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9.16 토 22:16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문화
     
자신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 비혼주의자를 만나다
[438호] 2017년 09월 12일 (화) 임성민 기자 96eric@kaist.ac.kr

아직도 혼인과 출산을 당연시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사회 속에서 젊은 비혼 인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남역의 카페에서 두 명의 비혼주의자, 손소희(21, 여) 씨(이하 손)와 오일승(30, 남) 씨(이하 오)를 만나 각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혼을 결심한 이유는
손: 성인이 되고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면서 처음 젠더 관련한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어머니가 시댁에 가서 일을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내가 결혼을 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내가 열심히 해왔던 전공이나 커리어도 다 수포로 돌아갈 것 같다.
또 결혼을 하면 애를 낳을 수밖에 없게 될 것 같다. 애를 낳고 싶어질 수도 있고, 보수적인 집안이라면 강요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임신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애가 생기면 내가 일을 그만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 자신으로 존립하지 못하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오: 내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평생을 다 해도 못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금전적인 부분도 그렇고 자유가 많이 없어질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아내에게도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내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도 있겠지만 아이가 있어서 못하는 것도 많다. 여행도 그중 하나이고.

출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손: 결혼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다. 신체적인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애 낳으면 척추도 휘고, 어머니도 너무 끔찍하다고 다시는 낳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내 삶이 없어질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거기에서 학부모들을 가까이서 보면 자기의 삶이 없다. 젊었을 때는 꿈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자식을 낳으면 집착하고 올인해야 한다는게 무섭다.

오: 주변에 결혼은 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한 부부가 있다. 아이한테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취미생활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 거다. 애를 갖기 싫다면 충분히 낳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애를 왜 꼭 낳아야 할까? 솔직히 현대 사회에서 종족 보존 운운할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아직 잘 모르겠다.

결혼 말고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 같다
손: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이 좋아서 이 분야를 오래 하고 싶다. 그래서 이 분야의 유명인이 되거나 입지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친구들끼리나 나 혼자라도 여행을 계속 다니고 싶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 않을까. 그런 식의 암묵적인 제약이 존재하는 것이 결혼을 숨막히게 만드는 것 같다.

오: 친한 동생과 함께 많은 꿈을 꿨었다. 카페랑 바를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 건물 구조도 생각해보고, 메뉴는 무엇으로 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이런 것들도 많이 생각했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친구 하나쯤 있으면 외롭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반응은 어떤지
손: 어떤 사람들은 주변에서 비혼주의자 찾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내 주변에는 정말 많다.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그래서 평소에는 큰 충돌은 없는데,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결혼 제일 먼저 하더라”는 말은 자주 듣는다. 다들 내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더라. 정말 나중에는 내가 결혼을 빨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 신념인데 그렇게 말하는 건 무례한 것 같다.

오: 아무래도 결혼 적령기다 보니 사람들이 결혼 안 하는지 많이 물어본다. 어떤 분은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가지는 것은 선택의 여지라고 말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또 다른 분은 나 같은 사람이 결혼을 해야 한다 말씀하시는데, 대체로 나를 설득하기보다는 공감을 많이 해주시려 노력한다. 오히려 결혼하신 분들이 더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가족의 반대가 있지는 않았나
손: 결혼보다는 페미니즘 얘기를 하면서 부모님과 많이 멀어졌다. 남녀 차별이나 성 소수자, 외모에 대한 차별 등에 대한 얘기로 싸우면서 가족에 대한 기대나 정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싫어지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더라. 내가 이런 생각을 견지하다 보면 평생 소중한 누군가와 부딪히게 될 텐데, 가끔은 완급 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신념을 이어나갈 때, 언제나 전력을 다해서 싸울 순 없고,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려고 한다. 그래도 요즘 들어,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게 아니었구나 싶긴 하다.

오: 부모님은 ‘언젠가는 하겠지’라 생각하신다. 무조건 하라고는 안 하시는데 결혼 할거라고 믿으시는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진지하게 얘기하면 내 뜻을 존중하실 것 같다.

애인과 충돌한 적은
손: 남자친구가 가끔 장난으로라도 결혼하자는 말을 하면 화를 낸다. 그건 너가 장난으로라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당연히 언젠가 헤어질 수 있는 사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우울해하더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오: 그런 사람을 애초에 만나지 않았다. 진지하게 만나려는 사람을 만난 적은 있는데, 그걸 알고 금방 헤어졌다. 연애도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라 언젠가는 헤어질 수 있지, 처음부터 어떻게 평생을 약속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통 만나는 것 같다.

비혼에 대한 생각이 흔들린 적은 없었는지
손: 정말 많다. 아이가 낳고 싶었던 적은 없었지만 가족이 화목하다 보니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그런 화목함 마저도 어머니가 감수하시는 부분이 훨씬 많다. 아버지가 외도하시는 걸 들은 적도 있고. 친한 친구 중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는 집도 있다. 이런 걸 보면서 결혼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고 싶다가도 안 하는 게 맞지, 하게 된다.

오: 흔들린 적은 없었는데 함께 꿈을 꿨던 친구를 잃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같이 있다면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줬던 친구인데, 하루아침에 사라지니깐 그 순간 내 걱정이 먼저 되더라. 나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그래도 앞으로 좋은 친구를 또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끔은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가정을 꾸리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은 해본다. 그래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안 드는 것 같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꼭 이성일 필요는 없다
손: 정말 좋아한다면 결혼은 못 해도 동거를 하지 않을까. 결혼의 대안으로. 솔직히 말하면 여자와는 오래 연애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성향이 확실히 비슷하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남자라도 성별이 달라서 겪게 되는 게 많으니까 아마 여자라면 그래도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오: 결혼할 생각이 없는 동성 친구들과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면 꼭 이성과 함께 살아야 하는 법도 없다. 동성 친구와도 평생 함께 살 수 있다.

다른 비혼주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손: 남자들은 어떤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나와는 또 많이 다를 것 같다. 성별을 떠나서 해주고 싶은 말은 혹시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거나 애를 낳게 되더라도, 지금 남들이 하는 말에 휘둘리거나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그게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인 것 같다.

오: 비혼주의자라도 꼭 나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고 충고한다. 집에서 혼자 있다 보면 여러 건설적이지 못한 상상도 많이 하고,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이성이 아니더라도 모임을 나가거나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임성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김동주 | 편집장 이상현
Copyright 2010-2016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