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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적인 지구 나이는 6,000년” 박성진 전 장관 후보자 결국 자진사퇴
[439호] 2017년 09월 26일 (화) 유신혁 기자 ysh208@kaist.ac.kr

지난 15일, 창조과학 관련 활동 경력으로 논란을 빚었던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박 전 후보자는 창조과학 논란 외에도 역사관 논란, 부동산 탈세 의혹 등 다양한 이유로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아왔다.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박 전 후보자 임명을 규탄하고 창조과학을 비롯한 유사과학을 비판했다.

후보자 지명 당일부터 논란 불거져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 박 전 후보자를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에 내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신설된 정부부처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육성 및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밝히며 박 전 후보자가 “새 정부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박 전 후보자에 대해 “벤처기업 생태계 환경 조성에 앞장설 수 있는 적임자”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장관 내정 사실이 알려진 이 날부터 박 전 후보자의 창조과학 신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이 박 전 후보자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판 여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박 전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당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사직 사임 이후에도 박 전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박 전 후보자가 지난 2007년 6월 한 학술대회에서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오히려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후보자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진화론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역사관, 부동산 비리...잇따른 논란
부인의 아파트 분양권 다운계약서 거래, 자녀의 이중국적 취득 등 박 전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과 논란들도 불거졌다. 또한, 박 전 후보자가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내용과 이승만 정부 당시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역사관과 관련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박 전 후보자의 역사관을 지적하며 청와대에 박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여권에서도 박 전 후보자 지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박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었으나 지난달 31일, 박 전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아직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에 대해 “일반적인 공대 출신으로 그 일에만 전념해온 분들이 사실 건국절 관련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SNS를 통해 “과학자, 공학자들을 싸잡아 하대한 문재인 정부는 과학•공학계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과학계에서 반발이 일었다.

과학계의 거센 반발 끊이지 않아
창조과학 논란에 대한 과학계의 거센 반발도 이어졌다. 황우석 사태 당시 진실 규명에 큰 역할을 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에는 지난 1일부터 박 전 후보자와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연속 기고문이 게시되었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에 대해서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도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박 전 후보자 지명을 규탄했다.

논란을 증폭시킨 인사청문회
박 전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던 가운데 지난 11일 국회에서 박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전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후보자의 해명이 이루어졌다. 이날 박 전 후보자의 창조과학 관련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박 전 후보자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구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과학적인 나이와 신앙적인 나이가 다르다”며 “창조과학, 창조신앙에서는 6000년이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이후 이 발언은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박 전 후보자는 이날 부동산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역사관 논란 등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 전 후보자, 결국 자진사퇴해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박 전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보고서 채택을 묵인하여 사실상 부적격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이낙연 총리는 지난 14일 이루어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후보자의 창조과학 신념과 역사관에 대해 “박 후보자가 독특한 사상체계를 가진지 몰랐다”며 “인사청문보고서를 숙독한 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15일 박 전 후보자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자진사퇴했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박 전 후보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3일 만이었다.

중운위, 창조과학 규탄 성명 발표

한편 지난 14일, 중운위는 <과학기술혁신을 외치는 지금, 우리는 유사과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박 전 후보자 임명과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중운위는 성명서에서 ‘과학기술계와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출범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첫 단추를 끼울 수장이 또 다시 과학기술계를 크게 실망하게 한 인사인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박 전 후보자 임명을 규탄했다. 또한, 중운위는 ‘반증 불가능한 신앙 고백적 비유를 확고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 채 이를 과학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로 포장하는 행위를 종교적 신념의 자유라고 변호하여 좌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에 대해 조영득 제31대 학부총학생회 <품>(이하 총학) 회장과 백민기 총학 사회참여국장은 ‘유사과학에 대한 경계와 내부로의 경고 목적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이유로 박 전 후보자 사퇴 이후에도 자보 게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과 백 국장은 총학이 가지고 있는 창조과학 관련 입장에 대해 ‘창조과학은 종교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종교도 과학도 아니다’라며 ‘유사과학의 규탄을 요구하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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