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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당하는 환경에 보내는 슬픈 존경
대런 아르노프스키 - <마더!>
[440호] 2017년 10월 31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등장인물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배경도 두 남녀 주인공이 살고 있는 저택뿐이다. 시간의 속도를 무시한 플롯도 관객의 이해를 반감시킨다. 인위적이고 예술적인 설정을 통해 현재 가장 평단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나왔다. <마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남자는 시인이다. 그를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큰 저택에서 살고 있다. 그들의 저택은 예전에 불에 타 소실됐었는데, 여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집을 재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의 집에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사건이 영화 줄거리의 전부를 이룬다. 처음에는 한 노부부가 찾아오고, 그 후에는 그 노부부의 아들 둘이 찾아온다. 이들은 모두 남자와는 잘 지내지만, 여자의 심기를 건든다. 요컨대, 손님들은 모두 불쑥 찾아와 당연한 듯이 집을 점거하고, 여자가 요구한 집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는다.
노부부의 두 아들이 저택 내에서 싸우다가 형이 동생을 죽였을 때, 손님들과 여자의 갈등은 최고조를 형성한다. 이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자신의 집이 외부인들에 의해 피투성이가 되기도 하였고, 자신이 본 첫 죽음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집에 손님을 들이기 좋아하는 남자의 주장으로 그 남동생의 장례식을 다시 집안에서 열게 된다. 조문객들은 집을 소중히 다뤄달라는 여자의 말을 무시한 채, 집 일부를 부순다. 여자는 울부짖으며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다시 집에 남자와 여자만 남으며,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여자가 임신하고, 그 행복감에 젖은 남자가 포착한 시상으로 바로 시를 짓는다. 그 시는 집이 화재로 탄 그 이후부터, 여자와의 사랑으로 저택을 재건해내고, 마침내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게 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렇게 발표한 시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남자를 신격화하는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찾아오며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집에 사람을 들이고 싶어하는 남자, 그런 사람을 불편해하는 여자, 그리고 집을 조금씩 고갈시키는 사람들이 각각 한 요소로 작용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학관계를 그리고 있다. 여자는 곧 집이자 지구 자체로 기능한다. 여자의 원관념은 그뿐이 아니다. 우리가 발을 딛는 환경을 상징하고, 모든 생명을 품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의 생명력과 포용력은 지구를 점거하고 있는 사람으로 인해 조금씩 고갈 당한다. 그래서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영화의 제목 <마더!>는 그런 어머니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존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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