 우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력파는 이전과 달리 시공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중력파의 검출은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이때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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