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창의학습관에서 융합기초학부 1차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학교 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융합기초학부 설치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진행 상황을 소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개최되었다. ‘융합기초학부’는 신성철 총장이 취임하며 내건 공약 중 하나인 ‘4년 무학과 트랙’의 바뀐 이름이다. 공청회는 오후 9시에 시작하여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의 질의가 이어져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약 4시간동안 계속되었다.
공청회는 융합기초학부 설치계획 중간보고서에 대해 김종득 융합기초학부 추진단장이 발표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질의 및 학교 당국의 응답이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질의 과정에서 융합기초학부에 대한 학교 측과 학생 측의 뚜렷한 의견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융합기초학부의 배경과 교과과정은
김 추진단장의 발표에는 융합기초학부 설치의 배경, 교과과정 및 운영 계획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김 추진단장은 융합기초학부 설치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급격하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추진단장은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유연성(flexibility)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추진단장은 융합기초학부의 교과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김 추진단장의 발표에 따르면 융합기초학부의 교과과정은 다음과 같다. 다른 학과들과 동일하게 융합기초학부의 교과과정도 학부 2학년부터 시작된다. 학부생들이 2학년이 되며 학과를 선택할 때, 융합기초학부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는 것이다. 융합기초학부를 선택한 2학년 학생들은 ‘융합기초과목’과 세미나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융합기초과목은 전공필수에 해당하는 과목으로, 김 추진단장은 이 과목에 대해 “우리 학교 모든 전공의 핵심이 되는 과목”이라고 소개했다. 6개로 계획된 융합기초과목은 각각 유기화학, 경제, 분자생물학, 수리모델링, 프로그래밍, 현대 물리학의 주제로 구성된다.

교과 과정 수립, 마무리되지 않아
융합기초학부 3학년 학생들은 융합기초과목 및 ‘융합심화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전공선택에 해당하는 융합심화과목은 설계 중에 있으며, 김 추진단장은 “융합심화과목 설계는 2019년 개강 무렵에 마무리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 추진단장은 “3학년 학생들은 융합기초학부에서 제공되는 과목 및 타과 과목으로 코스를 디자인해 수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융합기초학부 4학년 학생들은 팀 URP와 인턴십을 주로 진행하게 된다. 김 추진단장은 과목들과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추후 단계적으로 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 의견 반영 미흡 등 지적돼
이어 질의 및 응답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융합기초학부의 교과 과정 설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의견, 학부를 새로 설치하지 않고 기존 과정에서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의견, 융합기초학부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학교 측은 교과 과정 설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가 진학 예정인 학생들에게 약속한 융합기초학부 설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며 “교과 과정은 계획에 맞추어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측은 기존 과정을 강화하면 학부 설치의 필요성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의문 제기에는 “학생들에게 선택지 하나를 더 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추진단은 실무진이므로 학생이 추진단에 참여한다면 학생의 시간적인 희생이 클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아직 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과 안을 공유할 수 없으며, 안이 완성되면 학우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이 공개되면 학생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공개되지 않은 학교 측의 논의 결과

공청회에서 융합기초학부 설치 재검토나 연기를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학교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융합과목을 기존 학생들이 먼저 수강할 수 있게 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법도 제시되었지만 학교 측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추가적인 공청회 개최도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필요하면 2차 공청회를 실시하겠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학교 측은 이번 공청회에서 이루어진 질의에 대해 학교 측에서 논의한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모든 것을 문서로 만들기에는 행정적 부담이 크다”며 들어주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성진 부총학생회장은 “총학 차원에서 검토위 논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서 거절했다”며, “모든 내용을 문서로 만들 필요 없이 검토위 논의 결과만 공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조영득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공청회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학생들에게 공유하도록 재차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총학, 정책투표 등 이후 대응 준비 중
조영득 총학생회장은 이번 공청회 결과에 대해 “많은 학우들의 질의가 있었고 대부분의 골자는 준비되지 않은 제도라는 부분에 존재했다”고 말했다. 조 총학생회장은 “총학은 학생들의 뜻이 제도 도입에 대한 재고 및 연기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으며 학교측 역시 정책 도입에 대해 숙고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조 총학생회장은 “공청회 당일 학생들의 의견이 정책에 대한 재고로 모아진 만큼 그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으며 “2차 공청회 전에 해당 정책의 연기를 주제로 하는 정책투표를 고려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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