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뮬레이션 이용한 모델링으로 암세포가 소라페닙에 내성을 가지는 원리 분석해 … 간암 환자의 수명 연장에 기여할 전망

 


PDI 저해제를 함께 투여한 경우 세포 사멸이 더 잘 일어나, PDI를 저해하면 소라페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조광현 교수 제공)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와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윤정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간암 표적 치료제의 내성을 줄이기 위한 약물 조합을 발견하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월 국제 간 전문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게재되었다.

간암 치료제 소라페닙의 낮은 효용성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간암 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성공 확률이 높고 부작용이 낮은 치료법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재 진행성 간암 치료에 승인된 약물은 소라페닙(Sorafenib) 1종류 외에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명 중 2명 정도의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나머지 7~8명의 환자는 소라페닙으로 치료가 되지 않거나 약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다.

PDI 효소 저해해 치료 효과 높여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가지는 단백질이 합성되면 세포 내 단백질 독성으로 인하여 세포 사멸이 일어난다. 반면 암세포는 일반적인 정상 세포보다 세포 분열이 활발해 잘못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많지만, UPR*(Unfolded Protein Response)이라는 방어 기작을 활성화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연구팀은 간암 세포에 소라페닙을 처리하였을 때도 UPR 방어 기작이 작동해 약물의 효과를 저하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PDI(Protein Disulfide Isomerase, 단백질 이황화 이성질화 효소)가 UPR 방어 기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PDI를 저해하면 소라페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간암 세포를 이용한 세포 실험을 통해 소라페닙이나 PDI 저해제**를 단독으로 처리하였을 때보다 두 화합물을 함께 조합하여 적용하였을 때 세포 증식을 더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험적으로 증명된 치료제의 효과
공동연구를 수행한 서울대병원 내과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PDI 효소 저해제를 소라페닙과 함께 처리하였을 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또한, 소라페닙을 투여한 환자들을 조사해 PDI의 발현율이 높은 환자와 낮은 환자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간암 환자 중 PDI 발현이 높은 사람들의 생존율이 더 낮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PDI 저해제를 이용한 임상 시험의 가능성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시스템 생물학으로 연구 분야 개척해
이번 연구는 전통적인 생명과학 실험 방식이 아닌 정보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시스템 생물학적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의가 있다. 암과 같은 복잡한 인체 질환은 하나의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여서 기존 방식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시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 방식으로는 생명 과정의 회로 작동 방식을 밝혀내기 어렵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은 분자들 사이의 조절 기작을 알아내기 용이하다. 또한, 현재 제약회사에서는 평균 15년 정도를 소요하여 신약을 개발하지만, 그 성공률은 채 5%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 생물학의 경우, 신약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 교수는 “이번에는 간암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지만, 현재 간암 외의 여러 암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연구로 PDI보다 암 억제에 효율적인 대상을 찾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UPR*
잘못 가공된 단백질이 쌓여서 발생하는 세포 사멸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 기전.

저해제**
효소의 촉매작용을 저해하는 물질로, 효소에 결합함으로써 효소의 활성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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