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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상, 위대한 업적을 돌아보다
노벨 경제학상 - 행동 경제학
[441호] 2017년 11월 14일 (화) 최태현 기자 choi-0202@kaist.ac.kr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 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5개 부문의 노벨상과는 달리, 스웨덴 중앙은행 300주년을 기념해 1969년에 새롭게 지정되었다. 매년 왕립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의 경제학상 심사위원회에서 그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가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리차드 탈러는 미국의 경제학자로 현재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회는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대한 리차드 탈러의 공헌을 인정해 수상자로 그를 선정하였다. 그럼 이제 기존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은 어떻게 다른지, 행동경제학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경제학에서 합리성이 가지는 의미는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으로 희소한 경제적 자원을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엄밀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자원은 희소하고 인간 욕망은 무한하다’라는 전제하에 개인과 집단의 합리적인 선택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제학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학은 개인이나 기관 등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합리성 가정은 최소 두 가지의 구성요소를 가진다. 먼저 경제주체는 모든 상품에 대한 선호를 표현할 수 있다는 완비성을 가진다. 또한, A> B이고, B> C이면 A> C라는 이행성을 가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선호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말하며 이는 인간의 선호에 순서가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서로 다른 대상을 좋아하더라도 순서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A가 커피보다 홍차를 좋아하고 홍차보다 콜라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럼 A는 커피보다 콜라를 좋아해야지, 콜라보다 커피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합리성은 일단 설정된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합리성에 반기를 든 행동경제학자들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의 경제적 선택에 있어 심리적, 사회적, 인지적, 감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그로 인한 시장 가격, 자원 분배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일부 부정하고 비이성에 따른 경제 효과를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은 경제 주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예시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성립된 행동을 특별한 이득을 받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 중 대부분은 운전면허를 신청할 때 장기기증의사를 묻는다. 그런데, 몇몇 국가에서는 장기기증 의사가 매우 높은 편인 반면에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그 차이는 장기기증 의사의 기본값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장기기증 의사가 높은 나라들은 ‘장기를 기증하겠다’가 기본적으로 정해진 채, 기증을 원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방식이었지만, 장기기증 의사가 낮은 나라들은 그 반대였다. 또 다른 예로는, 다른 은행에 더 좋은 상품이 있음에도 단골 은행 계좌를 유지하거나, 계속 사용해왔던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행동들이 있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은 합리적 경제 주체라는 가정을 공격하고, 감정이나 심리가 경제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차드 탈러
리차드 탈러는 행동경제학자로서,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탈러 교수는 그저 단순하게 인간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탈러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사람들은 한결같이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므로, 이 행동을 예견할 수 있고, 모델링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회는 “사람이란 예측 가능한 선에서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항상 경제학 이론을 무시하는 쪽으로 행동한다는 탈러 교수의 선구적 연구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탈러 교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또한, 위원회는 탈러 교수가 “인간 행동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경제학의 지향성을 바꿔놓았고, 여기서 얻은 통찰을 이용해 공공 정책의 개선, 특히 고용자들이 퇴직 연금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등록하게 한 전면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인정했다.

리차드 탈러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기여한 구체적인 업적으로는 제한된 합리성(Limited rationality), 사회적 선호(Social preferences), 그리고 자기통제의 부족(Lack of self-control)이 있다. 탈러 교수는 이 세 가지 이론을 통해 사람들의 특성이 개인의 결정과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냈다.

탈러 교수의 중요한 업적 세 가지는
제한된 합리성은 심리적 회계의 발전된 이론이다. 심리적 회계란 돈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한 후 번 돈 1만원은 쓰기 되게 아깝지만, 길을 가다 주운 1만 원은 소비하기 쉬운 것이 그 예이다. 리차드 탈러는 제한된 합리성을 이용해, 내가 소유했던 것에 더 큰 가치를 느끼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를 소개했다. 재화가 가지는 가치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더 해 값을 매기는 것이다.

사회적 선호는 공정성에 관한 연구이다. 리차드 탈러는 소비자들이 재화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 회사들이 재화의 가격을 무작정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탈러 교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공정성에 대한 태도를 측정하는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을 고안하기도 했다. 독재자 게임은 분배자가 정해진 자원의 분배량을 결정하여 수령자에게 일방적으로 분배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기존 경제학자들은 분배자가 수령자에게 재화를 전혀 나눠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수의 분배자만 수령자와 재화를 나누지 않았을 뿐, 많은 수의 분배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재화를 수령자와 나눠 가졌다. 이와 같은 패턴은 이후 이뤄진 유사한 실험 연구에서도 밝혀졌으며, 이는 부분적으로나마 공정성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보여준다. 즉, 이 실험은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자신이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관습을 따르고 평등 및 정의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동기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리차드 탈러는 계획자-행동자 모형(Planner-doer model)을 통해 자기통제의 부족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게 유익하지만, 오늘은 운동을 하기 싫으니 자꾸 미루고 다이어트는 늘 내일부터라고 외치는 것은 계획자로서의 자아와 현재만 중시하는 행동자로서의 자아 양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차드 탈러는 ‘넛지(Nudge)’ 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넛지는 직역하면, ‘팔꿈치로 살짝 옆구리 찌르기’ 라는 뜻이지만, 의역하면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라는 의미이다. 지하철 내 다리를 벌리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좌석 아래 가지런한 발 모양 스티커를 붙인 사례가 넛지의 예로, 넛지는 사람들이 항상 개인 혹은 단체의 이익만을 좇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을 부인하는 주류 경제학의 이단자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활용해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분야로 성장했다. 이번 경제학상 수상자인 탈러 교수는 이러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널리 알린 선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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